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이코리아] 미국 성폭력 고발 운동인 ‘미투 운동’이 트럼프 대통령을 향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여성들은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의회에 공식 조사를 요청했다. 이날 제시카 리즈, 레이철 크룩스, 서맨사 홀비 등 3명의 여성은 각자 피해 사실을 폭로했다.

미스 노스캐롤라이나 출신인 홀비는 2006년 미인대회 참가 당시 “트럼프가 참가자들의 탈의실을 드나들며 음흉한 시선으로 훑어봤다. 그는 나를 고기처럼 대했다”고 주장했다. 크룩스는 “22세 때 트럼프타워 엘리베이터에서 트럼프에게 여러 차례 강제 키스를 당했다”고 폭로했다.

리즈는 여객기 안에서 성추행을 당한 경험을 털어놓았다. 옆 좌석에 있던 트럼프가 몇 마디 말을 건넨 후 갑자기 가슴과 치마 속에 손을 넣고 추행했다는 것.

미투운동은 미국사회 전역을 뒤흔들고 있다. 지난 10월 뉴욕타임즈가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틴의 성폭력 실상을 보도한 것으로 계기로 할리우드를 넘어 정치권과 문화예술계로 확산됐다.
언론에 ‘나도 당했다’는 제보가 속출하면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해시태그 ‘미투(#MeToo)’로 발전했다.

거대한 변화의 물결 앞에 트럼프 대통령도 무사하지 못했다. 트럼프에 성폭력 피해를 당한 여성들이 의회를 상대로 진상 규명을 요구한 것. 사태가 심각해지자 백악관은 성명을 내고 “이들의 주장은 거짓이며 이들이 시작한 홍보 투어 뒤에 정치적 의도가 있다”며 반박했다.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 일은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기 오래 전에 일어났으며 국민은 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했다. 이 과정을 통해 의혹에 대한 답이 나왔다고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트럼프 대통령 자신도 12일 트위터에 “터무니없는 가짜뉴스다. 민주당이 러시아 공모 혐의를 밝혀내지 못하자 이제는 내가 알지도, 만나본 적도 없는 여성들에 대한 가짜 이야기를 지어내고 있다”라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런데 백악관의 해명에 찬물을 끼얹은 정부측 인사가 나왔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다. 헤일리 대사는 지난 10일 CBS와의 인터뷰에서 “그가 선출된 건 안다. 하지만 여성들이 왜 그런 주장을 하는지 우리 모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충고했다. 헤일리 대사는 한 발 더 나아가 “대선 전에 그들의 말을 들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떤 식으로든 폭력을 당했거나 학대받았다고 느끼는 여성이라면 누구든 말할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헤일리 대사의 이런 지적은 여성의 권리를 강조한 것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잘못을 간접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헤일리 대사의 발언을 보고받은 트럼프 대통령은 불같이 화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헤일리 대사는 차기 국무장관으로 거론돼 왔으나 이번 발언으로 불확실해졌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한편민주당의 여성 연방의원 56명은 하원 정부감독위원회에 연명서한을 보내고 즉각적인 진상조사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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