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8일 플로리다주 펜사콜라에서 "대북제재가 통할지 모르지만 한번 해보자"고 발언했다. <사진=CNN 홈페이지 캡처>

[이코리아] 정부가 독자적인 추가 대북제재안을 발표한 가운데,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통일부는 11일 북한 단체 20곳과 개인 12명을 제재 명단에 추가하는 대용의 대북제재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번 명단에 포함된 대상은 모두 미국이 지난 1년간 제재 명단에 올린 개인·단체들로 실질적인 효과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통일부 또한 “추가로 실효적인 제재를 취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이번 독자 제재 명단 발표가 상징적 조치임을 시인했다.

대북제재안은 북한의 군사도발을 멈추고 대화의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수단으로 인식돼왔다. 하지만 대북제재가 실효성과는 상관없이 각국 정부의 입장표명 수단으로 남발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실제로 북한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안이 발표될 때마다 움츠러들기보다는 군사도발로 대응해왔다. 지난 9월12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안이 가결되자, 북한은 사흘 만에 화성-12형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을 일본 홋카이도 상공으로 발사했다. 지난달 21일 미국 재무부가 개인 1명, 기관 13곳, 선박 20척이 포함된 추가 대북제재안을 발표한지 8일 뒤에는 신형 ICBM 화성-15형을 발사하며 미국 본토 타격가능성을 암시했다.

이처럼 대북제재가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이유는 제재안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5일 공개된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4년 3월부터 올해 9월까지 총 49개 국가들이 대북제재안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위반국가 명단에는 중국처럼 대북제재안에 반대해온 국가들 뿐만 아니라, 일본·프랑스·독일처럼 적극 찬성 입장을 보여온 국가들도 포함됐다.

독일을 비롯해 브라질, 이집트, 인도 등 19개국은 북한에 대한 금융거래를 지원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프랑스 및 멕시코, 인도, 필리핀 등 18개국은 금지된 광물 및 상품을 북한과 거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본을 비롯한 20개국은 북한이 선박 국적을 바꿔 금지 품목을 수송하는 편법을 사용하는데 협력한 것으로 밝혀졌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군사협력이다. 나미비아, 콩고, 앙골라, 이란 등 아프리카 및 중동지역의 일부 국가들을 포함해 총 13개국이 북한과 군사협력을 주고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엔이 대북제재를 강제할 수단이 없는 상황에서 미국의 영향력은 국제사회의 협력을 이끌어낼 유일한 동력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은 오히려 외교적 고립상태에 빠져 영향력을 상실하고 있다. 특히 북한과 군사적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국가들이 집중된 아프리카와 중동에서 미국의 외교적 지위는 매우 취약하다.

디플로맷의 지난 8일 보도에 따르면 대북제제 노력은 아프리카 지역에서 완전히 실패한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2007년부터 2015년까지 북한과 아프리카 국가들과의 교역량은 약 2억1650만 달러 규모로 연간 2400만 달러 수준이다. 문제가 되는 것은 교역규모보다 질이다. 지난 9월 유엔 보고에 따르면 모잠비크, 탄자니아 등 몇몇 아프리카 국가들이 북한으로부터 미사일 시스템, 군수공장 건설, 군사훈련 등의 도움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나미비아를 비롯한 일부 국가들은 유엔으로부터 북한과의 관계를 단절하라는 요구를 받았지만 공식 답변조차 거부했다.

북한은 이미 1960년대부터 식민지 해방 투쟁 중이던 아프리카 국가들을 지원하며 긴밀한 관계를 구축해왔고 이는 지금도 유지되고 있다. 반면 미국은 아프리카에 대한 인도적 지원 예산조차 30%나 삭감하며 아프리카에서의 영향력을 상실하는 중이다. 실제로 아프리카 대다수 국가들은 현재 미국보다 중국 의존도가 더 높다.

중동 또한 마찬가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월 이란 핵협상 준수 재인증을 거부하며 이란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온 바 있다. 이번 달 6일에는 “예루살렘은 이스라엘의 수도”라고 발언해 아랍국가들 뿐만 아니라 국제사회 전체의 비난을 받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이고 즉흥적인 중동정책으로 인해 일부 중동국가들은 북한과 군사기술 등을 공유하며 더욱 긴밀한 군사적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이처럼 미국이 중동·아프리카 지역에서 점차 외교적으로 고립됨에 따라, 대북제재를 통해 북한과의 대화를 끌어낸다는 구상도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 트럼프 정부가 이 지역에 대북제재 동참에 따른 인센티브를 제공할 의사도 없어보일뿐더러, 동참을 강요할만한 외교적 영향력도 점차 줄어들고 있기 때문.

미국의 대북제재 요구에 전향적으로 협력 의사를 보였던 중국조차 트럼프 대통령의 추가제재 발언에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하면서 북한문제에서 미국의 선택지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일 “대북제재가 통할지 모르겠지만 한번 해보자”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지만, 미국 정부는 아직까지 구체적인 제재사항을 발표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이 국제사회의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는 한,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제재 구상은 결국 지지자 결집을 위한 퍼포먼스 이상의 의미를 가지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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