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인 IT기술은 콘텐츠, 플랫폼, 네트워크, 디바이스가 유기적으로 결합한 IT생태계인 CPND로 요약된다. CPND의 C는 콘텐츠를 의미하며, 장치와 플랫폼이 발전할 수 있는 윤활유 역할을 한다. 40대와 50대의 중장년층은 아직도 대형TV로 콘텐츠를 시청하지만 젊은층은 TV리모콘으로 향하던 손길을 빠르게 스마트폰으로 돌리고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을 반영하여 한국에서도 2000명 이상의 제작자들이 다양한 분야의 동영상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으며, 자신들만의 콘텐츠로 중장년층이 인지하지 못하던 사이 어린이와 청년층을 빠른 속도로 공략하고 있다.

제4차산업혁명 관련 기술의 발달로, 로봇과 인공지능은 전통적으로 인간의 몫이었던 콘텐츠의 기획과 방송 출연을 대체하고 있으며, 진화하는 그래픽기술은 버추어아이돌을 만들어 인간 연기자를 대체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IT기술의 핵심 중 하나인 콘텐츠의 발전과 멀티채널네트웍(MCN)에 대하여 살펴보고 제4차산업혁명을 선도할 기술이 이들 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초기의 인터넷방송

월드와이드웹은 1989년 스위스와 프랑스 사이에 위치한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소프트웨어 공학자인 팀 번너스리 등의 제안으로 시작되었다.

필자도 얼마전 CERN과 국내 연구기관과의 국제계약에 관여한 적이 있는데, 웹은 텍스트와 사진, 동영상과 음성을 신속하게 교환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1990년대는 웹의 태동기로, 포털사이트와 홈페이지 제작자들은 데이터를 단방향으로만 유통시켰다. 그러던 중 동영상을 압축하는 코덱의 발전으로 리눅스 등 다양한 OS로 구현된 스트리밍 서버들이 선보기기 시작하였다. 미국에서는 1995년 브로드캐스트닷컴이라는 인터넷 전문 방송사가 설립되기도 하였다. 다소 단방향적이었던 브로드캐스트닷컴은 이미 몰락의 길을 걸었다. 한국의 대표적인 방송사인 KBS의 경우 1995년부터 인터넷으로 방송을 시작하였다

<사진 출처 = 유튜브>

웹2.0의 등장과 유튜브의 탄생

2000년대 웹2.0의 시기로 접어들면서 누구나 쉽게 인터넷에 콘텐츠를 올리기 쉽도록 웹이 변화하였고, 대여섯 단계만 거치면 지구인 전체를 알 수 있는 단계로 긴밀하게 연결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장점은 2000년대에 불었던 블로그나 페이스북 등의 열풍으로 번졌다.

웹2.0의 시대 중 주목할 만한 특징은 2005년 유튜브라는 동영상 공유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UCC(사용자제작동영상)가 널리 보편화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유튜브는 안드로이드를 인수한 구글의 지원에 힘입어 한국 내에서도 동영상 트래픽의 70%를 차지하고 있고 비메오 등 후발주자가 있지만 이제는 누구도 넘볼 수 없는 1위 플랫폼이 되었다. 유튜브는 이내 구글에 인수되면서 구글의 광고프로그램인 애드센서와 통합되며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린 사람들은 수익을 공유 받게 된다.

 

멀티채널네트워크 사업의 등장

유튜브의 새로운 수익모델로 인하여 혼자서 게임을 해설하는 퓨디파이는 혼자서 연간 130억원이 넘는 수익을 거둔다. 이안 헤콕스 등이 운영하는 코미디채널도 매년 90억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했다. 이제는 카메라 1대와 마이크만 있으면 누구나 콘텐츠로 수익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스마트폰 V30로 TV용 광고를 촬영할 정도로 스마트폰의 성능도 향상되었다. 유튜브 등에서 초기에는 독립된 개인들이 수익을 제공받았으나, 이내 베보, 머시니마, 메이커스튜디오 등 MCN사업자들이 등장하여 체계적으로 동영상과 제작자들을 관리해주었고, 개인들보다는 높은 비율로 수익을 분배받는 사업모델이 생성되었다.

