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트럼프 대통령의 핵무기 사용명령을 거부할 수 있다고 밝힌 존 하이튼 미 전략사령관.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존 하이튼 미 전략사령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핵무기 사용명령을 거부할 수 있다고 발언하면서, 대통령의 핵무기 사용권한에 대한 논쟁이 미국 정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로이터통신이 18일(현지시간) 보도한 바에 따르면, 하이튼 사령관은 이날 캐나다 핼리팩스 국제안보포럼에서 “대통령의 지시가 불법적인 일에 해당하면 당연히 ‘그건 불법입니다’라고 얘기할 것”이라며 “위법적이라고 판단되면 트럼프 대통령의 핵공격 지시를 거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이튼 사령관의 발언은 지난 14일 미 상원에서 대통령의 핵무기 사용명령 제한을 주제로 열린 외교위 청문회에서 논의된 내용과 이어진다. 뉴욕타임즈의 15일 보도에 따르면, 오바마 행정부에서 전략군 사령부를 지휘했던 로버트 켈러 전 전략사령관은 당시 청문회에 출석해 “대통령의 핵무기 사용명령이 적법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될 경우, 전략군 사령부가 거부할 수 있다”며 “군은 합법적인 명령에 따라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지, 불법적인 명령까지 준수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대통령의 독점적인 핵무기 사용 권한에 대한 논쟁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후보로 출마한 이후부터 시작됐다. 외교 경험이 부족하고 충동적인 기질의 트럼프 후보가 대통령이 될 경우 즉흥적인 핵무기 사용 결정으로 미국이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것.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 이후 북한과 관련해 지속적으로 군사적 옵션의 사용 가능성을 언급하는 한편, “화염과 분노”같은 과격한 발언을 남용해 많은 이들로부터 ‘3차대전이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산 바 있다.

이 때문에 지난 6월에는 약 50만명의 미국시민이 지난 1월 재발의된 ‘핵무기 선제 사용제한 법안’의 통과를 촉구하며 미 의회에 청원을 전달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이 핵무기 사용을 결정할 경우 이를 제재할 수 있는 수단은 있을까? 하이튼 사령관과 켈러 전 사령관의 발언과는 달리 트럼프 대통령이 일단 핵무기 사용을 결정할 경우 이를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법적으로 핵무기 사용의 권한은 대통령에게 있다. 지난 1946년 제정된 ‘핵에너지법’ (Atomic Energy Act of 1946)에는 법적으로 핵무기 사용의 최종적인 책임과 권한이 미국 대통령에게 있다고 명시했다. 절차적으로도 대통령이 최종적인 결정을 내리게 돼있다. 지난 2005년 미 국방부에 의해 공개된 ‘합동 핵 작전 원칙(Doctrine for Joint Nuclear Operations)’ 문서에 따르면 핵무기의 사용 요청은 각 지역군 사령관이 하지만, 실제 사용 결정은 최종적으로 대통령에 의해 내려진다.

이 문서에 따르면 미국의 핵무기 사용은 단순히 미국이 핵 위협에 처했을 경우가 아니라도 가능하다. 그 외에도 미국이 아닌 동맹국 및 다국적군이 위협받는 경우, 핵무기가 아닌 다른 대량살상무기나 재래식 전력의 위협이 높은 경우, 유리한 전황을 신속히 종결해야하는 경우에도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 국제사회의 반응을 고려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지만 고려대상일 뿐 핵무기 사용을 금지할 수 있는 조항은 아니다. 즉,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핵무기 및 재래식 전력의 위험성을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선제 핵공격의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현재 의회가 트럼프 대통령의 무력 사용을 제재할 수단은 ‘전쟁권한법’ 정도다. 이 법안에 따르면 미국이 타국과 전쟁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의회의 승인이 필요하며, 대통령은 전쟁개시 48시간 내에 의회에 이를 보고해야 한다. 하지만 승인이 없더라도 60일간의 전쟁이 가능해, 오랜 기간을 요하는 점령전과 달리 속전속결의 핵전쟁을 방지하기는 어렵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지난 4월 시리아 공군기지에 대한 공습을 의회 승인 없이 단행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핵무기 사용권한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도 대부분 일치한다. 지난 2005년까지 22년간 국방부 관료로 일했던 프랭클린 밀러는 지난해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일단 대통령이 (핵) 공격 명령을 내리면 거부권이 없다. 오직 대통령만이 핵무기 사용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방부 선임 정책자문역을 맡았던 브라이언 매키언 또한 지난 14일 상원 청문회에서 “전략사령관이 지시를 거부하는 상황이 오면 대통령이 첫 번째로 의지할 곳이란 국방부 장관에게 다그치는 것”이라며 “만일 그래도 사령관이 말을 듣지 않는다면 대통령으로선 새로운 사령관을 앉히거나 새로운 국방장관을 들이는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트럼프의 충동적인 결정을 견제할 장치가 없는 상황에서, 의회가 대통령의 핵무기 사용권한을 제한할 법안을 하루빨리 마련해야한다는 의견에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동조하는 분위기다. 미국의회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1946년 제정된 법에 따라 미국 대통령이 핵무기 선제공격 권한을 가지고 있지만 이는 구식이 됐다”며 대통령 핵무기 사용권한 제한법 도입을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을 3차대전으로 몰고가고 있다고 비난했던 밥 코커 공화당 상원 외교위원장 또한 지난 14일 청문회에서 “핵무기 사용 결정은 가장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온다”며 “의회 차원에서 이 시스템의 현실에 대해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의회의 노력의 트럼프의 충동이 불러올 한반도 핵전쟁 위험을 방지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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