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차 산업혁명은 IT기술과 바이오기술, 기계기술이 결합한 융복합기술이 혁신을 만들어내는 혁명이다. 각 분야의 기술의 발전을 위해서 미세한 금속분말, 화학물질, 세라믹 소재를 가공하는 기술의 꾸준한 개발이 요구된다. 한국은 그동안 빠른 추격자 전략으로 반도체와 메모리분야에서 세계 정상급에 올랐지만 핵심소재는 아직도 다수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특수합금, 사물인터넷에 사용되는 각종센서의 소재, 에너지저장장치의 부품, 의료용 진단기기의 핵심소재는 수입제품이 많다.

나노미터란 10억분의 1미터를 의미하는데, 나노기술을 활용한 첨단 소재기술은 IT산업과 바이오산업을 선도하는 새로운 동력이 된다. 이글에서는 첨단 소재분야에서 우월한 기술을 가진 선진국의 동향과 한국의 성장방향을 모색해본다.

IBC 7나노미터 노드 트랜지스터. / 참고 : DNA 한가닥의 지름은 약 2.5나노미터, 적혈구세포의 지름은 약 7,500나노미터. (사진=IBM)

IT에 활용되는 나노기술

최근 미세먼지가 국민적 관심을 끌고 있는데, 황사와 같은 미세먼지의 크기는 10나노미터 정도이다. 미세먼지보다 훨씬 더 작은 초미세먼지의 경우 크기가 2나노에 불과하다. 사람의 머리카락이 70나노 정도의 크기인데, 초미세먼지는 머리카락의 30분의 1크기에 불과하다. 이것들은 산업화과정에서 생산되며 인류가 적응할 수 없을 정도로 작아 폐에 들어가면 혈관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피부로도 흡수되어 염증을 일으키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이들을 걸러내기 위해서는 HEPA필터나 공기 중 방전을 통하여 포집하게 된다.

이러한 미세먼지나 초미세먼지의 크기는 정보통신기기에서 일반적으로 공정에 이용되는 보편적인 사이즈에 불과하다. 필자는 LCD와 저장장치 산업에 오래 종사했는데, 유리로 된 LCD패널에 IC를 부착할 경우 ACF라는 재료를 사용하여 작업했다. ACF에 포함된 도전볼은 플라스틱구슬에 금가루가 코팅되어 있는 물질인데 크기가 머리카락 20분의 1인 겨우 3나노 정도이다. 이 구슬을 200도의 고열로 3~5초 정도 압착하면 금구슬이 터지면서 회로를 연결한다.

한국의 주력산업인 반도체의 경우 생상된 제품의 크기가 줄어들면 전자가 물품의 내부에서 이동하는 거리가 짧아져 전력소모와 발열은 줄어들고 성능은 더 높아진다. 인텔이 만드는 8세대 코어프로세서 CPU의 경우 회로가 10나노 정도이며, 삼성전자도 10나노 공정에서 메모리를 생산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조만간 7나노급 반도체까지 양산에 들어갈 계획을 세우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먼지가 반도체 생산공정에서는 큰 오류를 야기하기 때문에, 제조공정에서 공기 0.5나노 크기의 입자들은 구역별로 입방피트당 1~1,000개 미만으로 관리된다. 이 분야들은 한국의 주력산업이라, 필자도 수년간 클린룸을 건설하고 방진복을 착용하며 정밀한 기계의 제작과 운영을 지속했다. 남들은 깨끗한 환경에서 생활한다고 생각할지 모르나, 방진복 작업은 피로도가 높은 편이다.

IBC 7나노미터 반도체 시제품. <사진=IBM>

바이오, 기계 등 새로운 분야와 결합

제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면서 정보통신 분야의 나노기술은 바이오, 기계분야의 기술과 새롭게 결합하고 있다. 사물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운동보조장치의 바이오센서, 공기나 수질을 분석하는 센서, 유해식품검출센서, 휴대폰의 자기센서들은 다양한 정보통신기기에 부착되어 활용도를 높여가고 있다. 3D프린팅이 발달하면서 프린팅에 활용 가능한 고분자소재, 금속소재, 세라믹소재, 바이오소재에 대한 도전적인 연구도 활발하다.

나노기술로 구현되는 새로운 소재들에는 우리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한 것들이 많다. 인공망토는 광학적인 인공물질을 이용하여, 빛이 휘어져 물건이 보이지 않게 한다. 현재 수 밀리미터 정도의 크기로 개발되어 있다. 투명망토는 올해 개봉된 영화 ‘공각기동대’에서 스칼렛 요한슨이 입는 것으로 설정되었고 대중의 큰 관심을 받았다.

나노수염은 0.01나노크기의 수염이 옷감에 박혀 있는데, 이 수염들은 섬유가 오염되거나 옷감이 구겨지는 것을 방지한다. 열전소자는 열을 전기로 바꿔주는 소자이다. 기존 제품은 비스무스 텔룰라이드 같은 합금을 이용하였으나, 최근 개발된 제품은 탄소나노튜브 양쪽의 온도차로 전기를 생산한다. 상용화되면 인간의 체온으로 사물인터넷 장비에 충분한 전기를 공급할 수도 있다. 각종 모바일기기의 동력원이었던 태양전지도 기존에는 실리콘 평판으로 제작되었으나, 최근에는 다양한 유기물이 사용되고 있고, 다양한 형태로 제작되어 외장재나 유리창이 발전을 하는 건물일체형 태양전지도 발표되었다. 인공광합성 기술은 태양에너지를 활용하여 이산화탄소를 포집하여 액체연료를 만드는 복잡한 기술로, 그 개발에 다양한 나노입자들이 활용되고 있다.

