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이 23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세월호 유골 발견 은폐 의혹에 대해 허리숙여 사과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해양수산부가 세월호 유해발굴사실 은폐 의혹에 대한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23일 해수부가 발표한 진상조사 결과에 따르면, 김현태 세월호 현장수습본부 부본부장은 17일 오후 1시30분경 유해발굴사실을 보고받았으나, 미수습자 가족들의 추모식과 장례식 일정에 차질을 우려해 발인 및 삼오제 이후 발굴사실을 통보하려 했다고 진술했다. 이 과정에서 김 부본부장은 현장수습반에 유해발굴사실을 공개하지 않도록 지시하고, 세월호 후속대책 추진단장 이철조와 유해발굴사실 지연 전파에 대해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춘 해수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김 부본부장은 유골의 주인이 기존에 선체 수색과정에서 수습되었던 몇 분 중의 한분일 것이라고 예단했다”며 “가능성이 크지 않은 미수습자 가족에게 미리 알려 장례식 일정에 혼선을 초래하고, 확인에 걸리는 2주일간 고통의 시간을 더 보내게 하는 것이 2년간 미수습자 가족과 함께한 현장책임자로서는 할 수 없는 일이었다”고 설명했다.

김 장관은 또 21일 세월호 미수습자인 조은화·허다윤양의 가족에게만 유해발굴사실을 알린 이유에 대해서는 “유골이 은화나 다윤이의 것이라는 예단이 크게 작용한 것 같다”며 “21일이 (세월호 미수습자) 삼오제 날이었다. 21일 삼오제를 지내고 나서 미수습자 가족에게 연락을 해드려야 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고 한다”고 답했다.

김 부본부장은 지난 17일 세월호 수색과정에서 유골을 발견했음에도 이를 선체조사위원회,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 및 다른 유가족에게 알리지 않고 은폐하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 부본부장은 당시 현장 관계자들에게 “내가 책임질테니 유골 수습 사실을 누구에게도 알리지 말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해수부의 브리핑으로 김 부본부장의 은폐 동기가 밝혀졌으나 여전히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대다수다. 특히 유골 발견 하루 전인 16일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 5명이 추가 수색을 포기하겠다고 발표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김 부본부장이 수색작업이 연장되는 것을 막기 위해 유해발굴사실을 은폐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성욱 ‘4·16 세월호 피해자 가족협의회’ 인양분과장은 지난 22일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수색을 종료하려던 참에 유골이 발견돼서 추가 수색 여론이 형성될까봐 일부러 감춘 것은 아닌지 불순한 의도가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4,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지난달 17일 발표한 진상규명 방해세력 명단에 유해발굴사실 은폐 의혹을 받고 있는 김현태 세월호 현장수습본부 부본부장의 이름이 포함돼있다. <자료=4.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일부 누리꾼들은 김 부본부장이 과거 세월호 진상규명을 방해했던 전력이 있다며 고의적으로 수색을 방해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지난달 17일 발표한 ‘진상규명(설립, 조사) 방해세력 명단’에는 김 부본부장의 이름이 포함돼있다. 특조위는 김 부본부장(당시 세월호 인양추진단 부단장)을 “세월호 인양지연, 선체훼손, 미수습자 유실방지망 부실조치 등으로 인양을 방해한 의혹”이 있다며 진상규명 방해세력 명단에 등록했다.

당시 특조위가 명단과 함께 발표한 보고서에는 “인양과정에서 해수부는 충분한 사전설명 없이 중요한 증거인 선체를 훼손하는 작업방식에 여러 차례 동의했다. 인양 과정에서 선체 절단 내역과 절단 사유의 적절성, 선수(뱃머리) 들기 과정에서 대형 파손에 대한 준비의 적절성(2016년 6월13일), 해수부의 선미램프 개방 인지시점 및 증명자료(ex. 잠수기록 및 동영상, 음파탐지결과물 등)와 관련 책임자인 연영진, 이철조, 김현태, 장기욱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적혀 있다. 이처럼 과거 세월호 인양과정에서 김 부본부장의 부적절한 처신이 드러나면서, 유골 은폐 동기에 대한 추가적인 수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편 이번 세월호 유골 은폐 의혹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2일 “미수습자의 수습은 유족들만의 문제가 아닌 온 국민의 염원인데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며 “철저한 진상규명과 함께 책임을 묻고 유가족과 국민에게 한 점 의혹 없이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지시했다. 이낙연 국무총리 또한 “진상을 철저히 밝히고 응분의 조치를 취하겠다.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 거듭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김 부본부장은 이미 보직해임을 당한 상태다. 하지만 여론을 비롯해 야권의 반발이 거세 김영춘 해수부 장관의 거취도 불분명하다. 김 장관은 23일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책임을 느낀다. 책임질 부분이 있으면 책임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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