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뉴스1 제공>
새누리당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일부 4·11총선 당선자들의 거취 문제를 놓고 원칙도 없이 오락가락하는 행태를 보이면서 여론의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제수 성폭행 미수' 의혹이 제기된 김형태 경북 포항 남·울릉 국회의원 당선자와 박사학위 논문 표절 및 대필 의혹을 받고 있는 문대성 부산 사하갑 당선자에 대한 새누리당의 대응이 갈지자를 그리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면서도 탈당을 선택한 김 당선자와 달리, 문 당선자는 탈당을 완강히 거부하고 있어 그의 거취 문제를 둘러싼 논란은 한층 더 증폭될 전망이다.

새누리당은 그동안 이들 두 당선자에 대한 당 안팎의 출당(黜黨) 요구에도 불구하고 "사실 관계 확인이 먼저"란 입장을 고수해왔다.

지난 16일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이준석 비대위원 등이 당의 쇄신 기조를 유지하기 위해선 두 당선자 문제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문했지만,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사실이 확인되면 거기에 따라 당이 (결정)할 테니까 더 되풀이할 필요가 없는 얘기"라고 선을 그으며 '박근혜식 신중함'을 보였다.

그러나 다음날 김 당선자의 제수 최모씨가 공개한 녹취록 음성파일에서 성폭행 시도를 시인하는듯한 한 남성의 목소리가 김 당선자의 것일 가능성이 크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이에 새누리당은 당 윤리위원회 소집 등을 통해 김 당선자 등에 대한 징계 절차에 착수키로 했고, 결국 김 당선자는 18일 오전 당 대변인실을 통해 새누리당 탈당 의사를 밝혔다. 이에 대해 당의 출당 압박이 탈당을 유도했다는 해석도 나왔다.

문 당선자 역시 이날 오후 2시 국회에서 회견을 열어 자신에게 제기된 의혹과 거취 문제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로 하면서 그 역시 새누리당을 탈당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문 당선자는 예정된 회견 시각에 앞서 한 통의 전화를 받고, 당 대변인실 관계자와 대화를 나눈 뒤 돌연 회견을 취소, 취재진을 물리친 채 황급히 국회를 떠났다.

이에 대해 당 관계자는 "문 당선자가 일방적으로 회견을 계획했던 것이어서 자세한 사정은 알지 못한다"고 했지만, 당 주변에선 문 당선자의 회견 취소엔 당 고위 관계자 등 '윗선'의 개입이 있었을 것이란 관측이 무성하다.

실제 문 당선자는 국회에 오기 전 새누리당 탈당 의사를 밝히는 회견문까지 작성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문 당선자는 회견 취소 직전 통화에서 "1~2주 후면 (논문 표절 여부에 대한 심사) 결과가 나올 겁니다. 그러면 당에선…"이라고 말하는 모습이 뉴스1 취재진에 의해 포착됐고, 이 과정에서 문 당선자와 함께 있던 새누리당 H의원실 관계자는 "(회견) 내용이 바뀌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리고 문 당선자의 기자회견은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문 당선자는 국회를 빠져나가면서 기자들에게 "논문은 표절한 게 아니고, 탈당도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거듭 밝혔다.

그러자 이준석 비대위원은 트위터를 통해 "진짜 본인의 명예를 지키는 방법이 뭔지 모른다는 거냐"고 개탄했다.

문 당선자는 지난 2005년 국민대학교에서 박사학위 과정을 밟으면서 작성한 논문과 2007년 박사학위 논문, 그리고 2008년 동아대 교수 임용 뒤 동료 교수들과 함께 발표한 논문 등 모두 6건의 논문에 대한 표절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박사학위 수여처인 국민대는 현재 문 당선자 학위 논문의 표절 여부 등에 대한 진상조사를 벌이고 있다.

그러나 이날 현재까지 문 당선자 문제에 대한 새누리당의 공식 입장은 "국민대의 최종 판단 결과를 지켜본 뒤 조치를 취하겠다"(이상일 대변인)는 게 전부다.

앞서 문 당선자 지역구 사하갑의 현역 의원인 친박(친박근혜)계 현기환 의원은 한 라디오방송에서 "당 윤리위를 열어 (문 당선자 논문의) 표절 여부 등을 결정하겠다는 과정"이라면서 "그러나 당의 처분과 본인 결정은 다른 거니까 (사실을) 가장 잘 아는 본인이 그에 맞는 정치적 행위를 해야 한다"고 '자진 탈당'을 거듭 요구했지만, "개별 의원의 생각일 뿐 당의 공식 입장은 아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당 주변에선 "박 위원장 등 지도부가 과반 의석에 연연하다 보니 아무 원칙도 없이 계속 실기(失機)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김 당선자에 이어 문 당선자까지 탈당하면 19대 국회에서 새누리당의 원내 의석은 152석에서 150석으로 줄어들어 과반 지위를 상실한다.

여권 관계자는 "김·문 두 당선자가 당적을 이탈해 무소속이 되더라도 당선자 신분은 유지되고, 또 각종 의결 등에서도 새누리당과 뜻을 같이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당 입장에선 19대 국회 출범 뒤 여야 간 상임위원장 배분 등 개원 협상에서 과반 의석을 점했을 때보다 다소 불리해질 수 있기에 (문 당선자의 당 잔류는) 그런 상황을 염두에 둔 게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 핵심 관계자는 "문 당선자의 경우 (논문 표절의) 심증은 있지만 아직 국민대 측의 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김 당선자와 달리 사실관계 확인에 진전이 없는 상태"라며 "개원 협상도 시작하지 않았는데 과반에 연연해서 (문 당선자에 대한 조치를) 미적거린다고 해선 안 된다"고 거듭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선 새누리당이 문 당선자의 논문 표절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같은 논리를 정세균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에게도 적용키 위해 논란을 계속 키우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새누리당은 이번 총선에서 서울 종로에 출마해 당선된 민주당 정 고문에 대해 논문 표절 의혹을 제기해왔다.

문 당선자도 이날 기자들에게 "정 고문 논문 문제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냐. 왜 나와는 다르다고 하냐"고 반문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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