흑연에서 2004년 추출된 그래핀이란 물질은 터치스크린 등의 다양한 IT기기에서 활용도를 높이고 있다. 그래핀은 탄소원자가 벌집모양의 육각구조를 이루면서 1개의 층으로 펼쳐져있는 물질이다. 상온에서 구리보다 100배나 많은 전류를 실리콘보다 140배나 빠르게 흘러가게 할 수 있다. 전체용량의 1%만 넣어도 플라스틱에 전기가 통하고 0.1%만 넣어도 플라스틱이 열에 대한 저항이 30%나 늘어난다. 삼성전자는 그래핀을 이용하여 기존 배터리보다 충전속도를 무려 5배나 단축하고, 용량은 40% 증가시키는 꿈의 배터리소재 ‘그래핀 볼’을 개발하여 지난달 발표하기도 하였다.

이 그래핀을 둥글게 말면 탄소나노튜브가 된다. 탄소나노튜브는 열이나 전기전도율이 높으면서도 강철보다 100배나 강하다. 알루미늄에 탄소나노튜브를 첨가하면 무른 알루미늄의 강도가 4배나 강해진다. 애플의 경우 탄소나노튜브를 포함한 접혀지는 휴대폰에 대한 특허를 획득하기도 하였다. 탄소나노튜브의 가벼우며 강한 성질은 방탄조끼 등에 활용되기도 한다.

2009년 개봉된 영화 아바타에서는 지구의 자원 고갈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판도라’는 가상의 행성에서 얻을 수 없다는 의미를 가진 언옵타늄(Un+Obtainable+ium)을 채굴하는 장면이 나온다. 영화속의 언옵타늄처럼 인류가 얻고자 하나 개발이 어려운 물질로는 초전도체가 있다. 초전도체는 특정 온도 이하에서는 전기저항이 0에 가까운 물질이다. 실제로 초전도체를 자석위에 두면 자기부상열차처럼 물질이 자석위에 붕붕 떠다닐 수 있다. 초전도체는 전력의 손실이 거의 없이 전기를 송전할 수 있고, 핵융합발전에서 플라스마를 가두거나, 강력한 전자기력을 발생시켜 발전에 활용될 수도 있다. 현재는 영하 70도 정도에서 초전도상태가 되는 물질은 개발되어 있고, 연구에 사용되고 있다.

나노기술 연구자들은 손상되었을 경우 스스로 치유되는 소재, 금속의 피로나 균열을 막아주는 소재, 소프트로봇에 사용될 소재의 개발에도 열심이다. 자가치료 소재를 활용하면 손상된 아스팔트가 스스로 회복되며, 아스팔트의 큰 손상은 고주파로 간단히 복구할 수 있다. 연구단계이지만 로봇의 팔 등에 균열이 생기면 금속내부의 나노입자들이 이동하여 균열을 보수한다. 다양한 첨단 소재들은 소프트로봇에도 적용되어 사람처럼 부드러운 조직을 가지면서도 자유롭게 움직이는 똑똑한 로봇을 만들어낸다.

 

빨간 불 켜진 한국의 나노산업

미국은 전통적으로 우주항공, 국방관련 소재개발에 열심이었고, 기술을 선도해왔다. 최근 에너지와 환경분야의 소재개발에도 열심이다. 전통적인 IT기업인 구글도 인류에 대한 치료를 목표로 나노로봇 연구에 나섰다. 독일은 널리 알려진 금속연구 강국이다. 히든챔피언은 세계시장을 지배하면서도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강한 기업들을 의미한다. 그런데, 히든챔피언 중 다수는 독일의 부품이나 소재기업이 차지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소재를 실제로 제품에 활용하는 업체와 소재업체, 연구업체와 간의 긴밀한 협력이 장점이다. 일본은 새로운 소재의 개발보다는 분석을 통한 기술개발이 장점이다. 일본에서는 오래전부터 사고 시 원상으로 회복되는 형상기업합금 등에 대한 연구가 지속되어왔다. 후발주자인 중국의 경우 주력산업인 디스플레이와 전지분야에서 지속적으로 경쟁력을 향상시키고 있다.

한국의 소재산업규모는 대략 세계 6위권이나 기술수준은 미국의 75%에 지나지 않는다. 그동안 부품소재 기업에 대한 육성정책으로 성장을 지속했으나 최근 한국의 나노산업에도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생산은 증가하였으나 정체되고 있으며 소재의 수출은 소폭하락하는 추세를 보이기도 하였다.

일반적으로 첨단 신소재는 개발에 많으면 10년이 걸리고 지속적인 연구개발비가 투입된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한국의 경우 금속의 미세구조에 대한 연구가 꾸준했고, 그래핀이나 탄소나노튜브에 대한 연구는 비교적 활발했다.

다양한 사물인터넷과 로봇에 활용될 첨단소재는 생산유발계수가 높기 때문에 큰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중소기업의 혁신역량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 나노기술을 활용하는 소재산업을 4차 산업시대를 이끌 핵심동력으로 성장시키기 위해서 꾸준한 국민적 관심이 필요하다. 첨단 소재에 대한 관심과 연구가 지속되면 언젠가는 영화 아바타에 나오는 ‘판도라’와 같은 외부 행성에 가지 않고, 한국에서 다양한 언옵타늄을 생산하는 원대한 목표를 달성할 것이다.

 

<필자 약력>

여정현

-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 대우그룹 회장비서실

- 안양대학교 평생교육원 강사

- (주)명정보기술 산호세법인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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