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논란…애경, 옥시 뒤에서 모른 척?

[이코리아] = 가습기살균제 제품으로 39명의 사망자를 낸 것으로 조사된 애경산업(대표 고광현)에 대해 3일 현재 검찰 수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다른 업체들과는 달리 피해자 가족에게 사과하지도 않고 있어 비난이 거세다.

옥시레킷벤키저(현 RB코리아)대표가 사건 5년 만에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에게 지난 2일 사과한 가운데, CMIT/MIT라는 독성물질이 포함된 가습기살균제를 판매한 애경은 옥시에 몰린 관심을 방패막으로 삼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지난달 26일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검찰이 조사에서 제외한 독성물질 CMIT/MIT도 지난 1월에 '폐' 외에 다른 기관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사실상 정부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의 범위를 축소한 것이 아닌가"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환경부가 환경보건센터로 지정한 서울아산병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CMIT/MIT(클로로메틸이소치아졸리논/메칠소치라졸리논)성분은 폐섬유화 뿐만 아니라 다양한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이 보고서에는 "CMIT/MIT를 이용한 동물 실험에서 염증상태 유도, 체중감소, 빈맥 및 동맥경화를 포함한 심혈관 이상, 지방간, 지질지표 이상, 면역계 이상, 폐섬유화, 폐출혈 및 폐 조직 위축, 폐 조직 괴사 등이 발생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보고서는 서울아산병원이 지난 1월 환경부에 제출했다. 하지만 검찰은 수사범위에서CMIT/MIT 성분의 가습기 살균제를 생산 판매한 업체를 제외했다.

검찰은 피해자 가족들이 폐 손상의 원인이라고 주장한 14개 가습기살균제 제품 중 ▲옥시싹싹 가습기당번 ▲롯데마트 와이즐렉 가습기 살균제 ▲홈플러스 가습기청정제 ▲세퓨가습기 살균제 등 4개 제품을 수사하고 있다.

이들 4개 제품에는 폐손상의 원인으로 밝혀진 PHMG(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 인산염)성분이 함유돼 있는데, 애경의 가습기살균제 제품에는 이 성분이 없다는 게 수사선상에서 제외된 이유다.

애경의 가습기살균제는 지난 1997년에 출시돼 지난 2001년 출시한 옥시의 제품보다 사실상 더 오래 사용돼 왔지만, 아직까지도 애경 제품을 비롯한 CMIT/MIT성분이 함유된 이마트와 GS리테일 제품은 지금까지 검찰 수사를 받지 않고 있다.

심상정 의원은 "가습기살균제의 피해범위를 폐질환이 아닌 다른 질환까지 확대해 피해범위를 조사해야 한다는 지적은 사건 초기부터 있었다"며 "정부가 의도적으로 가습기살균제 피해범위를 축소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검찰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가 CMIT/MIT의 독성이 폐 이외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의 보고서를 받고, 이를 검찰에 넘기지 않았다면 검찰수사를 방해한 것으로 이해할 수 밖에 없다. 이런 행위는 옥시의 조작된 보고서를 검찰에 제출한 것과 다를 바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애경산업 관계자는 "환경부와 검찰이 조사를 확대한다고 했고, 본격적인 수사까지 시작되면 애경은 성실히 임할 예정이다. 또한 수사를 통해 CMIT/MIT성분이 있는 제품 판매자들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결과가 나오면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책임도 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사실 애경 가습기메이트는 SK케미컬이 제조했고, 우리는 그 제품을 판매한 것이다. 계약상 제조자가 소비자에 신체적 손해를 입히면 제조사가 100% 책임진다. CMIT/MIT 성분의 안정성에 대해서는 제조사 SK케미컬 소관이기 때문에 그 쪽에 물어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애경은 어떤 기업?

애경은 지난 1985년 설립됐으며 설립 당시 비누제품을 주로 생산해 왔으나 그 후 합성세제·비누·샴푸·주방세제·화장품 등을 생산하여 영업기반을 확장했다.

애경 또한 옥시레킷벤키저처럼 위생용품, 세제, 탈취제 등 생활용품을 판매하고 있으며 치약, 샴푸 등 뷰티·헬스케어 제품도 판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