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Fortune.com 캡쳐>

[이코리아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언론 지형이 시나브로 변하고 있다. 그동안 뉴스콘텐츠의 생산과 유통을 독점해왔던 지상파 방송사·주요 일간지 등 거대 언론사들은 점차 그 영향력을 새로운 유형의 매체들에게 넘겨준 채 급변하고 있는 언론생태계에 적응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 포털의존도 높아지는 국내 언론

데이터를 통해 국내 언론지형의 변화를 짚어보면 두 가지 키워드를 발견할 수 있다. 그 중 하나는 ‘모바일’이다. 스마트폰 기술이 점차 발전하면서 틈틈이 모바일 앱을 통해 뉴스를 확인하는 소비행태가 점차 일반화되고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16 언론수용자 의식조사’에 따르면 지난 2011년부터 2016년까지 가장 성장한 미디어도 역시 모바일이다. 2011년 처음 조사대상에 포함된 모바일은 19.5%의 이용률을 기록했으나, 지난해에는 무려 70.9%로 3.6배 이상 성장했다. 이에 반해 텔레비전, 종이신문, 라디오, 잡지 등의 전통적 미디어들은 모두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특히 대표적 미디어인 종이신문은 26.8%에서 12.7%로 하락하며 SNS, 소셜미디어보다도 낮은 이용률을 기록했다.

 

1993년~2016년 미디어별 뉴스 이용률 추이. <자료=한국언론진흥재단>

 

또 다른 키워드는 ‘포털’이다. 모바일로 뉴스를 확인하는 독자층이 늘어났다고 해도, 각 언론사들이 모바일용 앱을 개발해 뉴스를 유통한다면 언론지형의 변화를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 기존 언론사들의 고민은 새로운 미디어를 통해 뉴스를 접하는 독자 대부분이 각 언론사의 홈페이지가 아닌 대형 포털사이트를 이용한다는 것이다. 닐슨코리아의 2016년 조사에 따르면 같은 해 3월 기준 종이신문 이용률은 50.7%, 일 평균 이용시간은 15.9분이었다. 반면 모바일 포털앱의 경우 이용률은 80%, 일 평균 이용시간은 46분이었다. 단순 이용률로 보면 텔레비전이 미세하게 더 높지만, ‘열독률’을 기준으로 보면 포털의 영향력이 가장 높다고 할 수 있다.

 

국내 매체별 뉴스이용률 및 이용시간. <자료=닐슨코리아>

 

이처럼 언론지형이 변화하면서 발생한 가장 큰 문제는 전통적인 언론사, 특히 종이신문의 대형 포털사이트에 대한 의존도가 크게 강화됐다는 것이다. 언론지형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종이신문은 방송사와 함께 뉴스콘텐츠 생산에서 가장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모바일을 찾는 독자들이 늘어나면서 종이신문의 구독부수와 광고매출은 점차 급감하기 시작했다. 기존 수익모델에 기댈 수 없게 된 언론사들은 네이버, 다음 등의 대형 포털사이트를 통해 기사의 노출빈도를 올리는데 목을 매고 있다.

언론생태계가 대형 포털 중심으로 변하면서 저널리즘의 위기가 찾아왔다는 분석이 다수 제기되고 있다. 다수 매체의 기사를 섹션별로 배치하는 포털의 특성상, 공격적이고 자극적인 제목과 사진을 배치해서 독자의 눈길을 끄는 것이 최우선 과제가 됐기 때문.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10월 인터넷신문 편집인력을 5인 이상으로 규정하는 신문법 시행령을 위헌이라고 판결하면서, “인터넷신문 기사의 품질 저하 및 그로 인한 폐해는 인력 부족이 아니라 포털사이트 검색에 의존하는 유통구조 때문”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인 네이버는 이러한 비난을 의식해 지난 2013년, 뉴스 제공 방식을 뉴스캐스트에서 뉴스스탠드로 변경했지만, 언론사 트래픽은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반면 네이버 뉴스 트래픽은 약 130% 증가하며 포털의 영향력만 확대되는 결과를 낳았다. 게다가 독자들은 포털사이트에서 본 뉴스가 어느 언론사에서 제공한 것인지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2016 언론수용자 의식조사’에 따르면 인터넷 뉴스를 작성한 언론사 이름을 거의 모르겠다고 대답한 응답자는 52.9%인 반면, 거의 다 알고 있다고 말한 경우는 7.7%에 불과했다.

 

인터넷 뉴스 독자의 언론사 인지도. <자료=한국언론진흥재단>

 

◇ 뉴스 유통구조 다변화

헌법재판소의 지적처럼 포털의 뉴스유통채널 독점이 문제라면 유통채널을 다양화하는 것이 답일 수 있다. 실제로 각 언론사들은 대형 포털사이트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페이스북, 카카메신저, 트위터 등 다양한 사회연결망서비스(SNS)를 통해 자체적인 뉴스공급망을 구축하고 있다. 닐슨코리아의 2016년 조사에 따르면 모바일 SNS를 통해 뉴스를 접하는 독자의 일 평균 이용시간은 63.4분으로 모바일 포털앱보다도 약 17분 이상 길다. 자체 SNS를 통한 뉴스 공급은 언론사 브랜드 가치를 제고하는 한편 열독률 높은 구독자를 모으는 가장 이상적인 대안이다.

초기 종이신문은 주로 트위터에 집중했으나 현재 대부분의 언론사들이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은 페이스북이다. 대부분의 국내 주요일간지는 자체 페이스북 페이지를 운영하고 있으며, 조선일보의 경우 약 59만명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다.

 

국내 주요 일간지 페이스북 운영 현황. 

