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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리아] 공유경제가 기로에 섰다는 평가가 나왔다. 정지훈 경희사이버대 교수는 지난 21일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열린 ‘빅포럼 2017’에서 “소비 위주 사고방식의 전환, 개인 간 거래에 대한 안전·품질 우려, 결제와 보험 시스템 허점 등이 풀어야 할 숙제”라며 “영업권과 법적 책무를 둘러싼 혼란도 우려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소비자 안전 ‘빨간불’

지난 2009년 처음 등장한 공유경제는 ICT 기술 발달과 함께 사람들의 일상생활에 파고들었다. 하지만 편법적 운영과 관리 부실 등으로 도마에 오르는 사례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무엇보다 소비자들의 안전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7월 숙박공유업체 ‘에어비앤비’를 이용해 일본 후쿠오카를 방문한 한국인 여성이 집주인에게 성폭행 당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집주인 오사베 소이치(長部聰一·34)씨는 사건 당일 0시 무렵 A 씨에게 술을 권했다. A 씨는 그가 건넨 술 두 잔쯤을 마신 뒤 잠이 들었다. 그 사이 집주인은 범행을 저질렀다.

인종차별 논란도 불거졌다. 올 2월 미국에 사는 한인 2세 서다인 씨(25·여)는 에어비앤비를 통해 예약한 집에 도착하기 직전 집주인 태미 바커로부터 갑작스런 ‘예약 취소’ 통보를 받았다. 서 씨가 항의하자 집주인은 “당신이 ‘아시안’이란 한마디가 모든 걸 설명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 몰카 범죄 등도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에어비앤비는 공급자를 가맹업체에서 퇴출하는 것 이외의 조치를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로서는 숙박공유업체 이용 때 불의의 사고를 막기 위해 이용자가 ▲가급적 후기가 많은 숙소 중심으로 선택하고 ▲각종 문의에 응답률이 높은 ‘슈퍼호스트’를 고르는 등 스스로 주의를 기울이는 방법이 가장 확실하다는 평가다.

카셰어링서비스가 활성화되면서 안전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기승도 보험연구원 연구원에 따르면 카셰어링 이용자에 대한 본인 확인절차가 허술한 탓에 무면허 운전자가 차를 빌려 운전하거나 사고를 낸 후 뺑소니하는 사례까지 속출하고 있다. 실제,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카셰어링 관련 상담 건수는 2014년 54건에서 지난해 119건으로 급증세다.

기 연구원은 “이용자의 사고 위험도를 반영해 보험료를 차등화하거나 사고 위험도가 높은 운전자의 이용을 거절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며 “카셰어링업체가 이용자의 위험도를 보험료 계산에 반영하려면 과거 운전기록과 사고기록을 알아야 하기에 관련 법 개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불법 영업 수단으로 전락

불법 영업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뼈아픈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손영주 매경 경제경영연구소 연구원은 “공유경제에서 큰 부가가치 창출의 핵심은 기존에는 사용하지 못하던 유휴자원이 효과적으로 필요처에 공급된다는 점”이라며 “그런데 최근의 공유경제 플랫폼들은 사실상 온디맨드(On-Demand·수요 중심의 시스템 혹은 전략)영업의 우회 수단으로 사용된다는 비판이 많다”고 말했다.

손 연구원에 따르면 에어비앤비에 접속하면 여러 개의 숙소를 운영하는 호스트들이 많은데, 이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집이 빌 때 대여해주는 것이 아니라 대여용 숙소를 만들어 제공하는 숙박업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을 제재할 수 있는 법이 아직 정비되지 않은 상태로 세금을 정식으로 신고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을 위한 안전장치를 마련하기도 힘든 실정이다. 사실상 불법 영업을 방치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버도 마찬가지다. 원래 택시는 면허제로 운영되고, 택시 면허의 전체 수는 지방자치단체에 의해 제한되고 있지만, 우버에 등록된 운전사 가운데엔 면허가 없는 이들이 전업 운전기사 노릇을 하는 사례가 많다. 이는 운수사업법에 저촉돼 기존 여객업체들에 피해를 주며, 이용자들도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할 우려를 낳는다.

◆여자 친구도 대여?

공유경제 최강국으로 불리는 중국의 경우 공유경제의 부작용이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지난 14일 샤먼하이바오정보기술은 ‘여자친구 공유’란 표어를 내걸고 실리콘 섹스인형 대여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나흘만인 18일 성명을 내고 서비스 중단을 알렸다. 서비스 등장 직후부터 위생과 합법성 등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게 불었을 뿐만 아니라 경찰 조사까지 받았기 때문이다. 이는 공유경제가 극단적으로 변형된 사례로 꼽히고 있다.

물건을 빌리기만 하고 제대로 가져다 놓지 않는 소비자들의 인식도 개선돼야 한다. 중국 10여개 도시에서 시작된 공유 우산 사업에 뛰어든 기업들 대부분이 우산을 잃어버린 상태에서 3개월여 만에 문을 닫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한 자전거 대여 업체 역시 시민들이 빌린 자전거를 돌려놓지 않으면서 억대 손실을 견디지 못하고 문을 닫기도 했다.

게다가 겉으로 보기엔 잉여자원을 소유하지 않고 다른 이들과 공유한다는 공동체적 가치를 내세우면서도 실제로는 저임금 노동과 저품질 서비스인 사례가 늘고 있다. 이 때문에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들 서비스가 ‘공유’란 이름을 앞세워 자금만 빨아들일 뿐 실제론 ‘임대사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공유경제의 흐름은 막을 수 없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정지훈 교수는 “기업을 중심으로 돈이 도는 게 기존 산업 구조였다면 플랫폼에 참여하는 모두가 주인공이 되는 방식이 공유경제다. 영리 목적 대신 가치 창출에 무게를 두는 새로운 경제 체제를 향해 세계가 움직이고 있다”며 “세금을 부과하면서 이용자를 보호하는 적절한 규제 속에 공유경제가 성장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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