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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생명의전화 백선애 상담원“수용자 억눌린 감정 푸는 디딤돌 놓아요”
  • 임해원 기자
  • 승인 2017.12.20 17:46
  • 댓글 1
한국생명의전화 백선애 상담원. <사진=한국생명의전화>

[이코리아최근 한 아이돌의 죽음이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화려한 무대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그의 삶 이면에는 혼자 감당하기 힘든 심리적 고통이 있었다. 결국 죽음을 선택한 그가 남긴 유서에는 마음의 상처를 이해해주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 아쉬움이 남아있다. 자신의 고통에 무슨 사연과 드라마가 있어야 하는 것이냐고 호소하던 그는 결국 “이겨낼 수 있는 건 흉터로 남지 않아”라는 말과 함께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떠났다.

우울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힘들어하는 사람들의 손을 잡아주는 수호천사들이 있다. 한국생명의전화에서 전화 상담을 통해 자살충동을 느끼는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상담원들이다.최근 생명의 전화는 법무부와 손잡고 교정시설 수용자들에 대한 상담서비스를 시작했다. 폐쇄된 공간에 갇힌 수용자들은 늘 불안감에 시달린다. 특히 일반인에 비해 우울과 자살 충동을 더 느낀다. 생명의 전화 백선애 상담원은 이들의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나아가 그들의 사회 복귀를 향한 징검다리에 하나 둘 디딤돌을 놓아준다. 그 따뜻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수용자 상담프로그램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지난 3월 법무부 심리치료과에서 수용자들이 상담전화를 통해 상담 서비스를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며 생명의전화에 방문했다. 몇 차례 협의를 거쳐 3개월간 생명의 전화 일반 상담원과 전화상담을 할 수 있게 했다. 그 결과 수용자와 상담원 모두에게 긍정적인 반응이 나왔다. 이후 6월부터 교정기관 전용라인을 통한 수용자 위기상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주로 어떤 분들이 상담에 참여하나. 또 운영방식은?

수용자 상담 프로그램에서 일하고 있는 상담원들은 모두 상담을 전공하신 분들로 생명의전화에서 상담원으로 활동해 오신 분들이다. 상담원들이 교정상담을 실시하기 전, 법무부 측에서 교정기관 참관을 하도록 해주고, 운영 전반에 대한 교육도 병행해 교정과 수용자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게 되었다. 현재 총 9명의 상담원들이 돌아가며 월~금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수용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상담 과정은 어떻게 이루어지나

교정기관 심리치료팀에서 심리상담을 담당하는 교도관이 생명의전화에 상담 스케줄을 전달한다. 그러면 생명의전화 상담원들은 수용자 이름과 호소하는 문제를 파악한 뒤 상담에 들어간다. 다만 내담자들이 상담 과정에서 교정기관에서 보내온 것과 다른 문제를 호소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 경우 내담자 스스로 본인 이야기를 풀어나가도록 배려하는 편이다.

생명의전화는 법무부와 함께 지난 6월부터 교정시설 수용자 상담 프로그램을 시범운영하고 있다. <사진=생명의전화>

내담자의 입장에선 같은 상담원과 상담을 하는 것이 중요할 텐데 가능한가

물론 첫 상담자와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 제일 좋다. 하지만 모든 상담원들이 상담기록일지를 세세하게 작성하기 때문에 다른 상담원도 충분히 이어받을 수 있다. 또 상담원마다 기법의 차이가 있어 다른 효과를 얻는 장점도 있다. 중요한 것은 같은 상담원, 다른 상담원이 아니라 내담자에 맞는 상담원을 찾는 것이다. 상담원의 권위는 내담자에게서 나오기 때문에, 상담자가 내담자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내담자가 상담자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용자 상담이 일반인 상담과 다른 점이 있나.

일반 상담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 나도 내담자들이 수용자라는 선입견을 갖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나는 우리 모두가 죄가 드러나지 않았을 뿐인 죄인이라고 생각한다. 수용자들은 순간적으로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해 죄가 드러난 것이다. 어른이든 아이든 모두 사랑과 관심이 필요하듯 이들에게도 사랑과 관심이 필요하다. 늘 그런 마음을 갖고 상담에 임한다.

교정본부에서 교도관 중심의 내부적인 상담에서 벗어나 외부 전문상담사들이 수용자들을 상담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수용자 개인의 심리적인 안정에 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인권보호 측면에서도 기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전화 상담이라는 방식에 어려움은 없나

전화로 하다보니 상대의 얼굴이나 눈빛을 보지 못하는 어려움은 있다. 그래서 목소리의 높고 낮음, 말하는 속도, 톤, 숨소리처럼 들리는 정보에 주의를 기울이는 편이다. 목소리에서도 다양한 감정을 알아차릴 수 있기 때문이다. 화가 많은 내담자는 목소리가 빠르고 높은데, 무기력한 분들은 느리고 톤도 낮다. 거기에 맞춰 상담스타일로 다르게 한다. 전화상담이 대면상담보다 나은 점도 있다. 내담자가 말하기 부끄러운 부분도 상담자의 얼굴이 안보이니 더 편하게 털어놓을 수 있다. 나도 전화상담 시 얼굴이 안보이니 마음놓고 이야기하시라, 상담이 만족스럽지 않으면 전화를 끊으셔도 괜찮다, 친구에게 수다 떨 듯 하시면 된다고 말씀드린다.

