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 = 이더리움>

제4차 산업혁명의 발전으로 전통적인 금융기관의 업무가 변화하고 있다. 은행업무가 손바닥 안에서 이루어지던 것에서 벗어나, 은행자체가 사라지고 있으며, 전자금융의 발전으로 지폐와 동전마저 사라지고 있다. 전통적인 IT기업들은 빅데이터의 채굴을 위하여 금융회사로 변모하고 있고, 인공지능을 활용한 투자기법은 투자전문가들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 한편 P2P대출과 크라우드 펀딩의 발전으로 아이디어를 사업화하는 것은 더 쉽고, 빨라지고 있다.

핀테크 기술 중 전통적인 은행의 역할을 가장 먼저 대신한 것은 해외송금서비스였다. 전통적인 은행에서도 100만원을 보낼 때 40달러 정도의 수수료를 내면 국제결제시스템인 SWIFT를 이용하여 송금하거나, 은행이 발행한 수표로 송금할 수 있었다. 은행 이외의 웨스턴유니온과 같은 전신회사도 송금서비스를 제공해왔다. 그런데 페이팔은 상대방의 이메일만 있으면 큰 수수료 없이 돈을 송금하는 혁신적인 방법을 고안해냈다. 페이팔은 물품거래를 보조하는 도구에서 출발하여 거대한 결제대행 서비스로 발전하였고, 이베이에서 분사하여 매년 2조원이 넘는 매출액을 올리고 있다. 페이팔은 더 나아가 카카오월렛과 유사한 벤모서비스까지 인수했다. 실리콘밸리에서도 거래처의 대금 결제는 수표가 일반적이다. 그러나, 개인간의 소액거래를 처리하기에는 벤모가 더 편리하기 때문에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다.

최근 핀테크기술 발달을 가장 실감나게 느끼도록 해주는 것은 신용카드, 멤버쉽카드, 교통카드 기능을 스마트폰이 대신해주는 간편결제서비스이다. 삼성페이,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페이코 등 신종결제수단의 이용액은 하루 567억으로 1년전과 비교하여 3배나 늘었다. 이 시스템은 한국보다 중국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다. 필자는 작년 중국에서 동네빵집이나 노점상에서도 알리페이가 활발하게 이용되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 벌써 이용자만 5억명이 넘었고, 전세계 30개국에 가맹점은 1,000만개를 돌파했다. 한국의 면세점이나 중국인들이 모이는 명동에서는 알리페이로 결제하는 것은 이미 흔한 풍경이 되었다. 중국관광객이 마음에 드는 제품의 사진을 찍어 친구에게 전송하면 바로 대금을 중국에서 알리페이로 받아 결제가 가능해졌다. 이로 인하여 전통적인 환전소들은 점점 설자리를 잃고 있다. 중국인 해외관광객이 늘어남에 따라 핀란드 등 유럽의 백화점까지 알리페이를 취급하고 있다.

후진국의 경우 모바일 결제 시장이 전통적인 은행산업의 발전속도보다 빠르다. 그들은 유선전화없이 바로 휴대폰 사용환경으로 들어갔고 은행의 서비스를 충분히 경험하지 못하였다. 필자가 오랫동안 거주하였던 중남미에는 은행이 충분하지 못했다. 전통적인 은행도 있었지만 멕시코에서는 곳곳에 설치된 유통업체 월마트가 은행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었다. 휴대폰 대리점이 충분하지 않은 콜롬비아의 거리에서 “미누또스”를 외치며, 선불휴대폰의 요금충전을 대행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들은 통신사 대리점에 불과하지만 이미 금융기관의 역할을 일부 수행하고 있었다. 필자가 체류하였던 아프리카 케냐에서도 ‘엠파사’라는 모바일 결제수단을 사용하고 있었다.

모바일을 통한 금융의 발달은 지폐나 동전화폐의 소멸을 초래할 예정이다. 스웨덴에서는 모바일페이라는 국민적인 결제앱으로 대부분의 거래가 이루어진다. 노숙자들도 구걸을 하면서 모바일페이로 돈을 받는다. 은행을 침입한 강도들마저 현금이 없어서 그냥 돌아간 적이 있다. 종이화폐가 없어지면 우리 사회는 더욱 투명해진다. 한국은행은 40조원이 넘는 5만원권 화폐를 발행했지만 75%의 돈은 은행이나 금융권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전자적으로 결제가 이루어지면 이 돈에 붙는 꼬리표가 늘어나게 된다.

