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 = 지멘스 유튜브>

독일이 추진했던 인더스트리3.0이 생산성향상을 위한 정보화와 로봇의 도입이었다면 인더스트리4.0은 기계가 인공지능을 가진 스마트기기로 무장하고 스스로 의사결정을 내리며, 동시에 사람들이 활용하는 다양한 인터넷서비스와 실시간으로 연결되는 제조업의 혁명이다.

독일정부는 세계적인 혁신 선도국가로서의 이정표를 제시하기 위하여 2006년부터 하이테크전략을 마련했고, 2010년 구체적인 '하이테크 전략 2020' 발표했다. 그리고, 5년전인 2012년에 이미 인더스트리4.0은 '하이테크 전략 2020' 중 10대 미래 프로젝트의 하나로 편입되었다. 인더스트리4.0은 연구과제가 경제부흥의 과제로 그리고, 사회적 과제, 정치적인 과제로 변모한 것이다. 그리고 이 인더스트리 4.0은 클라우스 슈밥이 2016년 주창한 제4차 산업혁명의 근간이 되어 변화와 혁신을 선도하고 있다.

독일은 전통적으로 제조업이 강한 나라이다. 필자가 그동안 40여개 국가에 주재하거나 방문하면서 만나게 되는 설비와 자동화 엔지니어들 중에는 독일인들이 유난히 많았다. 필자가 수차례 참가한 독일 하노버의 Cebit전시회는 70개국 3,000개 이상의 업체가 전시품을 내놓으면서 세계시장에 새로운 기술을 소개하는 마당으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하였다. 전시회에서 접촉한 만하임의 업체에서는 새로운 성장의 기법을 배울 수도 있었다.

산업플랜트의 자동제어 및 감시에 사용되는 PLC는 1969년 미국에서 발명되었지만 현재 전세계적으로 많이 사용되는 제품은 독일의 지멘스 제품과 일본의 미츠비시 제품이다. 필자가 건설이나 수리에 참여한 수많은 공장의 설비와 기계는 일부 LS산전의 PLC를 사용했지만 다수의 시스템은 지멘스의 PLC와 설비를 사용했었다. 자동화된 수많은 공장들은 중남미, 동남아, 서남아, 중동, 아프리카에 흩어져 있었지만 그들을 움직이는 원천기술은 독일에서 나오고 있었다. 한국에서도 20여년 전부터 효율적인 생산관리를 위하여 ISO9001 등의 품질경영인증 바람이 불었고 제조공정의 품질경영이 준비된 업체 중 일부는 독일의 심사기관으로부터 인증을 받아왔다. 이와 같이 독일의 뛰어난 제조업 기반기술, 제조기술자의 높은 사회적 위상, 우수한 직업교육 시스템은 마침내 기계설비, 전기전자, 정보통신 산업계의 변화와 개혁노력에 맞물려 ‘인더스트리4.0’이란 개념으로 재탄생했고, 세계적인 혁신을 선도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독일에서 성장한 인더스트리4.0이 시작된 배경을 살펴보고 독일정부, 산업계, 표준화기구, 연구소들의 제4차 산업혁명을 향한 부단한 노력에 대하여 알아보기로 한다.

 

사이버피직스시스템(CPS)과 인터넷서비스의 결합

고전적인 컴퓨팅은 1개의 중대형 컴퓨터를 여러 명이 사용하는 것에서 시작되었다. 그러던 중 1980년대 PC가 보편화 되면서 1명이 1대의 컴퓨터를 사용하게 되었고 개인이나 기업이 보유한 데이터들이 체계적으로 정리되기 시작했다.

그 후 1996년 노키아의 스마트폰 초기모델과 2007년 아이폰의 등장으로 한명의 개인이 여러 대의 컴퓨터를 운영하는 시대로 빠르게 이동했다. 이어서 스마트기기들은 클라우드컴퓨팅과 빅데이터와 결합하면서 사람들이 활용가능한 다양한 앱과 인터넷서비스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반면에 기계분야에서는 초소형 컴퓨터가 등장하면서 기계들은 컴퓨터를 내장하고 센서나 액추에이터와 결합하기 시작했다. 컴퓨터와 결합한 기계들은 다시 유선의 인터넷에 연결되었다. 이어서 저전력으로 먼거리까지 신호를 보내는 기술의 발달로 기계들은 무선네트워크에 빠르게 참가했다. 이러한 변화의 움직임으로 마침내 사이버물리 시스템(Cyber Physical System)이 등장으로 이어졌는데, 이것은 인터넷에 연결된 기계들이 스스로 의사결정을 하고 제품의 생산을 제어하는 전혀 새로운 시스템이다. 동시에 이러한 사이버물리 시스템은 인간이 이용하는 다양한 인터넷서비스와 결합하여 제조업공장 전체의 공정을 점검하고 더 나아가 생산까지 제어하게 되었다. 새로이 등장한 이 시스템은 전통적으로 제조업이 강성한 독일 인더스트리4.0의 근간이 되어 변화를 선도하고 있다.