수용자 상담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포인트는 뭔가

내담자가 사용하는 언어 중 감정언어를 포착하기 위해 노력한다. 내담자가 분출하는 감정 안에 모든 문제가 들어있기 때문이다. 만약 두렵다, 불안하다는 말을 자주 쓴다면 그 감정의 원인이 무엇인지 이야기하면서 문제를 찾아간다. 수용자 상담에서 중요하게 하는 작업이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지금 여기’를 찾아주는 작업이다. 수용자들을 괴롭히는 분노, 슬픔, 공포와 같은 감정에는 과거의 사람, 과거의 사건이 있다. 그 때문에 ‘지금 여기’를 못 살고 ‘그때 거기’에 얽매여있다. 또는 출소 후, 재판 결과 등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현재에 충실하지 못한 경우도 많다. 그래서 상담할 때는 지금 이 시간에 충실하자고 강조한다.

두 번째는 ‘긍정적 기억찾기’다. 상담을 원하는 수용자들은 어렸을 때 부모로부터 부정적인 피드백을 많이 받아 상처가 남은 경우가 많다. 그래서 긍정적 기억찾기를 통해 힘을 실어준다. 예를 들어 한 수용자는 어렸을 때 부모가 이혼하고 양육자가 자주 바뀌었던 경험 때문에 타인을 잘 신뢰하지 못하는 성격이 됐다. 이런 경우 우선 어렸을 때 힘들었던 이야기를 다 들어주고 나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할만한 일은 무엇일지 함께 찾아본다. 계속 양육자가 바뀐 것은 불행한 일이지만, 그래도 항상 양육자가 있어 더 나쁜 상황이 오지 않았다고 설명하는 식이다.

마지막은 역지사지하는 법을 알려주는 것이다. 수용자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다르다’와 ‘틀리다’의 차이를 잘 인식하지 못한다. 동그란 틀에 세모를 넣으면 어딘가는 뾰쪽하게 튀어나오게 된다. 상대와 내가 다르다는 것을 일깨워줘서 관계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돕는다.

2017년 6월 기준 교정시설 내 자살자 추이. 7년 간 총 38명이 교정시설 내에서  스스로 죽음을 선택했다. <자료=법무부>

상담을 하면서 수용자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은.

형벌 때문에 고민하는 경우는 사실 별로 없다. 수용자들은 대부분 죗값을 치를 마음의 준비는 돼있다. 보통 교정시설 내 관계의 어려움 등을 토로하는데, 결국 이러한 문제들의 원인을 살펴보다보면 어린 시절 부모에게 받은 상처로 되돌아가게 된다. 어렸을 때 부모가 자주 싸우고 폭력을 행사하게 되면, 아이들은 공포심뿐만 아니라 “나 때문인 건 아닐까”라는 죄책감과 불안감에 빠지게 된다. 죄책감을 느끼는 아이들은 부모 중 약자에게 ‘착한 아이’가 되려는 경향을 보인다. 어머니가 아버지에게 맞고 있다면, 어머니를 더 아프게 하지 않기 위해 착한 아이가 돼서 ‘애어른’같은 행동을 보이는 것이다.

문제는 ‘애어른’들이 진짜 어른이 되면 반작용이 온다는 거다. 애어른은 착한 아이가 되기 위해 감정을 꾹꾹 누르고 억압한다. 활발한 사람들은 매 순간 자신의 감정을 처리하니 누적된 감정이 없다. 반면 애어른들은 감정을 처리할 줄 모르다보니 감정을 눌러 담다가 갑자기 폭발하면서 범죄까지 연결되는 경우가 있다. 보통 젊을 때는 다른 곳에 에너지를 쏟아 문제가 발생하지 않지만, 갱년기가 오면 억압된 감정이 터져 나오는 경우가 많다.

이런 고통을 호소해온 수용자들이 많은 것 같다. 한 여성 수용자는 어린 시절 부모의 갈등과 아버지의 폭력으로 상처가 남은 경우다. 이 수용자는 폭력적인 아버지 때문에 남성, 상사, 경찰 이런 권위자들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고 했다. 심지어 교회에서도 하나님을 ‘아버지’라고 부르지 않나. 신앙에 의지해도 온전한 신이 아니라 자신이 경험했던 폭력적인 아버지의 모습으로 신을 만나게 된다. 그래서 무섭고 자신을 징계하는 신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어린 아이에게는 아버지가 곧 세상이다. 세상과 관계할 때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폭력적인 아버지로 인해 이미 왜곡돼 있었던 것이다. 이 수용자는 조금만 큰 소리가 나도 위축되고 자신을 지키려다가 물건을 집어던지는 등 과잉 방어로 이어지게 되는 경우였다. 타인의 눈에는 이 수용자의 행동이 그저 기물파손이나 폭력으로 비치겠지만, 실상은 어린 시절 상처로 인한 자기방어였다.

