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영화 'Her' 스틸컷>

제4차 산업혁명이 야기할 변화 중 하나는 모바일 컴퓨팅이다. 한때 사무실을 가득 차지하고 있던 중대형 컴퓨터는 10년전 스마트폰의 형태로 주머니속에 들어왔고, 얼마전부터 손목시계로 형태로 보급되기 시작했다. 휴대용 디바이스는 더 작아져서 안경, 팔찌, 목걸이, 반지의 모습으로 변모하여 더욱 아름답고 자연스럽게 다가왔다. 진화하는 웨어러블 컴퓨터는 인간의 생물학적인 한계를 뛰어넘도록 해주며, 주변환경을 자율적으로 인식하면서 그 활용성을 높여갈 것이다. 더욱 작아진 디바이스는 우리 몸속에 내장되어 인간 수명을 연장하기도 하고, 동물과 곤충에게도 이식되어 그들을 조종하고 관리할 것이다.

1990년대 학교에 있던 IBM3090 중형컴퓨터는 이동성과는 거리가 멀었다. 사용에도 상당한 비용을 매달 별도로 지불해야 했다. 필자는 1970년대 초기의 하드디스크를 여러번 국제적인 전시회에 배치한 적이 있었는데, 원형 모양의 디스크인 플래터는 거대한 타이어 수준이었다. 지금은 이동형저장장치로 손톱만한 크기의 USB드라이버나 SD카드가 대중화 되었지만, 초기의 플로피 디스크는 레코드판과 별반 다를바가 없었다. 사무실을 가득 차지하던 컴퓨터는 이미 20년전 한권의 책 크기의 노트북으로 작아졌고 이내 명함만한 크기로 줄어들었다. 벽돌폰이라고 불리던 초기의 휴대용전화기도 손바닥만한 크기로 작아지더니, 이내 애플와치, 캘럭시기어, 루나와치처럼 손목시계의 크기로 줄어들었다. 스위스에서는 지난달 30년전 실종되었던 조난자가 발견되었다. 하지만, 조만간 스마트워치의 기능이 확장되면, 내장된 드론이 이륙하여 중계기 기능을 하면서 조난사실과 실종자의 위치를 알려주어 사고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공상과학 영화에서는 이미 휴대폰기능을 귀밑 피부에 탑재하고 손가락의 접촉만으로 통화하는 장면이 나온다. 다수의 사람들이 거부감을 느끼겠지만 최초의 임플란트형 휴대폰은 2025년경에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임플란트형 디바이스가 더욱 발전하면 미래에는 교통카드를 단말기에 접촉하여 정보를 주고 받는 것처럼 간단한 신체접촉만으로도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다.

한편으로 모바일 기기는 단순히 작아지기만 한 것이 아니라, 패션아이템으로 변모하였고, 유행에 민감한 제품이 되었다. 디자인에 남다른 신경을 쓰던 애플의 아이폰은 벌써부터 뭇 여성들의 루이뷔똥 가방과 같은 악세사리가 되었다. 애플은 수년전 이를 예견하였고 2013년 프랑스 패션업체 ‘생로랑 파리’의 CEO인 폴 드뇌브와 스위스 명품시계 ‘테그호이어’의 부사장 장 파트리크 프루니오를 영입해 디자인 개발을 지속해왔다. 필자는 현재 스테인레스 재질의 투박한 갤럭시 기어S2를 사용하지만 세계 시장에서는 보다 화려한 백금이나 로즈골드로 도금된 제품의 인기가 높다. 삼성의 기어S2의 단아함에는 세계적인 디자이너 알렌산드로 멘디니 등의 영향력이 숨어있다. 심박수와 소모하는 칼로리를 알려주는 핏빗도 초기의 기능성 제품에서 벗어나, 미국의 디자이너 토리 버치와 손잡고 토리 버치 핏빗을 내놓았다. CPU로 유명한 인텔조차 미려한 모습의 디지털팔찌 미카를 선보이고 있다.

디지털기기는 또한 점점 눈에 띄지 않는 형태로 바뀌고 있으며 다른 일을 하면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해준다. 초기의 심박측정 기기들은 가슴에 두르는 투박한 띠로 되었지만, 최근 출시된 디지털와치의 미세한 정맥센스는 미세한 혈류량을 감지하는데, 좌심실과 우심실의 박동 패턴을 따로 분리하여 개별적으로 잡아낼 정도가 되었다. 현재의 디지털팔찌는 운동량을 측정하고 관리하지만 머지않아 휴대폰 기능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다. 팔찌에 내장된 LED빔프로젝트를 손목에 투명시키면 영화를 시청할 수도 있고, 투영된 영상에서 바로 버튼을 누를 수도 있다. 자판이 없이 키보드를 투영하고 손가락의 동작을 감지하여 작동하는 키보드와 흰 종이에 투시된 영상에 터치하여 입력하는 장비는 이미 출시되어 있다.

