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국 대선 당시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의 연결고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 <사진=BBC 홈페이지 캡처>

[이코리아] 러시아게이트를 수사 중인 로버트 뮬러 특검팀이 백악관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찾았다. 마이클 플린 전 백안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로부터 러시아에 접촉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시인한 것.

CNN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플린 전 보좌관은 지난 1일(현지시간) 워싱턴 연방지방법원에 출석해 “트럼프 인수팀의 고위관계자도 (내가) 키슬랴크 전 주미 러시아 대사와 접촉해 미국의 대러 제재에 대해 논의하는 걸 알고 있었다. 이 관계자는 지난해 12월23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이스라엘 정부의 정착촌 건설 중단 결의안 채택을 막기 위해 러시아 등 외국 정부와 접촉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고 진술했다.

지난해 12월 유엔 안보리는 이스라엘 정부가 진행 중인 예루살렘 정착촌을 건설을 중단시키는 내용의 결의안 투표를 앞두고 있었다. 임기 막바지였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결정했지만, 취임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은 거부권 행사를 공식적으로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밖에도 취임 전 다른 국가들과 접촉해 결의안을 반대하도록 압력을 가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플린 전 보좌관의 진술로 쿠슈너에 대한 러시아 게이트 수사에 실마리가 풀릴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 정착촌 건은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과는 별개의 사안이지만, 쿠슈너가 트럼프 내각에서 러시아와의 연결고리 역할을 수행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특히 플린이 미국의 대러제재 관련 러시아와 접촉하고 있다는 사실을 쿠슈너가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특검의 향후 수사 방향은 쿠슈너를 시작으로 트럼프 일가를 향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FBI가 반(反)트럼프 성향이며 편향된 수사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 오전 트위터에서 “클린턴의 돈이 FBI 담당 요원의 부인에게 흘러들어갔다”며 “반트럼프 성향의 FBI 요원들이 클린턴의 이메일을 수사했다. 이제 모든 것이 이해되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코미가 FBI를 맡은 후 FBI의 명성은 최악이 됐다”며 코미 전 FBI 국장을 비난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FBI를 비난하며 러시아 개입설을 부인하고 있지만,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의 러시아 연관설이 밝혀지면서 더욱 궁지에 몰리게 됐다. 쿠슈너에 대한 뮽러 특검팀의 수사가 기정사실화되는 가운데, 딸인 이방카와 트럼프 대통령 자신에게까지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진 때문이다.

미국 언론은 트럼프의 대응 전략을 비중있게 보도하고 있다. 미국인터넷매체 복스(VOX)는 “트럼프 대통령이 플린 전 보좌관의 대선 캠프에서의 영향력을 축소함으로써 위기를 벗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플린이 대선과정에서 중요한 인물이 아니었으며, 그와 러시아와의 접촉도 위로부터 지시를 받은 것이 아니었다”는 식의 논리를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

하지만 트럼프의 이 전략이 먹혀들지는 미지수다. 플린 전 보좌관은 전직 3성장군으로 오바마 정부의 정보담당관이었으며, 트럼프 당선 후 9일만에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임명됐다. 지난 2월 사임하기 전까지 플린은 워싱턴에서 가장 강력한 영향력 있는 인사로 통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이 플린 전 보좌관의 영향력을 축소하는 전략으로 위기를 빠져나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복스(VOX)는 트럼프 대통령이 뮬러 특검을 해임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내다봤다. 뮬러 특검의 해임은 극단적인 선택으로 엄청난 정치적 파장을 몰고 올 수밖에 없기 때문. 로드 로젠스타인 법무부 부장관도 지난 6월 “뮬러 특검을 해임할 권한은 자기에게 있다”며 “합당한 이유가 없다면 뮬러를 해고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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