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증권 출신 임직원 불안, 구조조정 우려

KB증권 차기 사령탑을 두고 관심이 뜨겁다. 좌측부터 윤경은 KB증권 사장,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전병조 KB증권 사장.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윤경은·전병조 사장의 ‘투톱’ 체제로 운영되어온 KB증권의 차기 지배구조를 놓고 증권업계의 관심이 뜨겁다. 두 사장의 임기가 곧 만료되는데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연임이 확정되면서 단독체제로의 전환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기 때문.

올해 1월 구KB투자증권과 현대증권의 합병으로 설립된 KB증권은 지금까지 현대증권 출신 윤경은 사장과 KB투자증권 출신 전병조 사장의 투톱체제로 운영돼왔다.

두 대표의 이력은 판이하다. 윤 사장은 외국계 금융사인 제럴드 한국지사 근무를 시작으로 굿모닝신한증권 전무, 신한금융투자 부사장, 솔로몬투자증권 사장을 거쳐 2012년 현대증권 사장에 취임한 정통 증권맨이다. 반면 전 사장은 29회 행정고시에 합격한 후 재무부 금융협력관 사무관, 금융정책국 서기관, 기획재정부 국장을 지낸 관료 출신이다. 전 사장은 이후 민간금융업계로 자리를 옮겨 NH투자증권 전무, KDB대우증권 전무를 거친 뒤 2015년 KB투자증권 사장에 취임했다.

KB증권은 합병에 따르는 혼란을 예방하고 조직을 안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투톱체제를 도입했다. 윤 사장이 기존 현대증권의 전문분야인 WM(자산관리)과 S&T(세일앤트레이딩)을 맡고, 전 사장이 KB투자증권의 강점인 IB 및 WS(홀세일)을 담당했다. 올 초에는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연임이 확정되지 않아 차기 KB금융 지배구조의 변동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KB증권에 확고한 1인 경영체제를 도입하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있었다.

투톱체제로 인해 경영에 혼선이 올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지만 두 경영인의 확실한 업무 분담으로 KB증권은 올 상반기 좋은 실적을 기록했다. KB증권은 올 상반기 1124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이중 전 사장이 담당하고 있는 IB부문의 기여도가 57%에 달한다. 반면 윤 사장도 지난해 251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S&T부문을 올 상반기 547억원 흑자로 돌려놓아 역량을 입증했다. 현재까지 양 대표의 성적은 호각지세다.

좋은 실적을 바탕으로 두 대표가 연임할 가능성도 있지만 업계에서는 단독 대표 체제를 예상하는 이들이 많다. 현재 KB증권은 구 현대증권 출신 직원들과 KB투자증권 출신 직원들에게 서로 다른 임금체계를 적용하고 있다. 비록 KB투자증권 출신들의 진급이 좀 더 빠르지만, 노조가 있던 현대증권 출신 직원들의 연봉이 더 높아 내부적으로 갈등이 있어 왔다.

이 때문에 KB증권의 차기 대표가 누가 되더라도 임금체계 단일화를 통해 내부조직을 일원화시키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업계에서는 연임이 확정된 윤종규 회장이 내부 통합을 마무리하기 위해 단독대표를 선임,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현대증권 색채가 강한 윤경은 대표가 자연스럽게 퇴진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제3의 인물이 단독 대표로 선임될 가능성도 있다. KB증권 내부 후보로 하마평에 오르는 이는

김성현 IB총괄본부장(부사장)과 공현무 법인영업부문장(부사장) 등이다. 증권사 내부가 아닌 KB금융지주에서 옮겨 올 가능성도 있다. KB금융에서 전략기획부장, 경영관리부장을 지낸 이동철 전략총괄 부사장과 자산관리(WM) 업무를 맡고 있는 박정림 부사장, 전귀상 기업투자금융(CIB) 총괄 부사장등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다.

KB금융지주의 관점에서는 계열사간 시너지 극대화가 최우선 과제다. 따라서 지주에서 역량이 검증된 인물이 KB증권 차기 수장으로 전격 발탁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KB증권 관계자는 <이코리아>와의 통화에서 단독대표체제 도입에 관한 질문에 “아직 차기 대표 선임과 관련해서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이 없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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