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킨지가 꼽은 미래사회를 변혁시킬 12개 첨단기술 중의 하나는 에너지저장기술이다. 맥킨지 글로벌 인스트튜트의 분석에 따르면 첨단 에너지저장 기술은 2025년 전세계에서 최대 약 600조원 정도의 큰 경제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한다. 맥킨지는 에너지 저장기술의 향상으로 10억대의 전기자동차가 신규로 보급되며, 12억명이 새로이 전기를 보급받을 수 있다고 한다. 그동안, 전력생산의 문제점 중 하나는 생산된 전기를 저장해두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었다. 지진이나 태풍, 화산활동으로 인한 정전이 적은 한국에서 전력의 사용과 저장은 큰 관심을 끌지 못한다. 하지만 워싱턴포스트에 의하면 아직도 전세계에는 13억명이 전력보급망에서 벗어나 어둠에서 살고 있다고 한다. 이글에서는 주요한 에너지저장장치인 배터리나 수소전지의 개발현황에 대하여 알아보고 그 발전방향에 대하여 살펴본다.

<사진 출처 = 픽사베이>

후진국의 에너지문제를 해결하는 적정기술

필자가 전력저장에 대하여 관심을 가진 것은 킬리만자로산이 있는 탄자니아에서 용수와 전력 공급사업을 진행하면서부터이다. 사자를 잡는다고 하는 용맹한 마사이족들이 아직도 샌달을 신고 붉은 천을 몸에 두르고 다녔다. 수도인 다르에스살람에는 용수가 공급되고, 전력도 공급된다. 조지 W부시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이 방문하기도 했고 훌륭한 호텔들도 있다. 그러나, 수도외곽을 벗어나면 바오밥나무들만 가득한 광활한 초원이 펼쳐진다. 주민들은 아직도 흙으로 집을 짓고 거주하며, 이들에게 깨끗한 수도시설과 안정적인 전기시설은 아직 요원하다. 국제기구와 대외원조기관들의 지원이 이어지지만 이들의 삶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다.

이런 가운데서 일부 전략가들은‘적정기술’이라고 불리는 환경의 파괴가 적고 소량의 자원만을 소모하면서도, 저개발 국가들의 삶을 크게 향상시키는 기술을 개발하며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국제기구와 각국의 원조기구가 다수의 관정을 개발했지만 상당수의 아이들은 학교보다는 물을 길러가야 한다. 그래서 한 혁신가는 바퀴모양의 물통을 개발하여 아프리카에 보급했다. 석유통 형태의 물통을 이용하면 많은 양의 물을 운반할 수 없지만 굴렁쇠처럼 생긴 물통에 끈을 달아 끌면 더 많은 물을 쉽게 옮길 수 있다.

탄자니아, 케냐, 르완다, 브룬디 등의 오지에는 아직도 전기가 없기 때문에 아이들이 늦게 귀가하면 책을 읽을 수 없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노코로라는 회사는 태양전지 전구를 개발했다. 일반적인 LED전구의 상단 측면에는 태양전지판이 부착되어 있고 니켈망간전지가 공처럼생긴 전구내부에 내장되어 있어 4시간 동안 빛을 밝힐 수가 있다. 가격은 겨우 15달러에 불과하다. 이 혁신으로 어린이들이 밤의 어둠을 쫒기 위해서 나무를 채취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필자는 얼마 전 젊은 여성창업가의 강연을 들은 적이 있는데 시냇물 정도의 흐름에도 발전이 가능한 휴대용 소형발전기를 보급하고 있었다. 이 제품은 전력망에서 벗어난 지역에서도 흐르는 냇물로 스마트폰 정도는 충분히 충전할 수 있었다. 이러한 제품들은 캠핑용으로도 각광을 받고 있다.

 

가정용 에너지저장장치 ESS

지난달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은 에너지공급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필자는 5년전 전시회에 출시된 가정용 ESS(전원저장장치)를 보고 한국에서는 누가 설치할까를 궁금해 했었다. 그런데 지진이 빈번한 일본에서는 ESS가 이미 광범위하게 보급되고 있었다. 하루만 전기가 없는 세상을 생각해보면 ESS의 필요성은 충분히 공감이 간다. 가압펌프가 가동되지 않으면 수돗물이 공급되지 않을 것이고, TV나 냉장고와 같은 가전제품도 가동을 멈출 것이다. 겨울에는 가스가 있어도 전기가 없으면 보일러가 가동되지 않아 추위에 떨어야 할 것이다. 기지국에 전기가 공급되지 않으면 스마트폰도 사용할 수 없다.

