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베이징 인민대회당 북대청에서 열린 공식환영식에서 의장대의 사열을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7일 3박4일간의 중국 방문 일정을 마치고 귀국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방중 일정을 통해 시진핑 주석과 함께 북핵 미사일 도발에 대한 한반도 평화 4대 원칙을 마련하고, 사드로 경색된 경제적 신뢰관계 회복의 단초를 마련하는 등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미흡한 의전과 ‘혼밥’ 논란 등 중국으로부터 홀대를 받은 것 아니냐는 논란이 지속됐다.

문 대통령의 방중에 대한 해외의 시선은 어떨까? 외신들은 문 대통령의 이번 방중을 통해 한중관계가 개선될 것이라며, 문 대통령이 복잡한 외교관계에서 균형을 잘 잡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외신들은 사드 이슈가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며, 한국이 중국에 지나치게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했다. 

뉴욕타임스는 한중 정상회담이 있었던 지난 14일(현지시간) ‘한국의 리더가 시진핑을 만나 중국과 새로운 시작을 모색한다’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문 대통령이 미국의 압력으로 인해 사드와 관련해 중국을 만족시키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으며, 시 주석도 이러한 긴장관계를 잘 인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즈는 이어 “한중관계에는 우리 모두 아는 이유로 차질이 있었지만, 대통령의 방문이 상호 신뢰와 존중 아래 더 나은 길을 닦아 관계를 발전시킬 중요한 기회가 될 거라고 확신한다”는 시 주석의 발언을 보도하며, 문 대통령 방중 첫날부터 중국이 경제관계가 개선되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고 전했다.

AP통신은 14일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관계 개선을 위해 중국을 방문했다’는 제목의 기사를 내고, “시 주석은 중국의 사드 배치 반대로 경색된 한중관계를 개선하기 원한다고 문 대통령에게 말했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문 대통령이 미국과의 정치군사적 관계와 중국시장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 위해 애써왔다며, 지난 10월 사드 관련 논의를 봉인하기로 결정한 후 양국의 관계 개선작업이 진척돼왔다고 보도했다.

싱가포르 일간지 스트레이츠타임스는 15일 ‘시 주석과 문 대통령이 사드로 타격받은 관계 개선을 모색하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양국 정상이 “일시적 어려움”을 인식하고 관계를 회복하자는데 동의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스트레이츠 타임즈는 중국 관영 CCTV를 인용해 시 주석이 사드 반대 입장을 반복해서 표명했다고 전하고, 한국이 추가로 사드배치를 하지 않는 것만으로는 중국이 납득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스트레이츠타임스는 또 한중관계에 대한 사설을 통해 이번 문 대통령의 방중이 관계개선을 위한 훌륭한 첫걸음이지만 완전히 관계가 해동되는데는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 매체는 또 동남아 관광객 위주의 관광산업 재편과 반도체 수출 증가 등으로 인해 사드 문제에 따른 한국의 경제적 타격이 그리 크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중국시장 의존도를 낮추고 경제관계를 다변화하는 것이 더 나은 전략이라고 조언했다.

닛케이아시안리뷰는 17일 “문 대통령이 일본에 유감을 표하며 중국의 환심을 샀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문 대통령이 ▲난징대학살 80주년 추모일에 중국을 방문한 것 ▲베이징대학에서 한중 양국의 식민지 역사를 강조한 것 ▲마지막 일정을 충칭 임시정부 청사 방문으로 마무리한 것 등을 강조하며, 일본의 식민지배에 대한 공감대를 통해 중국으로부터 우호적인 반응을 끌어내려했다고 지적했다. 이 매체는 또 일본 침략과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대한 문 대통령의 강조가 향후 한일관계를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 공산당기관지 인민일보의 영자자매지 글로벌타임스는 17일 “문 대통령의 방중은 쉬운 과제는 아니었다”며 “양국이 사드 문제에 대한 정치적 이해에 도달하고 경색된 양자 관계를 제 궤도로 돌려놓기 시작했다는 점은 많은 이를 놀라게 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이어 “이렇게 민감한 상황에 이뤄진 문 대통령의 방중은 책임을 다하는 정치인으로서 그의 가치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많은 전문가들이 (이번 방중을) 양국 관계 회복을 위한 중대한 기회라고 믿으며 낙관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글로벌타임스는 사드 이슈와 관련해 한중이 합의점에 이른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글로벌타임스는 이어 “중국이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사드 철회를 강행하려 한다면 한국의 안보에도 이득이 될 게 없다”며 “한국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사드 이슈 해결을 위한 초기 합의를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콩에서 발행되는 영자신문 아시아타임즈는 15일 미 공군에서 한국 전문가로 일한 후 각종 매체에 아시아 전문 기자로 일해 온 로버트 맥코이의 논설을 통해 한국이 ‘미들 파워’ 국가로 진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맥코이는 논설에서 “문 대통령이 미국의 후원과 지도에서 벗어나 지정학적 독립의 길로 나아가고 있다”며 문 대통령이 미국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제한된 수의 사드만 배치하고 한미일 동맹을 거부하는 등 독자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에 대한 지나친 정치군사적 의존도를 낮춰 중국에 관계개선을 위한 신호를 보내왔다는 것.

맥코이는 또 문재인 정부의 사드이슈 대처가 빠르고 유동적이었다며 한국이 고래는 아니지만 더 이상 새우라고 볼 수도 없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맥코이는 한중관계 개선은 중요하지만 수출주도형국가인 한국이 중국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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