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75세인 '대도(大盜)' 조세형이 좀도둑질을 벌이다 경찰에 붙잡혔다. 조씨는 "선교활동을 위한 사무실 임대보증금을 마련하기 위해 절도를 하게됐다"며 고개를 떨궜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4일 고급주택가에 침입해 귀금속을 훔친 혐의(상습절도)로 조세형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씨는 금반지, 로렉스 시계 등 3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종교인으로 새 출발을 결심한 조씨는 지난해부터 강남 논현동에 사무실을 얻어 본격적으로 선교활동을 펼칠 계획을 세웠다.

서울역 노숙자 선교단체에 고문으로 등록하고 활발한 활동을 하기도 했다. 범행 사흘 전만해도 대구에서 열리는 예배에 참석해 강의를 했다.

선교활동을 하는 내내 생활고에 시달리지는 않았다. 선교단체로부터 매달 100만원~150만원의 활동비를 받아 생활 자체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부인이 새 출발을 하라며 건네준 3000만원을 사기를 당한 뒤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사무실을 얻기 위한 임대보증금 3000만원을 무속인에게 사기 당한 것이다.

조씨는 "1년 동안 갖은 노력을 했는데 (3000만원이) 해결이 안됐다. 결국 이성을 잃고…부끄럽다"고 말했다.

사기를 당한 후 '이성을 잃은' 조씨는 강남 고급빌라 주위를 눈여겨보며 범행을 물색했다. 미리 펜치 등 '연장'도 챙겨뒀다. 선교활동 사무실을 구하기 위해 절도를 결심한 것이다.

명성을 날리던 때의 '습성'이 나타났지만 조씨의 행동은 아마추어였다. 이미 세월이 많이 지난 터라 몸이 말을 듣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성기의 조씨는 목표를 정하고 치밀한 계획을 세우기보다 즉흥적으로 절도를 벌이는 스타일이었다. 절대 무기를 사용하지 않는 습성으로 유명했다.

조씨는 범행 과정에서 '대도'에 걸맞지 않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을 벌였다. 3일 오후 8시30분 눈여겨 둔 고급 빌라 유리창을 노루발못뽑이(속칭 빠루)로 깨고 침입했다. 대형 빠루는 인근 공사장에서 주웠다. 이른 저녁이라 유리창을 깨는 소리가 크게 울렸고, 동네 주민들이 곧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보통 노루발못뽑이는 잠금장치를 여는데 사용한다"고 귀띔했다. 결국 조씨는 유리를 깨는 소리를 들은 이웃주민의 신고로 30분 만에 붙잡혔다.

조씨는 "나는 옛날부터 노루발못뽑이를 사용해본 적이 없다"며 "내가 생각해도 아마추어 같은 행동이었다"고 진술했다. 그는 "이제 힘이 없어서 예전처럼 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선교 활동을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는 진술을 되풀이하던 조씨는 기독교인들에게 누가 되지 않겠냐는 질문에 "그것 때문에 지금 죽고 싶다. 더 이상 크리스천이라고 말할 자격이 없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한편 조씨는 1970~1980년대 부유층과 유력인사의 집을 상대로 절도를 벌여 '대도', '홍길동'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당시 그는 가난한 사람의 집은 털지 않으며 어떤 경우에도 무기를 사용하지 않는 등의 행동으로 '홍길동'으로 불리기도 했다. 1982년 붙잡혀 15년간 수감생활을 했으며 출소 후 종교인으로 변신해 목회활동을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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