어린 시절 부모에게 받은 상처가 원인이라면 상담으로 치유가 되나

억눌린 감정을 처리해줘야 문제가 해결된다. 그래서 나는 상담할 때 역할극을 권한다. 수용자에게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한 뒤 떠오르는 과거의 상황으로 가보자고 한다. 수용자들이 힘들었던 기억을 떠올리면, 나를 그때 그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표현하지 못했던 분노나 슬픔을 직접 이야기하라고 한다. 화가 나면 욕을 하고 슬프면 울어도 좋다고 말해준다. 머리로는 그때 아버지가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이해하고 용서하는 사람들도 무의식에는 감정이 남아 있다. 이 감정이 해결되지 않으면 신체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비슷한 상황이 되면 갑자기 떨리거나 몸이 저리고, 맞았던 부위가 아프다든지 하는 증상이 나타난다. 이 경우 남아있는 감정이 처리되지 않으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역할극을 통해 남아있던 분노와 슬픔을 풀어내면, 그때서야 진정으로 당시의 부모님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사람의 심리를 어떻게 그렇게 잘 파악하나. 상담이 전문 직업이어서 그런가.

나는 아버지가 일곱 살 때 돌아가셨다. 어머니는 마음의 고통 때문에 나를 탓하는 경우가 많았다. 내가 울면 네가 울어서 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말했고, 아버지를 닮아 못생겼다고 화를 내기도 했다. 그런 말을 계속 듣다보니 나도 애어른이 됐다. “내가 아버지를 닮아 어머니가 화가 나는구나, 어머니를 위해 착한 딸이 돼야 겠다” 이런 생각 때문에 착한 아이가 되기 위해 완벽주의자로 살았다. 상담을 공부하기 전까지는 이런 문제를 몰랐다. 나도 똑같은 방식으로 어린 시절로 되돌아가 내면치료를 받아보니, 아버지의 죽음이 큰 상처였는데도 내가 아니라고 말하며 살아온 것을 알게 됐다. 몸에도 반응이 왔다. 완벽주의로 살다보니 항상 긴장하고 경직돼서 몸이 아픈 경우가 많았는데, 내면치료 후 많이 좋아졌다. 이런 경험이 있다 보니 비슷한 경험을 가진 수용자를 만나면 감정을 풀어내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그래서 역할극을 통해 억압된 감정을 표현하는 작업을 많이 한다.

성북구에 위치한 생명의전화 종합사회복지관 전경. 이 곳에서 상담원들은 매일 수용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생명의 전화 상담원으로 일하며 어떤 때 보람을 느끼나

수용자가 상담에 따라 자기 문제를 빨리 인식하고 나아지는 모습을 볼 때 보람을 느낀다. 한 수용자는 상담을 통해 자기 문제가 무엇인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알게 됐다면서 감사편지를 보내오기도 했다. 이 분은 자기 출소하는 날짜도 알려주며 기쁜 소식을 상담원님께 꼭 전하고 싶었다고 했다. 단 몇 번의 상담으로 이렇게 수용자가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감사를 표현해주는 것은 너무 행복한 일이다.

상담원을 꿈꾸는 이들에게 조언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상담자는 해결사가 되려고 하면 안 된다. 문제를 호소하는 내담자도 사실 정답을 알고 있다. 그런데 그걸 남의 입으로 들으면 오히려 화가 나고 마음이 아프다. 결국 “네가 내 문제를 겪어 봤어”라는 반응이 나오게 된다. 상담은 마음을 들어주는 작업이다. 들어주고 공감하는 것만으로 80%는 치유가 된다. 어깨를 빌려주고, 이야기를 들어주고, 끝나면 안아주면 된다. 길을 제시하는 해결사가 아니라 징검다리를 건너갈 수 있게 디딤돌이 되어줘야 한다.

요즘은 라인홀트 니버의 ‘평온을 비는 기도’를 자주 암송한다. "내가 바꿀 수 없는 일에 대해서는 받아들일 수 있는 평화로운 마음을 주시고, 내가 바꿀 수 있는 일에 대해서는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주시고, 그 둘을 구별할 수 있는 지혜를 주소서"라고 기도한다. 내담자의 문제를 상담자가 모두 해결해줄 수는 없다. 바꿀 수 없는 문제를 바꾸려고 하면 상담자도 내담자도 모두 힘들다. 그저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만 내담자의 상처를 위로하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

임해원 기자  champr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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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화순 2017-12-21 00:18:30

    수용자도 결국은 사회에 나와 우리의 이웃이 될
    수밖에 없는 일 아니겠어요 정말 좋은 일이라
    생각되고 마음을 다해 응원합니다 앞으로도
    이런 뜻깊은 일들이 더 많아지기를 희망합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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