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이코리아]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금융권에서 정규직 전환 움직임이 활발하다. 하지만 일부 시중은행들은 생색내기에 그칠 뿐 실상은 예전과 다름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런 비판은 무기계약직과 RS 직원 사이에서 심각하게 제기된다. 정규직으로 전환해도 ▲임금과 진급 체계 ▲업무 환경 등에서 여전히 차별받는 시스템이어서 차라리 안함만 못하다는 자조 섞인 하소연도 들린다.

최근 신한은행에서 근무하는 무기계약직 직원 A씨는 본지에 이메일을 보내왔다. A씨는 이메일에서 신한은행 정규직 전환의 실상을 낱낱이 공개했다. A씨는 “정권이 바뀌면서 신한은행에서는 전부 정규직으로 전환을 했다고 하더군요. 저희가 어떻게 정규직인지 이해가 가질 않더라고요. 저희는 은행 안에서 직군 전환의 기회도 없고, 매해 정규직들은 업무관련 연수를 2주가량 다니는데 저흰 그런 커리어 개발의 기회도 없고, 은행 조직 특성상 3년마다 순환근무를 하게 되어있는데 그것조차 대상이 아니고, 인사고과라는 것도 없고 정규직들끼리 하는 직원 평가도 저희는 일방적으로 당하기만 하는걸요. 더욱이 해마다 급여가 오르는 것도 아닌데, 저희가 어떻게 정규직인가요?”라고 호소했다.

A씨는 신한은행의 인사 시스템을 ‘카스트 제도’에 비유했다. 인도에서 사회 발전을 막는 제도로 알려진 ‘카스트 제도’가 대한민국 일등 은행에서 행해지고 있다는 것. 사실이라면 충격적인 내용이 아닐 수 없다.

아래는 신한은행 무기계약 직원으로 근무 중인 A씨의 호소문 전문이다.

신한은행에는 RS직만 무기계약직이 아닙니다. 500-600명 남짓한 사무직원도 있습니다. (저희는) 은행협력사 직원 아닙니다. 은행에서 직접 고용한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숫자가 적으니 은행에서도 노조에서도 다른 직군들도 저희를 알고싶어 하지 않죠.

저는 그 사무직원으로 재직 중인 직원입니다. 은행 노조나 다른 사람 누구도 들어주지 않는 얘기지만 기자님께 보내봅니다. 저희끼리는 신한은행의 카스트 제도라고 합니다. 가장 위에는 정규직 행원이, 그 밑에는 위더스 (신한은행 주임텔러에서 정규직 행원으로 전환시험 치고 전환된 사람들), 그리고 그 밑에 RS직이 있죠. RS직 주임님들은 본인들을 노예라고 하시는데요, 그 노예 밑에 불가촉 천민인 사무직원들이 있습니다. 대부분은 본점에서 근무하는데 일부는 영업점에서도 근무하고 있습니다.

최근 은행권의 정규직 전환 바람이 불면서 신한은행은 사무 무기계약직으로의 전환을 정규직 전환이라고 언론플레이를 하는 것 같은데 신한은행 사무 무기계약직은 정규직이 아닙니다. 재계약이 없고 정년만 보장받았을 뿐, 은행 안에서의 대우는 정말 말도 못합니다.

매월 평달에 통장에 찍히는 금액은 150-160 남짓입니다. 200도 안되는 돈에서 세금이며 말도안되는 우리사주출자 한답시고 떼어가고, 연봉인상도 없고 승진도 없습니다. 은행에서 연봉인상 있지 않냐고 우길까봐 덧붙이면 해마다 4-5%가량 물가상승률을 반영했다며 선심쓰듯 인상해주는데 그래봐야 한달에 십만원도 안오릅니다. 일년에 백만원 정도 오르는데 오르는 세금에 그마저도 말짱 도루묵이네요. 일년에 4번 성과급을 받는데 그 금액을 다 합쳐도 1년 실 수령이 2400이 안되는 지경입니다. 십년 이십년을 다녀도 이 금액이에요. 정규직 행원분들과 차이가 크죠.