유튜브와 관련된 수익모델의 예를 들면 유튜브가 45%의 수익을 가져가고 MCN사업자가 16%, 제작자가 38% 정도의 수익을 가져간다. MCN은 연예인들의 매니저나 소속사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한다. 유트브 등 동영상 공유 플랫폼의 등장으로 기존 지상파에 출연하는 연예인을 지금은 점차 인터넷자키나 비디오자키, 중국의 왕훙들이 대신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던 워크맨 제조사였던 소니는 1980년대 CD플레이어 시장으로 진출하였으며, 막대한 자산으로 영화산업에 뛰어들었다. 스마트폰의 시대의 도래로 전통적인 휴대용 음악재생기기의 쇠퇴기가 도래했으며, 소니도 인터넷음원과 뮤직비디오시장의 가능성도 바라보게 되었다. 소니는 드디어 2009년 유니버설뮤직그룹, 구글, 아부다비미디어 등과 베보(Vevo)를 설립했다. 베보는 뮤직비디오를 제작하여 CD앨범으로 출시하는 것이 아니라, 유튜브에 업로드했다. 그리고, 사용자들은 잠깐씩 광고를 보거나, 별도의 비용을 지불하고 유튜브레드에 가입하여 콘텐츠를 이용하게 되었다. 베보가 지원하는 캐나다 가수 저스틴비버의 동영상은 유튜브에서 지난주까지 28억회가 시청되었고, 영국가스 아델의 동영상은 21억번이나 클릭되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 조회 수 29억회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대단한 성공이다. 유튜브는 2015년 이미 9조원에 가까운 매출을 기록하고 있고 동영상을 유튜브에 공급하는 베보는 약5,000억원에 가까운 매출을 올렸다. 또 다른 MCN인 머시니마는 3만개가 넘는 자료를 보유하고 4억명이 넘는 구독자를 기록하기도 하였다.

<사진 출처 = 아프리카TV>

한국의 멀티채널네트워크

한국시장에서는 아프리카TV, 네이버TV, 카카오TV 등을 플랫폼사업자로, 샌드박스, 다이아TV, 트레져헌트 등이 MCN이 활약하고 있다. 도티, 캐리앤토이즈,악어, 대도서관, 양띵 등의 다양한 제작자들이 활동하고 있다.

이중 아프리카TV는 비교적 초기에 양방향 채팅 기능을 지원하였고, 별풍선제도를 도입하여 인기를 끌었다. 별풍선의 경우 60%가 제작자에게 지급되었고, 별풍선을 받기 위한 과열된 경쟁이 벌어지기도 하였다.

이중 우리 아이가 즐겨찾는 도티의 사례를 보면 연세대학교 법학과를 나온 창업자는 자기소개서에 사용하기 위하여 콘텐츠를 만들고 구독자 1,000명을 모아보고자 시작했으나, 누적 조회수가 15억뷰에 달할 정도로 큰 성공을 거두었다. 도티는 샌드박스라는 MCN을 설립하고 현재 120팀이 넘는 제작자를 거느리고 있다. 흔히 유튜브 등으로 많은 돈을 벌 것처럼 생각하나, 클릭 1회당 수익은 평균 1.2원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샌드박스는 2016년에 58억원의 매출액을 달성하였고 4억원의 당기순이익까지 기록했다. 중국에서는 빌리빌리, 룽주즈보 등의 동영상 플랫폼이 있으며 다수의 미녀 왕훙이 활약하고 있다. 지금은 왕훙들이 입는 옷과 사용하는 화장품들이 매출과 직결되기 때문에 한국업체가 여행비용을 지불하며 이들을 모셔오기도 한다.

