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숨에 톱스타 반열에 오른 17세 소녀는 그러나 정작 차분하다. 들뜨는 것이 당연할 법도 한데, 관심을 가져줘 감사하다며 쑥스러워할 뿐이다.

낯을 가린다면서 수줍게 웃는 가수 이하이(17)지만, 노래와 음악 이야기가 나오자 목소리에 힘이 실리며 눈을 반짝인다. 바쁜 스케줄이 힘들지 않느냐는 물음에 "노래를 녹음하고 하나씩 배워간다는 것이 너무 즐거워요"라며 까르르 웃는다.

지난해 SBS TV '일요일이 좋다-K팝 스타' 준우승자인 이하이는 10월 레트로 솔 '1,2,3,4'와 11월 솔 발라드 '허수아비'로 음원차트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이어 2차례에 걸쳐 공개되는 첫 솔로앨범 '퍼스트 러브' 파트1 수록곡 5곡을 지난 7일 음원사이트에 공개했다. 23일자 빌보드 월드앨범 차트에서 3위에 오르며 역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하이의 데뷔 싱글 '1,2,3,4'에 참여한 마스타 우(35)가 작사하고, 프로듀서 리디아 백(23)과 로빈(36)이 공동작곡한 첫 타이틀곡 '이츠 오버(IT'S OVER)'는 국내에서는 듣기 드문 노래다. 그루브한 블루스에 재즈 요소를 가미한 '재지 블루스' 장르를 표방한다.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여러 장르를 녹음하는 것이 힘들다기보다는 색다르고 즐거웠습니다."

다섯곡이 모두 마음에 들지만, 싱어송라이터 선우정아가 이하이의 중학교 시절 짝사랑 이야기를 녹여낸 '짝사랑'에 애정이 있다고 부끄러워하며 웃었다. 특유의 허스키 목소리로 인해 한이 느껴지면서도 청아함을 풍기는 분위기가 일품이다. "아무 생각을 하지 않고 한 소절 한 소절 정말 느낌대로 불렀어요."

이하이는 지난 10일 자신을 배출한 'K팝스타' 시즌2에서 이 앨범의 첫 무대를 선보였다. "색다른 떨림이 있었다"며 머리를 긁적였다. "참가자들이 다들 노래를 잘하더라고요. 그런데, 저를 신기하게 쳐다보니 저도 신기하고. 특히 다른 무대보다도 떨렸어요. 예전 심사위원(양현석·박진영·보아)님들 앞에 서니까 예전 생각이 나서…. 호호호."

갓 데뷔한 신인임에도 주목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의 아델'로 불리기도 한 이하이는 "다른 목소리 때문인 것 같다"고 여겼다. "어떻게 보면, 단점일 수도 있어요. 너무나 다르고 동떨어져 대중적이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거든요. 그런 제 목소리를 개성적이면서도 대중적으로 낼 수 있게 도와주는 분들이 많아서 감사해요."

10대답지 않게 다양한 장르를 소화하는 능력이 출중하다. "언니가 실용음악과 보컬 전공인데 다양한 음악을 추천해줘 관심이 있었어요." 작은 체구의 소녀이지만 무대에서 만큼은 그런 부분이 순식간에 잊혀질 정도로 도발적인 눈빛도 인상적이다. "노래 부를 때 가장 중요한 점은 자신감을 잃지 않는 것 같다"고 말하면서 수줍게 웃었다.

양현석(44)이 이끄는 YG엔터테인먼트에 소속된 것이 그래서 기쁘다. 개성 강한 뮤지션들이 많다는 점에서 이하이 자신도 이곳을 택했다. "개성이 있는 보컬이 되고 싶었어요. 그 개성을 살리고 싶어 YG에 들어왔죠. 노래를 따로 레슨을 받지 않아요. 자유스럽게 부를 수 있는 큰 틀을 만들어주시죠. 다만 그간 제가 못했던 안무는 체계적으로 연습 중이에요."

자신의 싱글과 첫 앨범을 양현석이 진두지휘했다. "모든 게 처음 해보는 것들인데 양 대표님 덕분에 손쉽게 할 수 있었어요. 세심하게 배려를 많이 해주셨어요. 항상 똑같으세요. 'K팝스타' 심사를 맡을 때보다 조금 더 편해지셨지만요."

양현석은 최근 이하이에게 서울 합정동 인근 YG사옥 인근에 아파트를 마련해줬다. 이하이는 어머니와 함께 살고 아버지와 언니는 본래 살던 경기 부천에 남아 있다. 양현석이 이하이를 딸 같이 여긴다. 아버지가 속상해할 법도 하다. "아빠가 처음에는 양 대표님께 질투하는 것 같았어요. 근데 너무 감사하다고 여기세요. 자기 딸 같이 예뻐해주시니까요. 저도 정말 감사드립니다!"

YG 가수들의 히트곡을 전담한 힙합그룹 '원타임' 출신 프로듀서 테디(35)와 송백경(34)을 비롯해 힙합그룹 '에픽하이'의 타블로(33), 그룹 '빅뱅'의 '배드 보이', 빅뱅 리더 지드래곤(25)의 '원 오브 어 카인드'를 작곡한 초이스37 등 YG의 프로듀서진이 힘을 보탰다. "진짜 YG 가수가 됐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작업하는 것이 즐겁고 재미있어요.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싶어요."

월드스타 싸이(36)를 비롯해 그룹 '빅뱅' '2NE1' 등 한류스타로 활약 중인 YG 가수들을 보고 있노라면 자연스레 해외 진출을 떠올릴 듯하다. "그런 기회가, 좋은 기회가 찾아온다면 도전해보고 싶어요. 우선 그 전에 한국에서 제가 할 수 있는 것들을 많이 보여드려야겠죠. 아직은 이르지만 외국어도 배우고 있어요."

YG 식구들하고 모두 인사를 나눴다. 다들 반갑게 맞이해줘 고맙다. 단, 19일 입대한 세븐(29)과는 볼 기회가 없어서 많이 친해지지 못했다. "군대를 가셔서 많이 아쉬워요. 다녀오시면 친해지고 싶어요."

벼락스타덤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그렇기보다는 감사해요. 엄청난 사랑을 받았기 때문에 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더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고민하는 것이 걱정이라면 행복한 걱정이겠지요."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선보이고 싶다는 이하이는 섹시 콘셉트는 아직 보류 중이다. "저, 섹시한…아니거든요. 다양하면서도 저한테 맞는 느낌의 노래를 하고 싶어요. 작사·작곡 공부를 해서 제가 직접 만든 곡도 들려주고 싶고요."

28일 '퍼스트 러브' 파트2를 공개하고 같은날 오프라인에도 앨범을 내놓는다. 파트2 타이틀곡은 '로즈(ROSE)'로 테디의 작품이다. 이하이가 처음으로 부르게 될 YG스타일의 곡이기도 하다. "신나는 비트가 넘치는 곡이에요"라고 귀띔했다.

이번 앨범뿐 아니라 앞으로 내놓는 앨범으로 이하이의 색깔을 분명히 하는 것이 목표다. "다양한 장르를 '이하이화'할 수 있는 가수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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