저희도 처음에 입행할 때 계약직인거 알고 들어왔고 저희끼리나 하소연 했지 어디 위에다 말 할 생각도 못해봤습니다. 그래봤자 여기 안에선 저희 손해니까요. 정규직들은 들어온 절차가 다르니까 불만 가지지 말라고 합니다. 네, 그렇죠.

그렇지만 사무직원들 중에 정규직 행원과 스펙 차이 얼마 안 나는 분들 많습니다. 유명한 스카이 대학 나와서 정말 배울 만큼 배우고 자격증이나 어학실력 다 빠지지 않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다른 곳 다니다가 여기 신한으로 이직해서 다니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버티면 잘 될거라고 윗분들이 말씀하시니 다들 그냥 버티는 거에요. 그래도 요즘 같은 세상에 월급 따박따박 주는게 어디냐며 다니고 있죠. 어디 가서 신한은행 다닌다고 떳떳하게 말 못해도 굶어죽진 않으니 감사하며 다니고 있는 거죠.

그런데 이번에 정권이 바뀌면서 신한은행에서는 전부 정규직으로 전환을 했다고 하더군요? 저희가 어떻게 정규직인지 이해가 가질 않더라고요. 저희는 은행 안에서 직군 전환의 기회도 없고, 매해 정규직들은 업무관련 연수를 2주 가량 다니는데 저흰 그런 커리어개발의 기회도 없고, 은행 조직 특성상 3년마다 순환근무를 하게 되어있는데 그것조차 대상이 아니고, 인사고과라는 것도 없고 정규직들끼리 하는 직원 평가도 저희는 일방적으로 당하기만 하는걸요. 더욱이 해마다 급여가 오르는 것도 아닌데, 저희가 어떻게 정규직인가요?

심지어 노조 가입도 몇 달 전에야 했습니다. 아마 은행이 정규직이라고 언론플레이한 그 시점 아닐까 생각합니다. 노조에 대표로 들어가 있는 사람도 한명 없는데 저희가 무슨 힘이 있겠습니까. 노조에서 바라보기에도 저희는 그냥 자기네들 선거 때 500표정도 가져갈 대상이지 구제해야 할 노동자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몇몇 사무직원들은 적은 월급에 맞는 일상적인 사무업무만 수행하면서 회사를 다니고 있고 그런 분들은 아마 근로 만족도가 높을 겁니다.
그렇지만 대다수의 사무직원들은 정규직 행원들의 부족한 업무지식을 메우기 위해 본점에서 영업점 상담업무 그리고 일부 직원들은 대고객 콜센터 업무도 하고 있고, 단순한 업무지식만을 답하는게 아니라 일부 직원들은 본인들이 책임까지 져 가며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영업점 정규직 행원들의 업무지식 수준은 정말 처참합니다. 이건 조직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과도한 영업, 과도한 업무량에 영업점 직원들이 업무지식을 쌓을 시간조차 없는 거죠. 그럼 은행이 그런 기준을 낮추면 될텐데, 조직은 오히려 저희같이 싸구려 용역을 고용해서 그걸 돌려막기 하는 수준인거죠. "외환이 답이다. 외환영업해라! 외환 관련 규정 ? 본점에 물어봐." 이렇게 되고, "본점에 물어봤는데 이건 어려운 일이래, 내가 책임져야한대, 영업점에 있는 내가 왜 책임져? 상담한 너가 책임져." 이렇게 되죠. "이 통장이 무슨 통장인지 어떻게 거래해야 하는지 이 카드는 어떤 카드인지 전혀 모르겠는데? 본점에 물어봐야지. 어 근데 내가 어제 고객한테 알려준 거랑 다르네? 그냥 이사람이 잘못 알려줬다고 해야겠다." 혹은 여신 관련해서도 실행 직전까지 사무직원이 모든 걸 알려주는 곳도 있습니다. 은행에서 제일 중요한 여신인데요.
업무역량 강화랍시고 영업점 직원들 자격증 취득하게 시키고 이래저래 연수 엄청 보내봤자, 실무에서 제대로 활용하는 직원 거의 없습니다. 이러니 본점에 있는 사무직원들이 영업점 직원들의 실수나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부분을 책임지게 되는거고요. 사실 이 정도는 양호하죠.