미국의 타임즈지가 2014년 ‘올해의 발명품’으로 선정했던 ‘링리’는 페이스북, 트위트, 인스타그램의 알림기능을 제공하는데 아름답게 빛나는 보석과 같은 반지형태이다. 홍콩의 오리가미랩스에서 내어놓은 디지털 반지인 ‘오리’는 한층 더 진보된 기능을 가졌다. 골밀도 기술을 이용하여 반지를 귀밑에 대면 진동이 피부를 통과하여 고막에 전달되어, 착용자만 상대방의 목소리를 들으며 대화할 수 있다. 반지에 명령을 내리면 음성을 인식하여 휴대폰을 제어할 수도 있다.

입는 디지털 기기인 웨어러블 기기의 또 다른 특징은 인간의 생물학적인 한계를 뛰어넘도록 해준다. 입는 컴퓨터의 대표적인 제품은 영화 ‘아이언맨’이나 ‘엣지 오브 투모로우’에 나오는 슈트이다. 이미 개발된 웨어러블 장비를 착용하면 계단을 쉽게 오르거나, 무거운 물건을 보다 가볍게 들고, 체력소모를 줄여서 더 먼거리를 걸을 수 있다. 산업현장에서 무거운 물건을 운반하는 인부나, 군장을 메고 행군을 하는 군인들에게는 더 없이 반가운 기기이다. 단순히 육체적인 능력만 강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웨어러블 기기는 중독 등의 문제해결에 활용될 수도 있다. 2002년 월드컵축구에서 한국팀을 4강으로 이끈 것도 디지털기기의 힘이다. 국가대표선수들이 착용하는 최신의 웨어러블 장비는 점프, 충돌, 출발과 멈춤, 균형 상실 사항까지 꼼꼼히 기록하고 대표선발과 체력향상에 도움을 주고 있다. 웨어러블 디지털기기는 더욱 발전하여 사물의 굴절률을 조절하는 ‘투명망토’도 실험실 수준에서 구현할 정도로 개발되었다. 미래에 이를 착용하면 해리포터의 영화에서처럼 빛을 굴절시켜 착용자의 뒷배경만 보이게 할 수도 있다.

착용하는 디지털기기는 오감으로 느끼는 인간의 인지능력을 극도로 향상시킨다. 미국의 IT업체 폴리트론은 몇년전 투명한 형태의 모바일폰을 개발했다. 이러한 투명한 디지털 기기의 구현은 디지털 콘텍트렌즈의 개발로 이어진다. 구글과 삼성이 개발중인 콘택트렌즈는 안구에 있는 미량의 글로코스를 측정하여 바늘을 찌르지 않고도 실시간으로 당뇨수치를 관리할 수 있다고 한다. 미래에 등장할 투명한 콘텍트랜즈는 증강현실과 결합하여 사람이 착용하면 아이언맨 슈트와 같이 주변환경을 보면서 부가된 정보를 제공해주는 기능을 한다. 필자는 수년전 물류관리용 바코드스캐너를 대량으로 수리한 적이 있는데, 미래의 인터페이스는 콘텍트렌즈, 안경 또는 헤드셋을 착용한 작업자가 걸어가면서도 관리할 물품을 부가적으로 눈앞에 표시하여 주고, 시리얼번호와 물품번호를 자동으로 입력하게 해 줄 것이다.

점점 작아지고 이식까지 가능한 디지털기기에 대하여 긍정적인 평가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다수 한국인은 이미 스마트폰이 없어지면 금단증상을 경험하며 잠시만 꺼두어도 불안감을 느끼는 수준에 이르렀다. 휴대폰의 배터리수준이 떨어지면 곧바로 충전기를 찾아나선다. 길을 걸으며 스마트폰을 보는 사람을 빗대어 좀비와 같다는 ‘스몸비’라는 단어까지 등장했다. 인간의 편의를 위한 기기들, 생명연장을 위한 각종 장비들, 미래에는 인간의 생각과도 교신이 가능한 장치들은 사람과 기계의 차이를 점점 줄어들게 만든다는 몰인간성과 관련된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때로는 디지털기기 의존에서 잠시 벗어나, 스마트폰을 끄고, 자연친화적 생활을 통하여 자신을 돌아볼 필요도 있다.

 

<필자 약력>

​여정현

-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 대우그룹 회장비서실
- 안양대학교 평생교육원 강사
- (주)명정보기술 산호세법인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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