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위한 변호사모임 사무실에서 열린 '고 정치호 변호사 사망사건 진상조사 요구 기자회견'에서 김용민 변호사가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국가정보원 소속 정치호 변호사(43)의 유족이 “사망 원인을 자살로 단정할 수 없다”며 진상조사를 촉구했다. 고 정치호 변호사는 국가정보원의 ‘댓글수사’를 방해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던 중 지난 달 30일 숨진 채 발견됐다.

정 변호사의 유족과 변호인단은 24일 오전 11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 변호사의 죽음을 자살로 단정해 사건을 종결해서는 안 된다. 철저한 조사를 통해 자살인지 타살인지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 변호사는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과 관련해 2차 검찰조사를 앞둔 지난달 30일, 춘천 소양강댐 인근 주차장에 세워둔 자신의 그랜저 승용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으나 차량 안에서 번개탄을 피운 흔적이 있었으며,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부검 결과 혈중일산화탄소농도가 치사량 기준 20%를 넘는 78%인 것으로 확인됐다. 정 변호사는 사망 하루 전인 29일에는 강릉시 주문진읍 해안도로에 위치한 높이 10여m의 다리에서 뛰어내렸다가 해경에 의해 구조되기도 했다.

유족과 변호인단은 기자회견에서 정 변호사의 사망을 자살로 단정할 수 없는 5대 의혹을 제기했다. 유족측은 정 변호사가 사망 전날 투신을 시도한 바다의 수심이 1.5m정도로 깊지 않은데다 평소 행인의 왕래가 많았다는 점을 들어 실제로 자살을 시도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정 변호사가 평소 3대의 휴대전화를 사용해왔으나 사망 당시 차량에서는 1대 밖에 발견되지 않았으며, 차량 트렁크에 서류를 담는 보자기 3개 중 2개의 보자기를 누군가 가위로 자른 흔적이 발견된 점도 의문으로 꼽았다. 특히 정 변호사의 손에서 번개탄을 만진 흔적이 발견되지 않은 점을 최대 의문으로 꼽았다. 일반적으로 번개탄을 이용한 자살을 시도한 경우 대부분 번개탄을 만진 흔적이 남는데 비해 정 변호사는 그 흔적이 없어 누군가 번개탄을 피웠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또 정 변호사의 사망 사건이 2015년 발생한 국정원 직원 마티즈 번개탄 사망사건과 유사하다는 점도 타살 의혹을 키우는 부분이다.

유족과 변호인단은 “수사기관이 사라진 휴대전화의 통화내역을 확보하고 정 변호사가 사망 전 이동한 구간에 대한 CCTV 기록을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에 대해서도 “정 변호사의 사망 원인을 철저하게 조사해달라”고 요구했다.

유족들은 현재 진상규명을 촉구하며 강원대학교 영안실에 안치된 정 변호사의 시신 인수와 장례 절차를 거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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