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군사령부가 공개한 TOD 영상. 영상 중앙에 쓰러져 있는 북한 귀순 병사와 구조를 위해 접근하고 있는 우리 군 부사관 2인의 모습이 확인된다. 우측 나무 사이로 엄호 중인 권 중령의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 <사진=유엔군사령부 영상 캡처>

[이코리아] 유엔군사령부가 지난 13일 북한 병사가 군사분계선을 넘어 귀순할 당시 상황이 담긴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는 북한 추격조가 군사분계선 너머로 총격을 가하고, 추격조 중 한명이 귀순자를 따라 군사분계선을 넘는 장면이 녹화돼있다.

유엔사 군사정전위원회는 22일 서울 용산 국방부청사 브리핑룸에서 북한 귀순 병사가 차량을 몰고 군사분계선을 넘는 상황이 담긴 CCTV영상과, 총격을 받고 쓰러진 북한 귀순 병사를 우리 군이 구조하는 장면이 담긴 TOD(열상감시장비) 영상을 공개했다.

유엔사가 공개한 영상은 13일 오후 3시 11분 귀순자가 탄 지프 차량이 논밭 사이로 난 북한 구역 도로를 달리는 장면으로 시작했다. 곧 JSA구역으로 들어선 지프차량은 군사분계선 으로 향했으나 문제가 발생했는지 군사분계선을 넘기 전 멈춰 섰다. 당시 상황은 나무에 가려 확인되지 않으나 바퀴가 배수로에 빠져 멈추게 된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4명의 북한 병사들이 북한 구역 내 판문각에서 급하게 나와 지프 차량 쪽으로 향하는 장면이 이어졌다. 다음 장면에서는 귀순 병사가 차량을 배수로에서 빼내기 위해 시도를 하다 뜻대로 되지 않자 차문을 열고 군사분계선을 넘어 도주를 시작했다. 마침 이때 4명으 북한 추격조가 도착해 귀순 병사를 붙잡을 뻔 했으나, 가장 가까이에 있던 추격조 병사가 낙엽을 밟고 넘어지면서 실패했다.

추격조는 군사분계선을 향해 도주하는 귀순 병사를 향해 총격을 가했다. 사태가 군사분계선 바로 근처에서 벌어졌기 때문에 총알 다수가 군사분계선을 넘어 남쪽으로 향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추격조 중 한명이 급하게 귀순 병사를 뒤쫓다가 군사분계선을 넘었으나, 황급히 북한 구역으로 되돌아가는 장면도 공개됐다.

북한 추격조 병사 한명이 군사분계선을 넘고 있는 장면. 이후 이 병사는 황급히 북한 구역으로 되돌아갔다. <사진=유엔군사령부 영상 캡처>

이후 이어진 내용은 TOD에 촬영된 우리 군의 북한 귀순 병사 구조 장면이다. 영상에서 귀순 병사는 총격을 받아 군사분계선 근처의 담벼락 아래에 쓰러져 있다. 이후 대대장과 부사관 2명을 포함한 우리 군 3인이 쓰러져있는 귀순 병사에게 낮은 포복으로 조금씩 접근하는 과정이 이어졌다. 대대장은 낮은 포복자세로 뒤에서 엄호를 하고 있었으며, 부사관 2인이 귀순 병사에게 접근해 가까스로 구조에 성공했다.

한편 이번 영상 공개로 인해 권영환 대대장(중령, 육사54기)도 의혹을 벗게 됐다. 구조 이후 군 당국은 권 중령이 중사 2명과 함께 직접 낮은 포복으로 접근해 귀순 병사의 신병을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권 중령은 당시 “왜 부하들을 보내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차마 아이들을 보낼 수 없었다”고 말해 미담의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그것도 잠시, 일각에서 “권 중령이 구조 작전에 직접 참여한 것은 아니다”라는 의혹이 제기되며, 군에서 미담을 조작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하지만 이번 유엔사 공개 영상에서 권 중령이 낮은 포복으로 접근해 부사관 2인을 엄호하는 장면이 공개돼 미담은 사실로 드러났다.

조사 결과를 발표한 채드 캐럴 유엔사 공보실장은 “JSA 내에서 발생한 불확실하고 모호한 사건을 갈등을 고조시키지 않고 마무리한 JSA 경비대대 소속 한국군 대대장의 전략적인 판단을 지지한다”며 권 중령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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