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인 IT기술은 콘텐츠, 플랫폼, 네트웍, 디바이스가 융합한 CPND생태계로 요약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콘텐츠와 네트웍, 디바이스를 융합한 플랫폼비지니스가 부각되고 있다. 플랫폼사업은 특정 비즈니스가 고객과 연결될 때 중간에 개입하여 문고리나 창구역할을 하며 지속적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사업이다.

전통적인 기업은 원료를 구매하여 조립하고, 판매하는 형태였다. 한국은 과거 수많은 정주영과 이병철이 배와 자동차를 만들고 TV를 팔아서 최빈국의 지위를 돌파하였다. 그런데 플랫폼 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사람들은 벌써부터 제조업형태의 사업모델이 끝났다는 극단적인 주장까지 하고 있다. 10년전 미국시장에서 50%에 육박하던 블랙베리가 현재 2% 미만의 시장점유율을 가지고 있는 점 등을 그 근거로 두고 있다. 이미 특정 플랫폼이 일련의 제작자나 제조자를 파괴할 수 있는 수준까지 확장된 것은 사실이다. 전세계 상위 30개 브랜드 보유 기업 중 12개 기업이 플랫폼기업으로, 플랫폼이란 사업형태는 확장일로에 있다. 미국과 중국의 거대 IT기업들은 모두 플랫폼 비지니스를 추구하고 있으며, 플랫폼 혁명으로 재주는 다양한 제작자들이 넘고 있지만 돈은 초연결성을 담당하는 IT기업들이 벌고 있다. 이글에서는 미국, 한국, 중국의 IT기업들이 플랫폼회사로 변모하는 과정과 플랫폼 비즈니스가 사회전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미국IT 업체의 플랫폼화

플랫폼 비즈니스는 물리적인 컴퓨터네트웍을 뛰어넘어, 판매자와 구매자, 항공사와 여행자, 의사와 환자, 빈방 소유자와 여행자, 안드로이드 개발자와 안드로이드 사용자 등을 혁신적인 방법으로 연결시키는 사업이다.

플랫폼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전통적인 스포츠용품업체인 나이키도 플랫폼업체로 변화를 시도한다. 나이키는 푸어밴드라는 운동량 분석기기를 출시했고, 스마트폰을 이용한 동작인식 및 트레이닝클럽, 런클럽 등을 구성하여 사회관계망 형성과 관련된 데이터를 모으기 시작했다.

흔히 미국의 IT거물들을 AAA로 지칭한다. 아마존, 구글의 지주사 알파벳, 애플이 그것이다. 애플은 전통적인 디바이스 업체였다. 그들은 일찌감치 플랫폼 시장의 중요성을 알아차렸다. 애플은 2001년 아이팟을 출시하면서 아이튠즈를 출시했다. 필자는 과거 1.8인치 삼성전자 하드디스크를 유통했는데 아이팟 제품 중 일부에 탑재되어 있었다. 아이팟과 같이 제공된 아이튠스는 컴퓨터 내의 음악과 동영상을 관리할 뿐만 아니라, 아이튠즈스토어와 앱스토어에 접속하여 음악이나 뮤직 비디오, 영화, 앱 등을 구매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Mp3플레이어 제조사들이 이미 대부분 도태되었지만 아이튠즈는 전세계의 아이폰, 아이패드, 애플TV, 스마트TV를 관장하며 5억명이 넘는 사람들의 도구가 되었다. 현재 애플은 아이튠즈로 연간 5조원 이상의 매출을 벌어들이는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에서 10대들의 스마트폰 선호도는 애플제품이 삼성제품을 여전히 능가한다.

구글은 1998년 설립되어 검색엔진에서 승승장구하고 있었으나, 안드로이드 운영체계의 중요성을 알아차리고 2005년 이를 인수하였다. 구글은 현재 안드로이드앱을 통하여 매년 30조원을 추가로 벌고 있다. 매출이 거대할 뿐 아니라 순이익이 20조로 추정되는 알짜사업이다. 더 많은 안드로이드 개발자와 사용자가 등장하면 시장이 커지는 선순환을 유도하며 애플과 효율적으로 경쟁하고 있다.

2007년 창업한 유튜브는 자신이 제작하지 않은 10억개 이상의 동영상을 보유하고 있다. 유튜브는 자체 제작한 콘텐츠는 거의 없지만 연간 9조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한다. 서버유지비가 많이 들지만 1분만 켜져 있어도 1,700만원 이상의 수익이 창출되는 혁신적인 플랫폼이다.

