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의 스타트업 산업단지 'JTC 런치패드@원노스'(JTC Launchpad@One-North)의 전경. <사진=TechInvest 홈페이지>

[이코리아] 혁신적 기술과 창의적 아이디어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은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아 무한한 먹거리를 창출할 수 있는 대안으로 각광받고 있다. 하지만 국내 스타트업들은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한 환경을 보장받지 못한 채 투자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도 스타트업 육성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스타트업에 부과되는 과중한 행정적 부담과 지원사업체 선정과정에서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점 등으로 인해 비판을 받고 있다. 급기야 14일에는 코라아스타트업포럼이 정부가 외국기업과 국내 스타트업을 역차별하고 있다며 성명서를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반면 싱가포르는 스타트업의 천국으로 불리며 정보통신(ICT) 외에도 다양한 분야의 스타트업이 정부의 강력한 지원 하에 성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현재 싱가포르는 ‘스타트업 하기 가장 좋은 나라’이자 ‘벤처캐피탈이 가장 많은 관심을 보이는 나라’로 평가받고 있다. 

싱가포르 스타트업의 빠른 성장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부의 강력한 육성 정책을 가장 큰 이유로 꼽고 있다. 싱가포르의 스타트업 지원 정책은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시아 물류와 금융 허브로 경제성장을 이뤘던 싱가포르는, 2014년 부족한 자원과 비좁은 국토, 작은 내수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경제성장 동력으로 스타트업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2014년 싱가포르 정부는 혁신적인 정보통신기술을 통해 경제성장과 삶의 질 향상을 이루겠다는 ‘스마트 네이션’을 국가 비전으로 선포하고 본격적인 스타트업 지원 정책을 시행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스타트업의 가장 큰 고민인 투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금지원, 세금혜택, 기술지원 등 다양한 형태의 재정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또한 정부기관 및 공공기관, 사기업 등을 통해 자금뿐만 아니라 다양한 스타트업의 필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지원 방안을 마련해 스타트업에 우호적인 사업 환경을 조성했다.

싱가포르 정부의 스타트업 지원 정책은 단순한 재정, 기술 지원을 넘어서 지속적 성장을 위한 스타트업 생태계를 조성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이를 위해 싱가포르 정부는 스타트업 산업단지 조성을 통해 허브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의료, 정보통신, 미디어 관련 산업시설과 관련 연구인력의 생활터전까지 통합된 복합산업단지 ‘원노스프로젝트’(One North Project), 스타트업이 아이디어를 개발하고 이를 구체화해 실질적인 사업에 이르기까지 공간, 멘토링, 투자매칭을 지원하는 스타트업 단지 ‘블록71’(BLK71), 스타트업에 필요한 해외 인재 유치와 해외 우수대학과의 공동연구를 위해 싱가포르 국립대학교에 유치된 캠퍼스타워 ‘크리에이트’(CREATE) 등이 싱가포르 ‘스마트 네이션’ 정책의 성과물들이다.

이처럼 스타트업 성장을 위한 대규모 허브가 설립되자 세계 각국의 스타트업들이 싱가포르로 몰려들어 스타트업 단지 ‘블록71’은 현재 ‘블록79’, ‘블록73’으로 확장된 상태다. 아시아의 실리콘밸리 조성을 목표로 설립된 스타트업 단지 ‘JTC 런치패드@원노스’에도 세계 각국에서 모인500여개의 스타트업이 활동하고 있다.

질적인 측면에서도 싱가포르의 스타트업 육성정책은 참고할만 하다. 예를 들어 ‘블록71’은 스타트업 육성전략을 2단계로 나눠 시행 중이다. 1단계는 아이디어가 구체화되지 않은 스타트업이 대상이다. 스타트업에 사무실 및 사무기기를 지원하며, 투자자문 및 사업전략에 대한 조언도 제공해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도록 돕는다. 아이디어가 구체화되고 투자를 받거나 매출이 발생한 스타트업은 2단계로 이행한다. 2단계에서는 스타트업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2년간 사무공간을 임대하고, 멘토링, 비지니스 컨설팅, 벤처투자를 위한 피칭세션, 각종 세미나와 네트워킹 모임 등을 정기적으로 개최해 스타트업의 참여를 유도한다. 이처럼 체계화된 육성전략으로 인해 ‘블록71’을 비롯한 싱가포르의 스타트업 단지들은 창업 인큐베이터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고 있다. 

싱가포르 정부의 노력으로 스타트업 생태계가 조성되자 스타트업의 최대 고민인 투자금의공급처도 정부에서 점차 민간으로 이양되고 있다. 전 세계 벤처캐피탈의 관심이 싱가포르로 향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가 지난달 23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싱가포르 벤처투자업체인 버텍스벤처, 웨이브메이커파트너스, 비커스벤처파트너스 등 3개 회사는 총 5억 달러 이상의 투자금 모집을 완료하며 싱가포르 스타트업 생태계의 위력을 입증했다.

초기 자금 지원과 지적재산권 보호, 규제 완화 뿐만 아니라 스타트업 단지 조성을 통한 허브화 전략으로 스타트업의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도록 생태계를 조성한 싱가포르 정부의 노력은 대규모의 해외투자와 끊임없는 고급 인재 유입으로 보답받고 있다. 2013년 기준 스타트업에서만 싱가포르 전체 노동인구의 9%에 해당하는 30만6000명을 고용해 고용효과도 증명됐다.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을 통해 성장과 고용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싱가포르와는 달리 한국은 여전히 단순 재정지원에 머무르고 있는 상황이다. 경쟁력 있는 국내 스타트업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싱가포르의 사례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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