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중국에 다시 대북 원유공급 중단을 요구했다. 사진은 니키 헤일리 미국 유엔 주재 대사. <사진=인디펜던트 홈페이지 캡처>

[이코리아] 북한이 군사도발을 재개함에 따라, 미국이 중국에 다시 북한에 대한 원유공급 중단을 요구했다. 하지만 원유금수가 북핵문제의 해법이라는 미국의 생각에 대해 전문가들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 CNBC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니키 헤일리 미국 유엔 주재 대사는 29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날 오전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통화를 갖고 북한에 대한 원유 공급을 중단해달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헤일리 대사는 “중국은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우리가 원유공급 문제를 직접 해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백악관 또한 이날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과 북한 미사일 도발에 대한 대응을 논의하면서 북한 비핵화를 위해 중국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북한을 설득할 것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미국이 북한의 군사도발에 대해 중국의 협조를 우선시하는 것은 북한의 대중국 의존도가 매우 높기 때문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발표한 북한의 대외무역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북한 전체 무역에서 중국과의 교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92.7%였다.

원유 관련 무역 통계는 중국과 북한 양국이 공개하지 않아 계량화된 수치는 없다. 하지만 북한은 1990년 러시아로부터 원유공급이 중단된 후 원유 및 석유제품 전량을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유엔의 통계자료(UN Comtrade)따르면 2010년 이후 중국은 매년 약 53만톤의 원유를 북한에 공급하고 있다.

이처럼 북한의 중국에 대한 원유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중국이 송유관 밸브를 잠그지 않는 한 대북제재는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에 시 주석에게 원유 문제를 다시 한 번 거론한 것도, 중국의 원유공급이 대북제재의 가장 핵심적인 사안이기 때문.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중국이 원유공급을 중단할 경우 북한이 어쩔 수 없이 대화의 테이블로 나오게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 래리 닉시 연구위원은 지난 9월 미국의소리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원유공급을 중단하면) 당장 2~3주 안에 평양 등 북한 내 주유소들이 문을 닫을 것”이라고 말했다. 닉시 위원은 원유공급이 중단되면 4~5개월 내로 공군 항공기 운용에도 차질이 발생할 것이라면서, 원유공급 중단이 북한에 가장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중국이 원유공급을 중단해도 핵개발 속도를 늦추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북한의 에너지 수급 구조에서 석유가 차지하는 비중이 그다지 높지 않기 때문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5년 기준 북한 에너지 수급구조에서 석유비중은 약 9.1%로 우리나라가 2015년 38.1%를 기록한 것에 비해 약 4분의 1 수준이다. 북한의 에너지 수급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석탄으로 2015년 기준 약 35.6%다. 수력발전도 1990년 15.6% 정도였으나 2015년 29.4%로 비중이 약 두 배 가량 커졌다.

게다가 북한은 미국의 원유금수조치에 대비해 오래 전부터 액화석유 생산설비를 갖춰왔다. 경상대학교 통일평화연구센터 소장 박종철 교수는 지난 9월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소련은 1960년대, 중국은 1980년대에 (북한에) 액화석유설비를 건설해줬다”면서 “액화석유시설은 환경오염문제가 심각하지만 북한은 이에 신경쓸 겨를이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원유 및 석유제품 공급이 중단될 경우, 군 시설보다는 일반 주민의 피해가 가중될 것이라는 연구결과도 보고됐다. 미국의 안보환경자원정책 민간연구기관인 노틸러스 연구소는 지난 9월 대북 원유공급이 중단돼도 핵심적인 핵개발 프로그램은 물론 군의 평시활동 및 전시 작전능력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이미 상당한 수준의 석유대체능력을 갖춘데다, 겨울용 난방유를 제외하고도 약 1년치의 석유를 비축하고 있기 때문.

노틸러스 연구소는 원유금수조치가 실행되면 북한 정부가 군 시설의 유지를 위해 석유반출을 통제할 것이며 이로 인해 일반 주민들이 난방, 취사, 교통 등에 사용할 석유가 부족해 고통을 겪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한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으로서도 북한과 연결된 송유관은 사실상 유일한 통제수단이기 때문에, 아무리 미국이 강하게 요구하더라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과 북한을 연결하는 송유관은 연간 원유 300만톤을 공급할 수 있는 수준이지만, 실제 공급량은 연간 53만톤 수준이다. 이는 송유관이 막히지 않도록 유지하기 위한 최소 공급량 60만톤과 비슷한 수치다. 즉, 중국은 북한에 충분한 원유공급을 해주는 것이 아니라 송유관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양만 공급하고 있다는 것.

박 교수는 “중국도 북한 핵 문제로 어려움이 큰 상황”이라며 “원유 금수로 김정은을 통제할 수 있지도 않은데 송유관까지 포기하면 북한을 다룰 카드가 거의 없어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이어 “중국은 철도라는 간편한 방법을 놔두고 240명의 직원과 높은 관리, 유지비가 드는 송유관을 고수하고 있는 까닭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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