ESS는 단순한 정전대비용에서 벗어나, 에너지수요의 피크분산용과 태양광발전의 보조용으로 한국에서도 보급을 늘려가고 있다. 대규모공장들은 대개 한밤중에는 가동을 멈추며, 사람들이 수면을 취하므로 전기가 남아돈다. 이때 가정에서 남아도는 전기를 ESS에 충전하고, 충전된 전기를 낮시간에 이용한다면 국가적으로 피크시간의 발전량을 줄일 수 있다. 이것은 한밤중에 남는 전기로 높은 곳으로 물을 퍼 올리고 피크시간에 발전을 증가시키는 청평, 삼랑진, 무주 등에 설치된 양수발전소와 유사한 개념이다. 최근 소규모 태양광 발전이 활성화되고 있는데, 발전이 불가능한 밤중에 전기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ESS를 이용할 수도 있다. 미국 등에서 낮시간에 발전된 전기를 송전손실을 줄이기 위해 거주지 인근에 판매하는 앱들이 등장하고 있지만, 효율적으로 전기를 판매할 수 없다면 ESS에 저장하는 것도 현명한 대안이다.

 

새로운 형태의 전지

가정과 공공기관에서의 ESS의 설치가 변화의 바람이라면, 휴대용 모바일기기에서도 혁신은 계속된다. 한때 캘럭시 노트7과 일부 아이폰에서 발화문제가 제기되었다. 이로 인하여 연간 200조원 이상의 매출액을 올리는 삼성전자도 약 7조원을 사용하며 아주 값비싼 교훈을 얻었다. 그런데, 현재 소니, 삼성SDI, 보쉬, 폭스바겐 등에서 연구 중인 전고체전지의 경우 발화문제를 크게 개선했다. 기존의 리튬이온전지에는 액체의 전해질을 분리막을 이용하여 격리하는데 전고체전지는 액체 전해질을 고체로 대체하여 발열이나 화재문제를 줄였다. 미국의 전기차업체 피스커에 따르면 전고체전지를 이용할 경우 전지의 밀도가 리튬이온보다 2.5배가 높아 완충하면 800km이상 주행이 가능하다고 한다. 첨단 탄소소재인 그래핀을 이용한 배터리의 성능개선도 계속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그래핀을 이용하여 기존 배터리보다 충전속도를 무려 5배나 단축하고, 용량은 40% 증가시키는 배터리소재 ‘그래핀 볼’을 개발하여 발표했다.

새로운 형태의 배터리도 속속 개발되고 있다. 스프링배터리는 용수철형태로 제작되어 잡아당기거나 쉽게 구부릴 수도 있다. 생분해성 배터리는 전해액으로 유독한 산성물질 대신 식염수를 이용하는 것이다. 이 배터리의 외부는 몸안에서 녹는 생분해성 고분자물질로 제작된다. 치료용의 초소형로봇이나 몸안에 이식되는 통신기기, 장애인의 활동을 돕는 장비 등에서 활용될 수 있다. 아직은 제작단가가 비싸고 지속시간이 짧지만 종이형 배터리도 개발중이다. 이 배터리는 전지의 구성요소를 액체로 만들고 잉크젯 프린터로 출력하여 원하는 형태로 디자인할 수도 있다. 관련 기술이 완성되면 주고받는 명함자체가 배터리로 변환되어 사용될 수 있다.

 

수소연료전지

최근 전기자동차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리튬이온전지를 대신할 수소연료전지가 각황을 받고 있다. 수소연료전지는 수소를 전기와 열, 그리고 물로 변환시켜준다. 수소는 지구에서 가장 흔한 물에서 거의 무한히 얻을 수 있으며 오염물질은 발생하지 않는다. 최근 문제가 되는 미세먼지 문제를 상당부분 해결할 수 있다. 자동차용 연료전지는 많은 부분이 전기 생산에 이용되지만, 건물용 연료전지와 발전용 연료전지는 열과 물을 보다 폭넓게 활용한다. 폭등하는 일부 희귀 광물의 가격은 수소연료전지의 개발을 더욱 가속화한다. 리튬은 올해초보다 40%나 급상승하여 톤당 1,500만원에 거래되고 코발트의 경우도 올초보다 30% 이상 올라 톤당 9,0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리튬은 볼리비아, 칠레, 아르헨티나에서만 주로 생산되는데, 리튬 등의 가격이 상승하자, 폐가전제품에서 이들 물질을 추출하는 도시광산사업이 최근 활성화되고 있다.