 

페이스북과 함께 최근 떠오르고 있는 뉴스유통망은 ‘유튜브’다.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부설 로이터 저널리즘연구소의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17’에 따르면 유튜브는 국내 최대 이용자를 자랑하는 메신저 ‘카카오톡’의 ‘카카오스토리’를 제치고 소셜미디어 부문에서 뉴스이용률 3위에 랭크됐다. 이는 지난해와 비교해 12% 상승한 수치다.

미디어오늘도 지난 1일 ‘언론사 유튜브 전쟁, 탈 포털 꿈꾼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국내 언론사들 사이에서 불고 있는 유튜브 열풍을 보도했다. 동영상콘텐츠를 유통하는 플랫폼의 특성 상, 유튜브에 먼저 뛰어든 것은 종이신문보다는 방송사들이다. 하지만 일간지들도 자체 채널을 통해 유튜브 특성에 맞춘 콘텐츠를 제작하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가장 많은 구독자를 보유한 것은 JTBC로 현재까지 50만5936명을 기록하고 있다. 2위도 마찬가지로 방송사인 YTN으로, 현재까지 36만3749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3위부터 5위까지는 자체 방송채널을 가지고 있지 않은 종이신문과 인터넷매체들이다. 3위는 한겨레로 구독자수가 24만7000명이며, 뉴스타파 22만1122명, 오마이뉴스 18만4508명 등이 뒤를 잇고 있다.

 

2017년 국내 소셜미디어 뉴스콘텐츠 소비 랭킹. <자료=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

 

◇ 유튜브 성공전략은?

언론사들이 새로운 뉴스유통망으로 유튜브를 선호하고 있지만, 어떻게 해야 유튜브에서 성공할 수 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미디어오늘은 해당 기사에서 “유투브 공략의 가장 큰 애로사항은 무엇이 터질 지 예측하기 힘들다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유튜브는 동영상콘텐츠만을 유통한다는 점, 독자의 검색을 통해 콘텐츠에 도달한다는 점, 비슷한 주제의 영상을 시리즈로 묶은 재생목록을 활용한다는 점 등 타 SNS와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어 언론사들의 전략도 아직 확립되지 않은 상태다.

생중계가 가능한 것도 유튜브의 독특한 특성 중 하나다. 각 방송사들은 유튜브에서 라이브 뉴스를 진행하며 시청자들의 반응을 실시간 채팅으로 확인하고 있다. 구독자 수 1위인 JTBC는 정규방송을 유튜브로 생중계하는 ‘정규방송 라이브’를 비롯해 재방송, 특보 등을 유튜브에서 중계하고 있다. SBS도 대선을 비롯해 각종 이슈가 있을 때마다 유튜브에서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유튜브는 이처럼 언론사들의 차세대 생존전략으로 각광받고 있지만, 어떻게 성공할 수 있는지 확실하지 않다는 점에서 여전히 탐구대상이다. 물론 초기 SNS나 포털사이트에 접근하던 기존 언론사들의 전략처럼 선정적인 제목과 썸네일로 클릭을 유도하는 방식도 많이 사용되고 있다. 모바일 독자들의 특성을 고려해 긴 분석기사보다는 짧은 기사들이 주로 유통될 가능성도 높다.

하지만 이러한 전략이 통할 거라는 보장은 없다. 퓨리서치센터의 2012년 조사에 따르면 유튜브에 올라온 뉴스 중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한 것은 유명인을 썸네일에 내세운 선정적인 기사도, 쉽게 읽고 지나갈 수 있는 짧은 기사도 아니었다.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상위 뉴스콘텐츠 중 65%는 전혀 특정인물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 대중의 관심이 높은 유명인이 뉴스 구독의 주요한 원인은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길이도 전혀 뉴스에 대한 접근을 결정하는 요인이 아니었다.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상위 조회수를 기록한 뉴스콘텐츠 재생시간의 중앙값은 2분1초로, 지역텔레비전 뉴스의 41초보다 훨씬 길다. 구간별로 보면 1분 이하가 29%, 1~2분은 21%, 2~5분은 33%, 5분 이상은 18%였다.

 

◇ 콘텐즈의 질이 독자 신뢰 얻어

대형 포털의 언론 장악력을 낮추는 것은 건전한 언론생태계 구축을 위해 필수적이다. 하지만 그것은 전통적인 언론사들이 뉴스 생산과 유통을 독점하던 시대로 돌아가자는 뜻은 아니다. 다양한 소스에서 생산된 뉴스가 다양한 유통채널을 통해 소비되며 특정 언론이나 플랫폼의 영향력이 여론을 좌지우지할 수 없는 균형잡힌 상황이 가장 이상적일 것이다.

주요 언론들의 유튜브로의 진출은 그래서 중요하다. 현재 대형 포털과 페이스북이라는 플랫폼에 지나치게 치중된 뉴스콘텐츠 유통채널을 다양화하기 위한 하나의 시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론사들의 이러한 다변화 노력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처음 포털사이트에서 트래픽을 올리기 위해 경쟁했던 시절의 전략과는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퓨리서치센터의 조사에서 드러나듯이, 선정적인 뉴스로 독자의 이목을 끌 수 있는 것은 적어도 유튜브에서는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언론사 브랜드 인식도가 떨어지는 포털과는 달리 유튜브는 언론사의 자체 채널을 통해 뉴스가 공급된다. 대중의 관심이 집중된 유명인을 내세운 선정적인 썸네일에 1분 미만의 짧고 내용없는 콘텐츠를 다수 업로드해서 단기적으로 조회 수를 끌어올릴 수는 있다. 하지만 이는 결국 장기적으로 해당 언론에 대한 독자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구독자 수의 저하를 야기할 것이다. 결국 내실있는 콘텐츠의 확충이 느리지만 가장 확실한 전략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