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리아] = 법원이 기아자동차 근로자들에게 지급된 정기상여금과 중식비를 '통상임금'으로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부(권혁중 부장판사)는 31일 기아차 노조 소속 2만7천424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기아차 사측이  원금 3천126억원, 지연이자 1천97억원 등 총 4천223억원을 근로자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기아차 사측이 주장한 경영상의 어려움에 대해선 이를 인정할 근거가 없다고 봤다.

그 근거로 ▲기아차가 2008년부터 2015년 사이 당기 순손실이 없었던 점 ▲같은 기간 매년 1조에서 15조여원의 이익을 낸 점을 꼽았다. 재판부는 "근로자들이 마땅히 받아야 할 임금을 이제 지급하면서 중대 위협이라고 보는 건 적절치 않다. 사측의 신의칙 위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앞서 기아차 근로자들은 2011년 사측을 상대로 통상 임금 소송을 냈다. 노조 측이 사측에 청구한 임금 차액은 6천588억 원에 이자 4천338억 원을 포함한 총 1조926억 원이다. 노조는 “사측이 청구액을 지급해도 회사 경영에는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사측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한 것은 노사 합의에 따른 것으로, 노조의 주장은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에 위배되는 것”이라며 맞섰다.

법원의 이번 판결은 다른 완성차 업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판결이 나온 31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즉시 '유감'을 표시했다.

자동차산업협회는 이날 김용근 회장 명의로 입장 자료를 내고 "그간의 통상임금에 대한 노사합의와 사회적 관례, 정부의 행정지침, 그리고 기아차 (36,850원 100 0.3%)와 우리나라 자동차산업 생태계에 미치는 막대한 부정적 영향 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판결에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협회는 "그간 정부 지침을 준수해 성실하게 노사간 임금 협상을 벌여왔다“라며 "지금도 경쟁국에 비해 과다한 인건비로 경쟁력이 뒤처진 상황에서 통상임금 판결에 따른 추가적인 막대한 임금 부담은 회사 경쟁력에 치명타가 될 것이며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의 위기가 가중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상급심에서는 통상임금 사안에 관한 그간의 실체적 진실과 우리나라 자동차 기업의 경영과 산업 생태계 전반의 경쟁력에 대한 중대한 위기적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의 성실의 원칙(신의칙) 인정 뿐 아니라 현재와 미래의 추가 인건비 상승부담이 유발되지 않도록 판결이 이뤄지기 바란다"고 주장했다.

한편 법원의 이번 판결로 통상임금 소송 중인 다른 기업도 비상이 걸렸다. 고용부에 따르면, 현재 근로자 100인 이상 기업 가운데 8월 현재 통상임금 소송 중인 기업은 현대차, 현대모비스, 현대위아, 한국GM, 쌍용차 등 115개사에 달한다.

업계는 통상임금 소송이 노사 갈등과 기업 경쟁력 약화를 일으키는 만큼 법으로 통상임금의 성격을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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