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특활비 상납 의혹을 받고 있는 남재준 전 국정원장이 16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16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남재준 이병호 전 국정원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가 열렸다. 

남재준, 이병호, 이병기 전 국정원장은 재직 중 매달 5000만원에서 1억원 가량의 국정원 특활비를 청와대에 상납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남 전 원장의 변호인은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기자들에게 “(청와대가) 먼저 달라고 하니 ‘그 돈이 청와대 돈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해서 준 것”이라며 “누가 달라고 했으니 줬지 먼저 상납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변호인은 이어 “남의 돈을 전용한 것이 아니라 국정원장이 쓸 수 있는 특활비 중에서 준 것”이라며 고의적 상납이 아니라 국정원장 재량으로 예산을 사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또 상납 요구는 ‘문고리 3인방’ 중 안봉근·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에게 받았으며, 상납금의 사용처에 대한 설명은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이재만 전 청와대 비서관은 아니라고 말했으나, TV 조선이 9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남 전 원장은 9일 검찰조사에서 이 전 비서관이 직접 전화를 걸어 상납을 요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 상납금의 전달책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조사가 필요할 전망이다. 

남 전 원장은 검찰조사를 앞둔 지난 8일 상납 의혹에 대해 “국정원 직원들은 이 나라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는 마지막 보루이자 최고의 전사들”이라며 강력하게 부인한 바 있다. 당시 남 전 원장은 “그들의 헌신과 희생에 대해 찬사는 받지 못할 망정 수사를 받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벌어져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을 느낀다”며 검찰 수사를 비난했다. 

하지만 9일 검찰 조사에서는 청와대 요구에 따라 국정원 특활비를 전달했다는 사실을 시인하며 하루만에 태도를 바꿨다.

남 전 원장의 변호인은 “도망치거나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없다. 참모총장까지 한 사람이 뭐가 무서워서 도망가겠느냐”며 불구속 수사를 촉구했다. 또한 국정원 특활비가 다른 국회의원들에게 전달됐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국정원법상 예산 출처 등은 이야기할 수 없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퇴직 경찰관 모임인 ‘경우회’에 대한 대기업 특혜 지원을 도왔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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