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 김재철 전 MBC 사장이 9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으로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이코리아] 김재철 전 MBC 사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서울중앙지법 강부영 영장전담판사는 10일 국가정보원법 위반 등 혐의로 청구된 김 전 사장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강부영 판사는 기각 사유로 크게 2가지 사항을 지적했다. 첫째, 사실관계에 대한 증거가 대부분 수집된 점, 둘째, 피의자의 직업·주거 등에 비춰 도망의 염려가 크지 않은 점 등이다. 강 판사는 특히 “주요 혐의인 국정원법 위반죄는 원래 국가정보원 직원의 위법행위를 처벌하기 위한 것으로 그 신분이 없는 피의자가 이에 가담하였는지를 다투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의자를 구속할 이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국가정보원 수사팀(팀장 박찬호 2차장검사)은 이명박 정부 국정원 관계자와 MBC 임원진이 결탁해 MBC 방송 제작에 불법 관여한 사건을 주도한 혐의(국정원법 위반, 업무방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로 지난 7일 김 전 사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재철 전 사장은 2010년 3월 2일 취임했다. 같은 날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지시로 국정원이 작성·보고한 MBC 정상화 문건에는 권력 비판 성향의 기자·PD들에 대한 인사 배제나 퇴출을 담은 내용이 담겨 있다. 김재철 사장 등 MBC 경영진은 이 문건을 그대로 실행했다는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국정원의 ‘MBC 정상화 문건’ 등을 면밀하게 검토해 김 전 사장에 대한 영장 재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김재철 전 사장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강부영 판사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강 판사는 제주 제일고, 고려대 법대를 졸업한 뒤 공익법무관을 거쳐 2006년 부산지법 판사로 법관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창원지법과 인천지법에서 근무했고 올해 2월 정기인사에서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판사로 부임했다.

온라인상에서는 강판사의 과거 판결에 대한 반응이 뜨겁다. 김 전 사장의 영장기각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강부영 판사, 정유라기각, 추명호기각, KAI임원기각, 김재철기각 진짜 소름돋는다”라는 등 비판적인 반응이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강 판사가 특정 인물에 대해서만 영장을 기각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강 판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법조계에서는 영장실질심사제도의 취지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부장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증거 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없을 경우 피의자의 인권 및 방어권 보장 차원에서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받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김재철 전 사장에 대한 영장 기각 역시 이 원칙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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