금융사기 피해구제라고 금융감독원 앞에 은행을 통해 보고를 하는 일이 있습니다. 이걸 은행에서 누가 하는지 아십니까? 사무직원이 합니다. 보고는 뭐 정규직 책임자급 이름으로 나갈지언정, 실제 업무처리는 이름 없는 사무직원이 하는 거죠. 이것과 관련해서 조금이라도 에러가 나면, 그 책임 또한 이름없는 사무직원이 집니다. 물론 사람이니까 실수할 수 있죠.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일을 싸구려 용역같은 사무직원한테 시키는 이유가 뭐겠습니까? 이렇듯 대외기관에 나가는 보고서는 대부분 사무직원이 작성하여 실제로 결재자는 내용을 모르고 결재한 뒤 대외기관에 보고를 하기도 합니다.

거기다가 말도 안되는 친절까지 강요당합니다. 영업점 직원만 감정노동 하는 거 아닙니다. 저희도 전화로 메신저로 어마어마하게 강요당하고 있습니다. 본부 부서 SCALE 이라는 것 때문에 영업점은 고객이니까 무조건 친절해야 한다고요. 그래서 그분들이 무슨 말을 해도 저희는 화를 내면 안 되고, 욕을 해도 참아야하고, 그분들이 짜증내도 저희는 웃어야합니다. 메신저에 "사무직원" 또는 "계약직원"이라고 찍혀있으니 애초부터 밑으로 보고 연락하는 사람들도 많고, 저희를 아예 협력사 직원 취급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이게 감정노동 아닌가요? 은행이 그렇게 근절하고 싶어 하는 감정노동 전혀 없어지지 않는데요.

업무역량 강화해야 한답시고 자격증 취득까지 시키고 한 달에 몇 번씩 아침 일찍 출근해서 말도 안되는 행사 참여하는데도 같은 부서 정규직들은 저희 취급도 안해주는 사람들도 간혹 있습니다. 같은 부서인데도요.

저희도 정규직 행원들처럼 몇백씩 받아가며 일하고 싶다는 거 아닙니다. 그러면 그들 말씀대로 염치없죠. 블라인드 같은 어플에서도 사무직들이 글 쓰면 "어쩌라고, 관심없어, 그럼 행원으로 들어오던가" 이런 댓글 달려요. 상생과 순환의 따뜻한 금융을 실천하는 분들 답지 않죠?

그런데 이렇게 일을 할거면 적어도 정말 일상적인 사무업무만 시키거나, 업무 범위를 줄여주던가, 그것도 아니면 일개 사무직원의 책임소재를 줄여주던가, 아니면 은행 안에서 정당한 대우를 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르는 개한테도 이렇게는 안하겠습니다.

RS직군 분들이 고생하는 걸 보면서 저희끼리도 이제 다음은 사무직원이라는 말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아마 영업점에 내려가서 직접 대고객 상담을 하거나 90%이상 콜센터로 전환해서 콜만 받게 하거나 아니면 아마 모든 업무를 전산화 해서 저희는 필요가 없어지겠죠.

긴 이메일을 보내는 이유는 누군가는 저희를 알아주었으면 해서 입니다. 은행마저도 저희를 잊고 싶어 하고 노조도 저희를 취급조차 안하는 것 같은데.. 바깥의 사람들이라도 저희도 이 은행 안에 있음을 좀 알아주었으면 좋겠어요. 기자님이 이걸 다 읽어주실 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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