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수 성폭행 미수' 의혹이 제기된 김형태 경북 포항 남·울릉 국회의원 당선자와 박사학위 논문 표절 및 대필 의혹을 받고 있는 문대성 부산 사하갑 당선자에 대한 새누리당의 대응이 갈지자를 그리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면서도 탈당을 선택한 김 당선자와 달리, 문 당선자는 탈당을 완강히 거부하고 있어 그의 거취 문제를 둘러싼 논란은 한층 더 증폭될 전망이다.
새누리당은 그동안 이들 두 당선자에 대한 당 안팎의 출당(黜黨) 요구에도 불구하고 "사실 관계 확인이 먼저"란 입장을 고수해왔다.
지난 16일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이준석 비대위원 등이 당의 쇄신 기조를 유지하기 위해선 두 당선자 문제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문했지만,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사실이 확인되면 거기에 따라 당이 (결정)할 테니까 더 되풀이할 필요가 없는 얘기"라고 선을 그으며 '박근혜식 신중함'을 보였다.
그러나 다음날 김 당선자의 제수 최모씨가 공개한 녹취록 음성파일에서 성폭행 시도를 시인하는듯한 한 남성의 목소리가 김 당선자의 것일 가능성이 크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이에 새누리당은 당 윤리위원회 소집 등을 통해 김 당선자 등에 대한 징계 절차에 착수키로 했고, 결국 김 당선자는 18일 오전 당 대변인실을 통해 새누리당 탈당 의사를 밝혔다. 이에 대해 당의 출당 압박이 탈당을 유도했다는 해석도 나왔다.
문 당선자 역시 이날 오후 2시 국회에서 회견을 열어 자신에게 제기된 의혹과 거취 문제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로 하면서 그 역시 새누리당을 탈당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문 당선자는 예정된 회견 시각에 앞서 한 통의 전화를 받고, 당 대변인실 관계자와 대화를 나눈 뒤 돌연 회견을 취소, 취재진을 물리친 채 황급히 국회를 떠났다.
이에 대해 당 관계자는 "문 당선자가 일방적으로 회견을 계획했던 것이어서 자세한 사정은 알지 못한다"고 했지만, 당 주변에선 문 당선자의 회견 취소엔 당 고위 관계자 등 '윗선'의 개입이 있었을 것이란 관측이 무성하다.
실제 문 당선자는 국회에 오기 전 새누리당 탈당 의사를 밝히는 회견문까지 작성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문 당선자는 회견 취소 직전 통화에서 "1~2주 후면 (논문 표절 여부에 대한 심사) 결과가 나올 겁니다. 그러면 당에선…"이라고 말하는 모습이 뉴스1 취재진에 의해 포착됐고, 이 과정에서 문 당선자와 함께 있던 새누리당 H의원실 관계자는 "(회견) 내용이 바뀌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리고 문 당선자의 기자회견은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문 당선자는 국회를 빠져나가면서 기자들에게 "논문은 표절한 게 아니고, 탈당도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거듭 밝혔다.
그러자 이준석 비대위원은 트위터를 통해 "진짜 본인의 명예를 지키는 방법이 뭔지 모른다는 거냐"고 개탄했다.
문 당선자는 지난 2005년 국민대학교에서 박사학위 과정을 밟으면서 작성한 논문과 2007년 박사학위 논문, 그리고 2008년 동아대 교수 임용 뒤 동료 교수들과 함께 발표한 논문 등 모두 6건의 논문에 대한 표절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박사학위 수여처인 국민대는 현재 문 당선자 학위 논문의 표절 여부 등에 대한 진상조사를 벌이고 있다.
그러나 이날 현재까지 문 당선자 문제에 대한 새누리당의 공식 입장은 "국민대의 최종 판단 결과를 지켜본 뒤 조치를 취하겠다"(이상일 대변인)는 게 전부다.
앞서 문 당선자 지역구 사하갑의 현역 의원인 친박(친박근혜)계 현기환 의원은 한 라디오방송에서 "당 윤리위를 열어 (문 당선자 논문의) 표절 여부 등을 결정하겠다는 과정"이라면서 "그러나 당의 처분과 본인 결정은 다른 거니까 (사실을) 가장 잘 아는 본인이 그에 맞는 정치적 행위를 해야 한다"고 '자진 탈당'을 거듭 요구했지만, "개별 의원의 생각일 뿐 당의 공식 입장은 아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당 주변에선 "박 위원장 등 지도부가 과반 의석에 연연하다 보니 아무 원칙도 없이 계속 실기(失機)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김 당선자에 이어 문 당선자까지 탈당하면 19대 국회에서 새누리당의 원내 의석은 152석에서 150석으로 줄어들어 과반 지위를 상실한다.
여권 관계자는 "김·문 두 당선자가 당적을 이탈해 무소속이 되더라도 당선자 신분은 유지되고, 또 각종 의결 등에서도 새누리당과 뜻을 같이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당 입장에선 19대 국회 출범 뒤 여야 간 상임위원장 배분 등 개원 협상에서 과반 의석을 점했을 때보다 다소 불리해질 수 있기에 (문 당선자의 당 잔류는) 그런 상황을 염두에 둔 게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 핵심 관계자는 "문 당선자의 경우 (논문 표절의) 심증은 있지만 아직 국민대 측의 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김 당선자와 달리 사실관계 확인에 진전이 없는 상태"라며 "개원 협상도 시작하지 않았는데 과반에 연연해서 (문 당선자에 대한 조치를) 미적거린다고 해선 안 된다"고 거듭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선 새누리당이 문 당선자의 논문 표절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같은 논리를 정세균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에게도 적용키 위해 논란을 계속 키우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새누리당은 이번 총선에서 서울 종로에 출마해 당선된 민주당 정 고문에 대해 논문 표절 의혹을 제기해왔다.
문 당선자도 이날 기자들에게 "정 고문 논문 문제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냐. 왜 나와는 다르다고 하냐"고 반문했다.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