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서울시 지방직공무원 시험을 앞두고 수업에 열중하고 있는 수험생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고졸자를 배려해 9급 공무원 시험에 선택과목으로 도입됐던 사회, 수학, 과학 등 3개 과목이 조만간 퇴출될 전망이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12일 “지난 2013년 도입한 고교 교과목을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 2013년, 고졸자들의 공직 진출을 장려하기 위해 사회, 수학, 과학 등 3개 고교 교과목을 9급 공무원 일반행정직 필기시험의 선택과목군에 포함시켰다. 현재 9급 공무원 필기시험은 국어, 영어, 국사 등 3개 공통과목과 행정법, 행정학, 사회, 수학, 과학 등 5개 선택과목 중 2개를 택해 총 5개 과목의 시험을 치르게 돼있다. 세무직, 검찰직, 교정직 등 특수 직렬에서도 세법, 형사소송법, 형법 등의 선택과목 대신 고교 교과목을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의 취지가 무색하게 고졸자들의 9급 공무원시험 합격률은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지난 2015년부터 2017년 까지 9급 공무원 일반행정직 합격자 3169명 중 18~21세 합격자는 48명에 그쳤다. 이들을 모두 고졸자로 계산해도 전체 합격자의 1.5%에 불과하다. 게다가 고졸자를 배려해 고교 교과목을 포함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사회, 수학, 과학 등 세 과목을 선택한 합격자의 94.5%는 고졸 이상의 학력을 가진 응시자였다.

일반행정직 외의 전문직 시험에서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같은 기간 9급 검찰직 공무원 합격자 중 18~21세의 비중은 겨우 2.3%였으며, 관세직에서는 겨우 0.9%에 불과했다. 고교 교과목을 선택한 합격자 중 18~21세 비중은 검찰직의 경우 12.7%, 관세직은 3.7%에 그쳤다.

이처럼 고교 교과목 도입에도 불구하고 고졸자의 합격률이 낮은 것은 9급 공무원 고교 교과목 시험의 난이도가 너무 높은 것이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달 20일 열린 인사혁신처 국정감사에서 유민봉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 시험을 준비하는 고교졸업자는 수능을 준비하지 않았을 것인데, 현 고교과목의 출제수준이 이를 능가해 고졸자들이 이 과목들을 선택할 수 없다”며 “오히려 (고졸자들이) 대학 재학생 이상에 비해 역차별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입 공무원의 업무 전문성이 떨어지는 것도 현행 9급 시험의 폐해다. 대학생, 대졸자들이 세법, 형법, 행정법 등 직무에 직접 연관된 전문 선택과목을 회피하고 고교 교과목을 선택하면서 직무와 관련된 지식이 부족한 채 현장에 투입된다는 것. 이 때문에 실제 공무원 업무에 필요한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시험 제도 자체를 개편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이번 인사혁신처의 9급 공무원 시험 개편안은 기존 수험생들을 고려해 당장 적용되지는 않을 예정이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이미 준비 중인 수험생들의 불이익을 고려해 2~3년간 유예기간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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