벌써부터 독일과 한국 등에서 2030년이면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엔진이 퇴출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변화의 흐름에 따라 이미 10만대 정도 보급된 하이브리드 자동차와 순수한 전기자동차에 탑재된 배터리 수명은 5-10년에 불과한데 수소연료전지는 사용기간이 훨씬 길다. 수소자동차의 경우 충전시간이 3분 정도로 휘발유차량과 차이가 없고 1회 충전으로 500km 정도를 운행할 수 있다. 5,000원 정도의 가격이면 100km를 주행하여 연료비도 저렴하다. 화학산업이 발전한 한국에서는 수소는 다른 제품을 생산할 때 부산물로 얻을 수 있다. 한국의 수소생산량은 년간 164만톤으로 820만대의 수소자동차를 운행할 수 있는 양이다. 최근에는 전기분해나 화학반응 등을 통하지 않고도 인공적인 광합성을 하며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도 개발되었다. 하지만 한국의 수소의 저장시설은 충분하지 않고 충전소도 많지 않다. 한국의 2017년 친환경자동차 보급계획을 보면 하이브리드 차량이 7만대, 순수전기차가 3만대 정도이지만 수소전기차는 100분의 1인 3백대 정도에 불과하다. 전기자동차의 가격 4천만원의 2배인 8천만원 이상의 비싼 가격도 수소자동차의 보급에 걸림돌이 된다. 전기자동차를 급속충전할 수 있는 시설도 전국에 150개 정도로 부족하지만 설치비가 50억원 정도 들어가는 수소충전소는 전국에 고작 7곳에 불과하다. 한국에서는 수소튜브 트레일러 500여대로 수소를 운송하지만 해외에서는 파이프라인으로 수소를 운송하여 효율을 높이기도 한다.

현재 한국에서는 수소전기차에 대하여 정부가 2,750만원 정도의 보조금을 지원하지만 보급대수는 좀처럼 늘지 않고 있다. 수소자동차는 현대자동차에서 2013년 세계 최초로 양산을 시작했지만 지금까지 판매된 차량은 겨우 800여대에 불과하다. 반면에 미래라는 뜻을 가진 도요타의 미라이는 벌써 4,000대 이상 판매되었다. 일본에서는 이미 90개 이상의 충전시설이 설치되었고, 이점은 수소자동차의 보급을 촉진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현재 일본에서는 차세대자동차진흥센터가 수소전기차와 충전인프라의 구축을 지원한다. 미국의 캘리포니아에서도 30개, 독일에는 40여개의 수소충전소가 있는데 일본의 수소충전소는 이들 국가보다 거의 2~3배 정도 많은 규모로 설치되어 있다.

 

에너지제로 주택

최근에는 벽체와 창문으로 사라지는 에너지를 잡는 에너지제로 주택도 각광을 받고 있다. 최근 노원구에 문을 연 EZ House는 외부단열제, 기밀유리창, 3중유리, 외부 블라인드 등으로 단열성능을 극대화하여 61% 정도의 에너지 사용량을 감소시키고, 태양전기, 지열 등을 통하여 33%의 에너지를 추가로 생산하여 에너지 수요를 줄이고 있다. 서울의 노원구 등에 보급된 제로에너지 주택의 경우 매월 평균 27,000원 정도의 에너지비용을 지불하면 되지만, 건축비의 경우 일반보다 30%나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세계적으로 디지털 스몸비가 늘어가는 가운데, 한국에서도 휴대폰의 배터리 잔량이 떨어지면 불안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제4차 산업혁명이 진행됨에 따라 우리가 사용하는 전통적인 배터리는 효율이 지금보다 40% 이상 높아지고 다양한 형태로 제작될 것이다. 전통적인 리튬이온 배터리 대신 인체의 체온이나 주변에 있는 태양광선, 물이나 바람에서 전력을 얻는 기술도 활성화될 것이다. 미국, 일본, 독일은 이미 전통적인 배터리를 대체할 수소연료전지의 보급을 위해 다양한 보조금 정책을 수행하고 있고, 한국보다 앞서가는 측면이 있다. 이미 시작된 제4차 산업혁명시대에 정부와 산업계, 국민들은 에너지저장분야에서도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도록 선제적인 연구와 개발, 신기술의 보급에 힘써야할 것이다.

 

여정현

-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 대우그룹 회장비서실

- 안양대학교 평생교육원 강사

- (주)명정보기술 산호세법인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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