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해찬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제1차 민생공약실천특별위원회 회의에서 모두 발언하고 있다. 이 고문이 전날 박지원 최고위원을 만나 자신은 당대표를 맡고 박 최고위원은 원내대표를 맡자고 제안한 것에 대해 당내에서는 반발이 일고 있다.(뉴스1)
박지원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이 26일 당 원내대표 경선 출마를 전격 선언하면서 민주당 내 역학 구도에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당장 5월 4일 원내대표 경선은 물론 뒤이은 6월 9일 당 대표 경선 등 대선을 앞두고 진행되는 지도부 선출 경선 판세가 요동치고 있다.

현역의원 127명의 투표로 진행되는 원내대표 경선에선 당의 역학구도상 주류인 친노세력과 민주당 텃밭인 호남세력이 손을 잡으면 박 최고위원이 상당한 득표로 당선될 거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당대표 경선에서도 당초 유력한 당권주자는 이해찬 상임고문, 박지원 최고위원, 김한길 당선자 등으로 관측됐지만 박지원 최고위원이 원내대표 경선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호남세력과 친노진영의 지지를 받게 된 이 고문이 사실상 당권을 가져갈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졌다.

또한 호남 진영의 대표격인 박 최고위원이 친노(친노무현) 진영 좌장격인 이해찬 고문과 회동한 이후 출마를 선언했다는 점에서 친노-친DJ(김대중 전 대통령) 진영 간 협력 체제가 구축될 가능성이 높다. 이를 두고 당권 뿐 아니라 연말 대선 판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당내 최대 주주인 두 세력의 연합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을 것이다. 사실상 거대 공룡처럼 당의 결정을 좌지우지하면서 당을 독점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더구나 이 같은 투톱 체제가 연말 대선을 앞두고 친노주자인 문재인 상임고문 등의 대통령 만들기로 이어질 가능성도 엿보인다는 점에서 대선주자 진영 간 갈등으로 이어질 공산도 크다.

이에 따라 원내대표, 당권 및 대권을 둘러싸고 양측을 제외한 다른 진영의 반발이 거세게 일고 있어 또 다른 갈등의 불씨가 될 수도 있어 보인다.

이를 우려한 듯 박 최고위원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에서 '정권교체'와 '통합'이란 명분을 바탕으로 '공정한 경선관리'를 강조했다.

그는 "저의 목표는 오직 12월 대선에서 승리해 정권을 교체하는 것"이라며 "대여투쟁에서는 선봉장으로, 경선에서는 어떤 경우에도 특정후보를 지지하지 않는 공정한 관리자가 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장 손학규, 정세균, 정동영 고문 등 당내 대선 주자 진영 뿐만 아니라 당권 도전자인 김한길 당선자와 원내대표 출마자인 이낙연, 전병헌 의원과 유인태 당선자 모두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형국이다.

일각에서는 원내대표 경선 보이콧 목소리도 나온다. 반발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친노-비노 간 갈등을 수습하려다 또 다른 갈등을 일으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총선에서 패배한 지 2주도 채 지나지 않아 당이 또 다시 내홍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는 상황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당 관계자는 "역풍은 불가피할 것"이라며 "그렇다고 박지원 최고위원이 당 원내대표와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을 쉽사리 뒤집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이해찬-박지원 조합이 원내대표 경선을 넘어 6월 전당대회까지 강력한 영향력을 미칠 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할 것"이라며 "전대대회를 앞두고는 친노-비노 구도가 아니라 당권주자들 사이에서 반(反)이해찬 구도가 형성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당대회 이후 치러질 대선 경선을 앞두고 문재인 고문과 김두관 경남지사 등 친노진영에 유리한 구도를 막기 위한 나머지 주자들의 협공이 펼쳐 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향후 친노-호남 연대가 '패권적 담합'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위해서는 담합이 아닌 정권교체를 향한 '단합'이라고 스스로 밝힌 진정성을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

대여 투쟁 노선, 대선 경선 관리, 대선 전략, 당직 인선 등에서 투명하고도 공정한 자세를 견지해야만 당내 또는 국민적 비판을 피할 수 있다.

하지만 당내 다수 세력으로서 달콤한 기득권을 포기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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