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54회 국회 정기회 제5차 본회의에 참석한 정세균 국회의장이 헌법재판소(김이수) 임명동의안을 부결 처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11일 국회에서 부결됐다. 김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은 지난 6월 8일 인사청문회 종료 후 95일만에 국회 본회의에 상정됐다. 표결 결과 재석 293명 중 찬성 145표, 반대 145표, 기권 1표, 무효 2표로 출석인원의 과반을 넘기지 못해 부결 처리됐다.

김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이 부결되자 각 당의 반응은 엇갈렸다. 더불어민주당은 침울한 분위기속에서 안타까운 반응을 보였고 자유한국당은 승리를 자축하며 모처럼 활기찬 모습을 보였다. 국민의당은 존재감을 드러냈다는데 만족감을 표시하면서도 역풍을 우려하는 듯 말을 아끼는 분위기였다. 바른정당은 부결이 당연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국회가 당리당략적 결정을 내린 것이 나라의 미래를 위해서 몹시 안타깝다"고 말했다. 추 대표는 "민주당 120명 의원은 전원 표결에 참여했고, 당 소속 국무위원까지 오셔서 투표에 참여했다. 민주당에서는 한 표의 이탈도 없었다“라고 강조했다. 추 대표는 ‘오늘 이 부결사태는 당리당략적인 판단을 한 집단에게 분명히 책임이 돌아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추 대표가 지적한 집단은 국민의 당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11일 표결 직후 "국민의당이 20대 국회에서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정당"이라고 자평했다. 안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부결로) 존재감을 내려고 한 건 아니다"라면서도 이 점을 강조했다. 안 대표는 "국민의당 의원들이 (김 후보자가) 사법부 독립에 적합한 분인지, 소장으로서 균형감각을 가지고 있는 분인지 그 기준으로 판단한 결과"라고 말했다. 또 호남 출신인 김 후보자 인준안 부결로 국민의당에 역풍이 불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원 개개인이 헌법기관으로서 판단한 것"이라고 개의치 않은 모습을 보였다.

안 대표의 이런 자세는 박지원 전 대표와 비교된다. 국민의당 박지원 전 대표는 11일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인준안)이 부결된 것과 관련, “유구무언(잘못이 분명해 변명하거나 해명할 길이 없음)”이라고 밝혔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 (SNS)에 “김이수 헌법재판소후보자의 국회인준표결 부결되었다”고 언급한 뒤 ‘교각살우?’라는 물음표를 달아 눈길을 끌었다. 교각살우는 뿔을 고치려다 소를 죽인다는 사자성어로 작은 흠을 고치려다가 도리어 일을 그르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11일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이 부결된 데 대해 "상식이 이긴 것"이라고 평가했다. 강효상 대변인은 이날 표결 직후 논평을 내고 "무리하게 본회의에 직권상정 됐으나 부결됐다“며 "김 후보자는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 당시 유일하게 반대 의견을 낸 것은 물론 통진당 해산 결정이 민주주의 헌법 정신의 본질에 맞지 않는다는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발언을 한 사람"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지난 3개월 간 한국당을 비롯한 야3당은 이념 편향적인 김 후보자 임명을 적극 반대해왔다"며 "그러나 집권여당은 정략적 계산 끝에 직권상정으로 밀어붙였다. 헌정사상 초유로 헌재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부결된 책임은 여당이 모두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른정당은 전지명 대변인은 표결 직후 논평을 내고 “김 후보자는 헌재의 독립성을 심하게 해칠 우려가 있는 선택이라고 우리 당은 계속 경고해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헌법수호 의지가 확고하고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인사를 지명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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