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종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장이 22일 오전 경기 수원아주대학교 병원 아주홀에서 브리핑을 취소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누구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고 조직에 충성한다고 한다. 전 반대다. 사람만 보고 간다"

아주대병원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장 이국종 교수의 말이다. 이 교수는 22일 북한 귀순병 상태를 설명하는 자리에서 이 말을 했다. 이 말엔 뼈가 담겨 있다. “사람만 보고 간다”는 말의 뜻은 환자의 목숨을 구하는 일이 최우선임을 뜻한다.

이 교수는 지난 13일 심각한 총상을 입고 긴급 후송된 북한군 병사를 2차례에 걸친 대수술 끝에 목숨을 살려냈다. 그런데 귀순병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외부로부터 잡음이 들려왔다. 북한군 병사의 몸에서 기생충이 나온 사실이 공개되자 ‘환자 인권 침해’라며 비판이 가해진 것. 이에 이 교수는 “기생충 발견 사실을 알린 것은 기생충이 환자 치료에 중요 변수가 될 수 있을 거라고 판단한 때문이지 환자를 무시해서가 아니다. 이 점을 이해해주면 좋겠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 교수는 이날 작심한 듯 "한쪽은 저를 두고 '빨갱이'라고 하고 다른 한쪽은 친미주의자'라고 한다. 요즘에는 저보고 '적폐'라고도 하는데 환자 생명 살리는데 좌우 이념이 무슨 소용이 있나”라는 말도 했다.

이 교수는 "국가적으로 주목받는 일을 하다보면 불협화음이 터지는 것 같다. 이런 상황들이 굉장히 자괴감이 들게 한다. 의사들은 어느 환자든 쉽게 생각하지 않는다. 제가 북한 환자 치료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전에도 더스트오프(미 육군 의무항공기)팀이 (북한 환자)데리고 와 살린 적 있다. 이번에는 소문이 나니까 이렇게까지 일이 커진 것 같다“라며 이해를 구했다.

이 교수는 이어 "북한 청년이 남한에 와서 보고자 했던 것은 어디서 다치든 30분 내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나라라고 저는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한민국 헌법조항을 PPT로 보여주며 "제가 헌법을 들여다 본 건 몇 십년 만에 처음이다. 환자 프라이버시(privacy)를 위해 동의서도 받는다. 익명성 하에 수술 장면을 공개하는 것이다. 이런 게 안 되면 대한민국 의료계는 발전할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북한 귀순병의 향후 치료 일정에 대해서는 “수일간 경과를 더 지켜본 뒤 관계 당국과 협의를 거쳐 군 병원으로 후송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국종 교수는 의료 선진국인 미국에서도 인정하는 뛰어난 의사다. 이교수는 2009년과 2010년 2012년 잇따라 백악관으로부터 감사장을 받았다. 2010년 보건복지부장관 표창에 이어 2011년 국민포장을 수상했고, 현재 대한민국 명예 해군 소령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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