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북구 매천동 농수산물도매시장 관리사무소에서 보건환경연구원 관계자가 도매시장에 반입된 농산물에 대한 잔류농약 안전성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이코리아] 발암성 농약 등 인체 유해한 농약이 농촌뿐 아니라 도시에서도 무분별하게 살포돼 시민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대구참여연대가 지난 20일 발표한 ‘대구시 및 지자체의 농약살포 현황’에 따르면, 국제암연구소(IARC)의 동물실험에서 발암성이 확인된 다이아지논(Diazinon)이 포함된 농약이 달서구와 남구의 가로수에 살포됐다. 해당 농약은 달서구의 와룡공원, 중구 남산어린이공원, 시민운동장 등 인파가 집중된 공원 등지에도 뿌려졌다. 심지어 내분비계 교란을 일으킬 수 있는 물질로 분류된 농약이 남구 빨래터 공원, 백합어린이공원, 대구수목원, 시민운동장, 대구스타디움, 두류공원 등에 살포 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발암성 농약 대구지역 곳곳에 살포

대구시 공공기관들도 발암물질이 포함된 농약을 함부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북대는 교내 전역에 발암 의심물질로 분류된 농약을 살포했으며, 경북대학교병원은 내분비 교란 의심 물질이 든 농약을 사용했다. 대구시 산하기관인 대구의료원도 발암 의혹과 환경호르몬을 분비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농약을 살포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구시설관리공단의 경우 많은 시민들이 이용하는 도심 중심부의 공원과 신천 둔치에서 발암성 의혹, 환경호르몬, 어류 독성이 높은 농약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신천 둔치 가로수와 신천 주변은 취수원 상류지역으로 유독성 물질들이 각 가정의 수도에 유입될 우려가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문제는 유독성 농약에 대한 부실한 관리체계가 여러차례 지적됐음에도 불구하고 개선 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고독성 농약 관리 부실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의원은 지난해 10월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감에서 “농촌진흥청이 등록 취소된 고독성 농약을 4년이 지나서야 회수했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이 농진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농진청은 2015년 9월부터 3차례에 걸쳐 농림축산식품부·지방자치단체와 공동으로 고독성농약 총 6천576병을 수거했다.

이 가운데는 2011년 12월7일 등록이 취소된 ▲메소밀 액제 ▲디클로르보스 유제 ▲메티다티온 유제 등 9종의 고독성 농약이 포함돼 있었다. 특히 ‘상주 사이다 사건’에 사용된 메소밀은 약효 보증기간이 2014년 10월31일부로 만료됐음에도 농진청은 1년이 지난 2015년이 돼서야 수거에 나섰다.

심지어 농약 제조업체가 농약 성분을 검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 김현권 의원이 농진청의 국감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농약 시험·등록을 위한 시험·설계·심의를 농약제조·수입사들의 모임인 <사>한국작물보호협회가 주관하는 것은 물론, 농약업체 기업부설연구소 23개소, 민간연구소 12개소 등 협회 회원사 시험연구기관 35개소였다.

 

농진청은 시험·설계·심의관련 고시를 개정해 한국작물보호협회 주관의 시험·설계·심의 관련 규정을 삭제하고 농진청이 직접 농약등록시험 설계·심의 업무를 수행할 방침이다. 또 공정성과 문제점을 짚어본 뒤에 필요성, 예산, 인력을 따져서 등록시험 관리 전담기관을 지정해서 운영하는 것을 중장기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농약 사용에 대한 사후 관리도 미흡하다. 자유한국당 이만희 의원에 따르면 2011년 이후 최근 5년간 농약으로 인한 사망자 9천258명 가운데 비(非)농업인이 6천284명(67.8%)으로 조사됐다. 이들 비농업인의 사망 원인은 모두 자살이다. 하지만 ‘단속 구매자 정보 미기록’으로 적발된 건은 2013년 단 1건에 불과했다.

또 최근 5년간 부정 및 불량농약 단속건수는 568건에 이르지만 과태료 부과 처분을 받은 것은 16건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모두 구두 주의를 받는 데 그쳐 정부의 농약 관리에 대한 전반적 재점검과 함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게 이 의원의 지적이다.

 

◆농약 유효성분 77개에 1개 이상 독성 성분

충남 농업안전보건센터 노상철 센터장(단국대 의대 직업환경의학과 교수)은 “농진청으로부터 국내 등록허가를 받은 농약의 유효성분 435개의 독성을 조사했더니, 77개의 유효성분이 하나 이상의 독성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 결과는 농진청에서 등록허가가 난 농약이더라도 사람에게 안전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노 교수는 “최근의 살충제 계란 사건도 결국 유독성 농약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농약 제조사가 제공하는 부족한 정보에 의지하는 현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결국 피해는 농약을 사용하는 농민과 그 농산물을 소비하는 국민이 볼 것”이라고 경고했다.

 

노 교수는 또 농민들의 작업환경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요즘 하우스 농사를 많이 짓기 때문에 제철 과일인 딸기나 수박 등을 1년 내내 먹을 수 있는데, 이는 농민들이 1년 내내 일해야 한다는 의미”라며 “하우스에서 자란 농작물은 비바람과 병충해를 이기고 자란 건강한 농작물이 아니라 농약에 의지해서 자란 농작물”이라고 말했다.

이어 노 교수는 “결국 소비자는 안전하지 않은 음식을 소비하고 농민들은 과로와 농약 사고에 시달리는 악순환이 형성된 것”이라며 “이 악순환의 최종 수혜자는 농민들에게 대출을 해주는 농협, 농약을 판매하는 글로벌 기업들, 그리고 판매·유통을 담당하는 상인들”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정부는 국내식품의 잔류농약에 대한 안전관리와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은 수입식품의 미등록 농약에 대한 관리 강화 차원에서 올해부터 농약잔류허용기준을 더욱 엄격히 하기로 했다.

강화된 주요내용은 기존엔 ‘규제물질 목록화제도’ 에 명시된 규제물질 이외의 물질은 원칙적으로 무제한 사용 가능하고, 농약 잔류허용 기준이 미설정된 경우 0.05mg/kg 까지 허용됐었다. 반면 개정된 제도는 ‘허용물질 목록화제도(PLS:Positive List System)’를 통해 농작물별 허용된 물질(농약 성분) 이외의 물질은 원칙적으로 사용을 금지하고, 농약 잔류허용 기준이 미설정된 경우엔 0.01mg/kg 이하만 허용키로 했다. 이를 위반한 경우에는 최대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강화된 제도의 시행 시기는 견과종실류 및 열대과일류의 경우에는 2016년 12월부터 도입돼 적용되고 있으며, 2018년 12월부터는 나머지 모든 농산물에 도입된다.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