아마존은 2007년 킨들이란 전자책을 10만원대의 저렴한 가격에 출시했다. 킨들은 전자종이기법을 사용하여 저전력을 구현하며 경쟁을 유지하였다. 그 후 아마존은 단순히 전자책을 파는 회사가 아니라, 출판사와 독자를 연결하는 플랫폼이 되었고 반즈앤노블즈와 같은 전통적인 서점마저 위협하고 있다.

넷플릭스도 국내에서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는데 미국의 헤이스팅즈는 블록버스터라는 비디오대여점에서 새 비디오테이프보다 비싼 40달러의 대출연체료를 지불하였고, 이로 인하여 구독형 비디오 스트리밍서비스를 고안해냈다. 전통적인 케이블회사는 고객1명의 유치에 10만원의 비용을 지불했다. 그러나, 넷플릭스는 고객유치에 1만원을 사용해도 충분했다. 넷플릭스는 케이블TV회사보다 알차고 독점적인 콘텐츠를 확보하여 더 많은 영화를 시청하도록 유도했다. 최근에는 영화 옥자와 같은 콘텐츠를 직접 제작하기도 한다. 케이블망을 가지고 있지 않은 플랫폼 기업 넷플릭스의 수익성은 전통적인 케이블TV회사의 10배가 넘는다. 그들의 성공은 더 나아가 케이블TV의 해지까지 유도하게 되었다.

 

한국의 플랫폼 사업

한국에서 플랫폼사업의 중요성은 네트웍 사업자들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네이버는 키워드광고라는 플랫폼을 구축하여 일찌감치 알짜 기업이 되었다. 반면 KT는 전국에 수많은 지점, 광케이블망과 구리배선망, 위성통신망, 기지국까지 가지고 있지만 사업모델의 수익성은 네이버에 뒤진다. KT의 매출은 작년 22조이고 순이익은 2900억원에 불과하지만 네이버의 매출은 4조원에 순이익은 7590억원으로 네이버의 수익성이 우월하다. 이제는 한국에서 플랫폼 사업의 중요성을 알아차린 디바이스제조사들도 플랫폼 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삼성은 전통적인 디바이스 제조자이지만 삼성페이를 출시하며 금융플랫폼회사로 성공적으로 도약했다.

 

중국의 플랫폼 사업

중국의 IT거인기업은 BAT으로 불리는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이다. 현재는 이들 모두 플랫폼 사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바이두는 검색엔진에서 벗어나 아이치이라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선보이며 유튜브를 흉내내고 있다. 이미 유료가입자만 2000만명 이상 확보하였다고 한다. 알리바바는 전자상거래 업체인데 훌륭한 플랫폼을 구축했다. 알리바바의 중국내 골드 서플라이어가 되기 위해서는 천만원 이상의 비용이 든다. 그럼에도 알리바바에 입점하려는 업체들이 꾸준히 이어진다. 확실한 플랫폼이 있었지만, 알리바바는 알리페이라는 금융플랫폼을 만들어 길거리의 노점상이나 동네 빵집도 이용하는 거대한 금융회사로 변신했다. 텐센트도 원래 중국의 단순한 메신저업체였지만 바이두처럼 비디오 스트리밍서비스를 제공하며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플랫폼, 산업 전반으로 영역 확대

IT기업에서 성공적이었던 플랫폼사업기법은 산업계의 다른 영역으로 확대하여 적용할 수 있다. 예를들면 커피전문점은 더 이상 커피만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고 빵과 쿠키류, 쥬스 등 간식을 팔고 있고 텀블러 등 새로운 소품들을 판매한다. 또한, 회원모집에 활용되고, 새로운 IT기술을 시험할 수 있는 플랫폼 기업으로도 변모하고 있다. 한국 전체에 5만개가 넘는 커피전문점은 고객의 인적정보, 최종 커피구매장소, 결제수단에서 가치 있는 빅데이터를 분석할 수도 있다.

