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지난 12일 애틀랜틱 카운슬 주최의 토론회에서 북한과 조건없는 대화를 주장하고 있다. <사진=로이터통신 홈페이지 캡처>

[이코리아]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북한과 전제조건 없는 대화에 나설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12일(현지 시각) 워싱턴 D.C에서 미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과 국제교류재단이 공동 주최한 '환태평양 시대의 한·미 파트너십 재구상' 토론회에서 기조연설을 한 틸러슨 장관은 이어진 문답에서 “북한이 원한다면 언제든지 대화할 수 있다”며 “우리는 전제조건 없는 (북한과) 첫 번째 만남을 가질 준비가 돼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그동안 북한이 먼저 핵 프로그램을 포기해야만 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오바마 정부 시절에는 북한의 ‘선 비핵화’를 대화 조건으로 내걸었으며, 트럼프 대통령도 북한이 명확한 핵폐기 의사를 밝힐 것을 요구했다. 틸러슨 장관의 이번 발언처럼 ‘전제조건’ 없이 북한과의 대화를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이다.

틸러슨 장관은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포기할 준비가 됐을 때만 대화를 하겠다는 것은 비현실적이다”라며 “그들은 이미 그것(핵)에 너무 많은 투자를 했고, 대통령도 이를 잘 알고 있다”고 밝혔다. 틸러슨 장관은 이어 “북한이 원한다면 날씨 이야기를 할 수도 있고, 사각테이블에 앉을 지 원형 테이블에 앉을 지 이야기할 수도 있다. 적어도 함께 앉아서 얼굴을 맞댄다면 어디로 나아갈지 로드맵을 그려나가기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며 대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틸러슨 장관은 북미대화를 위해 최소한 북한이 일정 기간 동안 군사도발을 중단할 것을 요청했다. 틸러슨 장관은 “만약 대화 도중 또 다른 무기를 시험한다면 대화가 매우 어려워질 것”이라며 “북한도 우리가 대화를 시작하려면 휴지기를 가져야 한다는 것을 이해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으면 생산적 논의를 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틸러슨 장관은 이전부터 북한문제를 군사적 해법보다는 외교적 해법을 통해 풀어야 한다고 주장해 트럼프 대통령 및 주요 안보관계자들과 대비되는 행보를 보여 왔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월1일 트위터를 통해 틸러슨 장관의 대북 직접 대화론을 “시간낭비”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미국 언론에서 틸러슨 해임설이 지속적으로 제기돼왔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2월1일 “의견이 맞지 않을 때도 있지만 우리는 함께 일하고 있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려 이를 반박했다.

틸러슨 장관의 이번 발언이 과연 백악관과 의견 조율을 거쳤는지도 주목을 끄는 부분이다. 로이터통신은 행정부 내 영향력이 약화된 틸러슨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전면적 지원을 받았는지 여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고 풀이했다. 하지만 허버트 맥마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같은 날(12일) 워싱턴 DC에서 열린 영국의 싱크탱크 '폴리시 익스체인지' 주최 행사에서 "미국 행정부는 김정은의 축출이 아니라 한반도 비핵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라고 입장을 밝혀 틸러슨 장관의 외교적 해법을 우선시한다는 인상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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