 

동영상 플랫폼의 미래

이미 도래한 웹3.0 시대는 컴퓨터가 웹페이지에 담긴 내용을 스스로 이해하고 개인별 맞춤형 정보를 제공해주는 시기이다. 유튜브의 인공지능 알고리즘은 이미 사용자가 특정한 동영상을 시청하면 관심도를 파악하여 다음에 시청할 적절한 동영상을 추천해준다. 더 발전된 인공지능 시스템은 카메라로 사용자의 표정과 눈의 움직임을 관찰하여 프레임단위의 관심도를 파악하고 있다. 빅데이터기술은 더 나아가 전세계 사람들의 관심사를 실시간으로 알아내고 분석해낸다.

과거 동영상을 제작하던 비디오자키나 인터넷자키는 인간이었으나 이 자리도 로봇에 의하여 대체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1996년 세계 최초의 사이버가수인 다테 교코를 선보였다. 사이버가수 아담은 1998년 한국에서 데뷔했고, 다국적의 가상밴드 고릴라즈는 800만장의 음반을 판매하기도 하였다. 90년대 가상 캐릭터를 움직이는데 많이 비용이 들었으나, 컴퓨팅기술의 발달로 이들은 더욱 정교해지고 적은 비용으로 구현이 가능해졌다. 일본에서 2014년 등장한 실리콘으로 된 로봇 아나운서인 코도모노이드, 오토나로이드는 제작자가 지시대로 아름답게 원고를 읽어 주었다. 한국내에서도 최소한 2,000명 이상의 제작자들이 활동하는데, 목소리 연기에 자신이 없는 제작자들은 구글번역기에서 지원하는 텍스트투스피치 프로그램으로 그들의 목소리를 대신하고 있다. 더 나아가 버추어아이돌은 목소리뿐만 아니라 몸연기까지도 소화한다. 키즈나아이는 작년 10월 일본에서 등장한 버추어아이돌이다 방송에 나와서 체조도 하고 한자능력검정 시험문제를 풀기도 한다. 지난주까지 키즈나아이가 출연한 동영상은 이미 190만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 3월 중국의 화쟈쯔보 플랫폼에는 토토와 링링이라고 하는 로봇이 출연했다. 왕훙미녀에 질린 사람들은 열광했고, 이 로봇들은 하루만에 8천만원을 벌어들였다. 영화 ‘리얼스틸’에는 사람들이 로봇간의 격투기를 보며 열광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점차 실현 가능한 미래의 이야기로 다가 오고 있다.

올해 1월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트위치TV에는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곤이라고 하는 인공지능스피커 2대가 출연하여 각각 남자와 여자목소리로 여자친구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실제 사람처럼 말싸움을 하기도 했다. 관련 동영상 조회수는 12만회 정도이다. 2대의 아마존 인공지능 에코가 대화하는 동영상도 32만회나 클릭되었다. 유튜브에서 Seebotschat을 검색하면, 사람들이 인공지능이 작성한 스포츠나 증권기사를 읽는 수준을 넘어, 똑똑한 인공지능간의 대화를 방송콘덴츠로 여기기 시작했음을 알 수 있다.

<사진 = 영화 '리얼스틸' 스틸컷>

인공지능이 사상과 감정에도 영향

과거에 제작자들이 만드는 동영상은 머지않아 인공지능으로 대체되고, 가상세계에 존재하는 버추어아이돌은 보도와 교육, 오락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면서 사람 못지않은 인기를 누릴 것이다. 충분히 발전하지 못한 일부 인공지능이 흑인을 고릴라로 판단했다는 논란이 있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인공지능이 만드는 동영상이 애니메이션에서 교육프로그램, 게임해설에서 시사보도까지 지속적으로 확대됨에 따라 인공지능의 알고리즘이 인간의 사상과 감 정형성에도 깊이 영향을 미칠 날도 머지않다.

 

<필자 약력>

​여정현

-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 대우그룹 회장비서실

- 안양대학교 평생교육원 강사

- (주)명정보기술 산호세법인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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