 

아디아스 공장의 회귀 사례

제2차 산업혁명시대에서 컨베이어벨트가 생산의 주체였다면 사이버물리 시스템에서는 다양한 생산기계들이 스마트폰을 가진 것처럼 똑똑한 존재로 바뀐다. 그리고 그 스마트폰은 인공지능 기술을 내장하고 스스로 독자적인 의사결정을 내리게 된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의 발전에 따라 개인의 다양한 취양과 변화는 실시간으로 파악되고, 대량생산체계는 개별 맞춤주문생산으로 신속하게 바뀌면서 변화는 가속화되고 있다.

독일도 인더스트리 3.0시대에서는 중국이나 동남아로 일부 공장을 이전하였지만, 개별 고객의 다양한 수요를 반영한 다품종대량 생산의 시대로 접어들면서 더 이상 저임금 국가에 공장을 설립할 필요가 없게 된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독일기업의 회귀사례로 아디아스 공장이 꼽힌다. 아디다스는 고객의 발에 맞춘 최적화된 신발을 3D프린터로 생산하는 선두적인 기업이다.

사람의 발이란 것이 상당히 민감하여 지속적으로 운동이나 보행을 하면 족적전체의 좌우균형이 틀어지게 되고, 지면에 닿는 부분의 앞뒤 전후 균형도 변화할 수 있다. 또한 사람의 몸무게를 지탱하는 아치의 구조들이 망가질 수도 있다. 최근에는 맨발로 러닝머신처럼 보이는 검사기 위를 걷거나 달리면 양쪽발의 족적에서 나타나는 미세한 압력의 변화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향상된 컴퓨팅 성능으로 이를 해석하여 발의 구조적인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 또한 최신 3D프린팅 기술로는 이에 맞추어 다양한 색상으로 최적화된 신발을 생산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개인의 특성을 실시간으로 반영한 다품종 소량생산의 발전으로 기업들은 더 이상 막대한 재고유지비용을 지불하지 않아도 되고, 원활한 공급을 위한 안전재고를 충분히 준비할 필요도 없어졌다. 이러한 혁신은 세계의 공장으로 등장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유럽과 미국의 국제정치학적인 노력과도 일맥상통하며 변화는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통합된 플랫폼인더스트리 4.0 통해 변화 지원

독일에서도 인더스트리 4.0에 관한 정의는 134개가 넘지만 그 중 하나는 제품의 수명과 생산시스템 전반에 있어서 가치사슬의 재조직과 제어의 강화이다. 개별적인 고객의 요구는 즉각적으로 생산에 통합되고, 관련된 정보는 실시간으로 공유되어 분석되며, 인공지능은 방대한 데이터 중에서 최상의 해법을 찾아낸다는 것이다. 이러한 혁신은 어느 한 주체의 노력만으로 이루어질 수 없고 여러 주체가 동시에 움직여야만 보다 쉽게 완성될 수 있다.

현재 인더스트리 4.0에 필요한 기초기반 연구는 독일정부의 연방교육연구부(BMBF)가 지원하고 있으며, 경제에너지부(BMWi)는 시장접근형 연구를 지원하고 있다.

인더스트리 4.0의 발현에는 무엇보다 기업이 가장 중요하다. 독일 기계설비공업협회(VMDA), 독일 전기전자산업협회(ZVEI), 독일 정보통신산업협회 (BITKOM)들은 인더스트리4.0의 완성을 위하여 통합된 플랫폼인더스트리 4.0(Plattform Industrie 4.0)을 설립했다. 플랫폼인더스트리4.0은 기존에 제안된 활동계획을 실천하며, 새로운 변화로 유도하기 위하여 중소기업에 동기를 부여하고 있다. 그리고 동시에 국제적인 협력도 증진하고 있다. 현재 이 플랫폼의 대표사이트에는 인더스트리4.0을 이미 성공적으로 적용한 사례 165개가 소개되고 있다.

독일 인더스트리4.0을 구현하는 또 다른 축은 인더스티리4.0 표준화위원회이다. 이 위원회는 서로 다른 영역에서의 표준화를 제시하며, 다양한 국내외 기준들을 통합하며, 독일기업의 표준이 국제적으로 채택될 수 있도록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인더스트리 4.0을 구현하기 위한 마지막축은 LNI4.0으로 알려진 인더스티리4.0 연구소 네트워크이다. 이 조직은 테스팅기관이나 연구기관의 네트워크로 실사나 검증, 실험을 주로 수행한다. 그리고 인더스트리 4.0표준화위원회에 표준화를 위한 새로운 정보를 수시로 제공하고 있다. 현재 프라운호프연구소 등 56개가 넘는 단체들이 이 네트워크에 참가하고 있다.

독일의 플랫폼 인더스트리4.0이 165개의 적용사례를 소개하는 것에서 보았듯이 제4차 산업혁명은 더 이상 모호한 개념이 아니다. 수많은 기업들이 제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성공적인 비지니스 모델을 확보했지만, 충분히 수면에 드러나지 않을 뿐이다. 조직이 변화하는 외부의 환경보다 빨리 내부조직을 변경하지 않으면 결국 소멸하게 된다고 한다. 제4차 산업혁명을 향한 변혁의 바람은 이미 강하게 불고 있다. 이제는 기업들이 생존을 위하여 변화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전략을 세워야 할 때이다.

 

<필자 약력>

​여정현

-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 대우그룹 회장비서실

- 안양대학교 평생교육원 강사

- (주)명정보기술 산호세법인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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