필자는 커피의 산지인 콜롬비아와 기계산업이 강한 이탈리아에 공장건설을 위하여 장기간 거주했다. 콤롬비아에서 띤또라고 불리는 진한 커피를 마시지만 커피전문점은 많지 않고 이탈리아에도 전문점은 적다. 하지만 한국의 유명한 커피 가맹사업점들은 달랐다. 그들은 ‘빠른, 우유 넣은, 카라멜 조금 넣은’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것을 이탈리아어로 대체했고, 큼직한 이탈리아 기계들을 매장 가운데에 넣었다. 그리고, 20g당 산지에서 40원하는 원두를 문화라는 보이지 않는 다소 우아한 플랫폼에 탑재하여 5천원에 가까운 금액에 판매하고 있다. 그리고, 다른 아이템을 그들의 플랫폼에 올리고 있다.

또 다른 사례는 편의점이다. 현재 전국의 편의점은 3만개가 넘는 것으로 추정한다. 네트웍기술의 발달로 인터넷은행은 편의점을 은행지점으로, 택배회사들은 조그만 물류센터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전력회사와 가스회사는 편의점을 요금을 수납하는 지점으로 편모시키고 있다. 조그만 삼각김밥도 편의점이란 플랫폼에 탑재시켜야 폭발적으로 매출이 증가한다.

 

독자적인 개발자와 플랫폼의 수익

제4차 산업혁명시대에 1등이나 2등하는 플랫폼기업이 장기적으로 살아남는다는 잭웰치의 경영원칙이 항상 통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플랫폼 분야에서 복수 플랫폼 사용자를 한쪽으로 끌어와 고지를 선점하려는 노력은 치열하다. 한편 다수의 플랫폼 업체들은 추가로 지출하는 돈은 적으면서 사용자들의 희생으로 막대한 돈을 가져간다는 비난을 받기도 한다. 예를들면 음악이 스트리밍으로 재생될 때 제작자들이 특정 플랫폼으로부터 받는 돈은 0.006달러에서 0.0084달러로 1원이 되지 않는다. 제작자들이 미국에서 최저임금을 받기 위해서는 1개월에 수백만회가 재생되도록 노력해야 생활할 수 있다. 그래서 재주는 제작자들이 넘고 돈은 플랫폼회사들이 번다는 불평도 나오고 있다. 한국에도 가까운 위치의 배달자에게 음식배달주문을 공유해주는 앱이 있지만 일부 앱을 이용하여 배달업에 종사하는 이용자는 하루에 몇 만원의 수익을 겨우 얻고 있다.

전통적인 사업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자 발빠른 사업자단체는 자신의 업역에서 협동조합을 만들어 성공적인 플랫폼을 구축하며, 플랫폼 사업자에 갈 비용을 줄이기도 한다. 필자는 일전에 오토바이퀵서비스 아저씨들이 3개의 스마트폰을 구매하여 각각 다른 플랫폼을 깔고 다니는 것을 보았다. 만약 초기에 협동조합을 만들거나, 누군가가 주도적인 앱을 만들었더라며 조금 더 편리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일부 커피점 자영업자들의 가맹본부에 가맹금을 지급하는 대신, 50만원 정도의 조합비를 내고, 그들만의 협동조합에 가입하기도 한다. 사납금을 플랫폼으로 구성하여 수익을 얻는 택시회사나 운송중계앱에 대응하기 위하여 일부 택시기사들도 2천만원 정도의 비용을 출자하고 여객운수사업을 하는 협동조합의 조합원이 되기도 한다.

제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플랫폼기업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톡톡 뛰는 아이디어로 조그만 웹사이트를 하나 만들어 수많은 수요자와 공급자를 연결한다면 에어비앤비와 같이 천문학적인 수익으로 연결될 수 있다. 앞으로 획기적인 인공지능 기술을 개발하여 선점하고 로봇에 탑재시 사용료를 받거나 업데이트에 대한 비용을 받는 것도 수익모델이 될 수 있다. 사물인터넷이 지불할 새로운 통신요금도 지속적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플랫폼이 될 가능성이 있다. 클라우드에 저장되어있고 방대한 데이터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사용자는 적은 금액이지만 매월 일정한 비용을 꾸준히 지불해야 한다. 4차산업이 가져올 초연결성은 무료가 아니다. 새로운 플랫폼을 생성하고 선점하는 기업은 눈에 보이지 않으면서도 거대한 수익을 창출하게 될 것이다.

 

<필자 약력>

여정현

-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 대우그룹 회장비서실

- 안양대학교 평생교육원 강사

- (주)명정보기술 산호세법인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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