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가상화폐거래소 '빗썸'의 접속장애로 피해를 입은 이용자들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집단 소송을 준비 중이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이코리아] 국내 최대 가상화폐거래소 ‘빗썸’이 지난 12일 접속장애를 일으켜 가상화폐 투자자들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다. 일부 투자자들은 빗썸을 상대로 피해를 보상하라며 집단소송을 준비중이다.

빗썸의 접속장애 사태는 지난 12일 가상화폐의 일종인 비트코인캐시(BCH) 거래량이 폭등하면서 발생했다. 대표적 가상화폐인 비트코인(BIT)에서 지난 8월1일 갈라져나온 비트코인캐시는 일주일전만해도 60만원 후반에서 거래되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 11일부터 비트코인캐시의 가격이 상승하기 시작했고, 접속장애가 발생하기 직전인 12일 오후 3시40분에는 종전 가격에 비해 네 배 이상 오른 283만9800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갑작스러운 가격 상승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몰리면서 거래량도 폭증했다. 빗썸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12일 빗썸의 하루 거래량은 5조6688억원으로 이중 비트코인캐시 거래량만 4조원 이상을 기록했다. 실제로 당시 빗썸의 비트코인캐시 거래량은 전세계 비트코인캐시 거래량의 46.87%에 달했다. 일부 가상화폐 전문가들은 한 거래소에 너무 많은 거래량이 집중돼있다며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다.

결국 12일 오후 4시경, 폭주하는 거래량을 버티지 못하고 빗썸 서버가 다운됐다. 빗썸은 ‘빗썸 전체 서비스 일시 중단’을 공지하고 서버 점검에 돌입해 이날 오후 5시30분 경 서비스를 재개했다. 문제는 접속장애로 거래가 중단된 사이 비트코인캐시 가격이 폭락했다는 것. 접속장애 이전까지 300만원을 바라보던 비트코인캐시 가격은 이날 오후 8시20분경 133만100원까지 폭락했다. 14일 오후 3시50분 현재 비트코인캐시는 기존 143만원을 기록 중이다.

빗썸의 접속장애 사태는 이전부터 문제시돼왔다. 투자자들은 가상화폐 가격이 폭등, 또는 폭락해 거래량이 급증할때마다 서비스 점검과 자산보호를 이유로 접속중단 사태가 반복돼왔다며 빗썸 측의 미진한 대응을 문제삼고 있다. 일부 투자자들은 작전세력이 거래소와 손잡고 의도적으로 접속 장애를 일으키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지난 6월29일에는 빗썸 주요 임원의 개인 PC가 해킹당해 고객정보가 무더기로 유출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으로 개인정보, 빗썸 계정별 원장, 개인 지갑주소를 비롯해 빗썸 직원들의 출퇴근 내역까지 내부정보가 대거 유출됐다. 심지어 해커들은 고객정보 및 회사 중요정보를 공유사이트를 통해 공개하기도 했다.

잦은 서버접속장애와 고객정보 해킹사건으로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고 있지만 빗썸 측은 서버확충 외에 별다른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해킹사건에 대해서는 고객 1인당 10만원을 지급하고 피해액을 보상하는 등 나름 대응책을 제시했지만, 접속장애로 인한 투자자 피해에 대해서는 전혀 보상하지 않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향후 이같은 사태가 재발해도 거래소 측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근거 규정이 없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법상 가상화폐는 화폐가 아닌 상품으로 취급되고 있다. 따라서 빗썸과 같은 가상화폐거래소의 법적 지위 또한 금융기관이 아닌 통신판매업자로 분류돼있다. 이 때문에 가상화폐거래소에 대한 금융당국의 규제도 불가능한 상황.

금융당국도 가상화폐 규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모습이다. 한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14일 SBS 와의 인터뷰에서 빗썸 접속장애 사태와 관련해 금융당국이 나서서 피해를 구제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투기적 성격이 강한 가상화폐 거래에 정부가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면, 투자자들로부터 정부가 가상화폐 거래를 제도화한다는 오해를 살 수 있다는 것.

지난 9월29일 금융위원회 주최로 열린 ‘범정부 가상통화 관계기관 합동 태스크포스’에서도 “가상통화는 정부 금융기관 등이 가치를 보장하지 않고 불확실한 가치 등으로 가격 적정성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며 “가격 급변동으로 인한 손실 발생 가능성이 매우 커 본인의 책임 하에 거래 시 신중한 판단이 요구된다”고 경고했다. 가상화폐 거래를 정부가 보장할 수 없으니 손실은 투자자 개인이 책임져야한다는 것.

이 때문에 금융당국이 가상화폐 거래를 규제하기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의 통신판매법으로는 가상화폐거래소에 기존 금융기관 수준의 보안 및 서버를 갖추도록 강제할 수 없는데다, 이번 사태와 같은 대규모 피해가 발생할 경우 적절한 피해보상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 국회에서는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가상화폐 규제를 골자로 하는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을 준비 중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기존 거래소는 가상화폐거래업자로 규정되며 5억원 이상의 자본금을 갖춰 금융위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 또한 거래소 이용자 보호를 위해 가상통화예치금을 별도 예치기관에 예치하거나, 보험이나 지급보증계약 등의 피해보상계약을 의무적으로 맺어야 한다.

하지만 박 의원의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은 아직 상임위원회에도 상정되지 않은 상태여서 이번 사태로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은 그대로 손실을 떠안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접속장애사태로 인해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은 ‘빗썸 서버다운 집단소송 모집’이라는 카페를 열고 집단소송을 준비 중이다. 하지만 거래소가 통신판매법의 적용을 받는 이상 투자자들이 소송을 통해 피해액을 보상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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