신종결제수단의 수익률은 1~2%로 높은 편이 아니다. 그런데, IT업체, 유통업체, 지불게이트웨이사, 플랫폼회사, 이동통신사, 하드웨어제조사들이 모두 앞다투어 시장에서 힘을 겨룬다. 그들 모두가 빅데이터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보았기 때문이다. 한국보다 개인정보보호에 취약한 중국의 경우 결제수단 이용자들이 호텔에 갈 때 결제고객의 취향에 맞는 과일이나 음료를 룸서비스로 제공하는 기술까지 확보하고 있다.

핀테크 기술의 발달은 크라우드펀딩이나 P2P대출로 이어졌다. 전통적으로 제품의 생산은 충분한 자산이 있는 공장과 이를 마케팅하는 기업들이 담당했다. 이제는 누구나 인터넷에 글과 자료를 올릴 수 있게 됨으로 대중의 힘으로 자금을 모으고, 제품을 개발하도록 도와주는 플랫폼이 발전했다. 크라우드 펀딩은 기존의 P2P대출 즉 개인간 대출이 대출희망자와 자금을 가진 여러 개인들의 대출로 변모한 것이다. 이 기법은 신규사업만을 하는 것뿐 아니라, 공연이나 자선활동 등의 모금에도 이용된다.

미국에서 크라우드 펀딩으로 유명한 킥스타터는 지금까지 12만여개의 제품과 공연상품의 개발에 3조원이 넘는 자금을 모았다. 국내에서는 건축물 등에 투자하는 테라펀딩, 8퍼센트, 렌딧 등이 유명하다. 필자는 와디즈라는 플랫폼을 통하여 새로이 개봉하는 영화에 투자해보았다. 투자상품을 구매하기 위하여 신한금융투자에 계좌를 개설하였고, 이 계좌를 통하여 투자금을 회수할 수도 있었다. 크라우드 펀딩이 가장 각광받는 곳은 중국이다. 중국에서 크라우드 펀딩이라고도 표현되는 P2P플랫폼의 개수는 이미 2,500개가 넘는다. 그 이유중 하나는 중국의 거대은행인 공상은행, 건설은행, 농업은행, 중국은행 등에서 개인들이 대출을 받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한국에서처럼 크라우드 펀딩에 대한 적절한 규제가 충분하지 못하여 약34%에 달하는 크라우드 펀딩이 부실화되었다고 한다.

벌써부터 발 빠른 크라우드펀딩은 고객의 신용도를 조사하는 인공지능 기법을 사용하고 있다. 고객이 발송한 문자메시지, 통화기록을 분석하고 SNS에서의 활동성향을 분석하여 대출가능여부를 파악한다. 은행은 한발 더나아가 영상통화로 본인을 확인하거나, 신분증을 촬영한 후 기존계좌로 송금하는 방식으로 본인인증을 하여 계좌를 개설하는 인터넷은행으로 발전했다. 카카오뱅크는 설립 1주일만에 계좌개설 230만건을 돌파하며 기염을 토했다. 인터넷은행과 스마트폰을 이용한 금융거래의 확대로 현재 9만개인 미국 은행지점 중 80%가 10년내에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핀테크의 발전은 가상화폐의 등장으로도 이어졌다. 비트코인이 대표적인데 초기에는 컴퓨터를 이용한 채굴행위로 화폐의 획득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거래소를 통한 거래만 가능하다. 발행규모는 비트코인이 70조원, 이더리움이 30조원, 비트코인캐쉬가 8조원 정도이며, 그 종류가 이미 1,000개가 넘었다. 일부 국가에서는 가상화폐에 대한 부가세면제 규정을 두어 제도권으로 편입시키기도 하였다. 하지만 가상화폐는 일부 중국인들의 뇌물보관, 폰지사기 등 각종 사기기법에 활용되며 부작용을 드러냈다. 일부 핀테크업체는 가상화폐를 통한 자금조달로 하루에 200억원을 모집하기도 하였으나, 한국의 금융당국은 개인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하여 가상화폐를 이용한 자금조달을 전면 금지시키기도 하였다.

그동안 전자상거래의 활성화와 세계적인 현금과잉은 핀테크기술을 진일보시킨 측면이 있다. 현금과잉의 시대가 끝나가는 지금 금융시장에서는 인공지능의 발달로 투자를 받으려는 개인과 회사에게 더욱 엄격한 심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훌륭한 아이디어에 기반한 역량있는 기업들은 여전히 크라우드펀딩 시장에서 손쉽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것이고, 투자자들은 인공지능에 힘입은 핀테크기술이 제공하는 편의성으로 추가수익을 얻게 될 것이다.

 

<필자 약력>

​여정현

-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 대우그룹 회장비서실

- 안양대학교 평생교육원 강사

- (주)명정보기술 산호세법인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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