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가가 매매가보다 높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전세가 상승이 매매가 상승을 유도할 것이라는 기대는 아직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건국대학교 부동산·도시연구원이 100여명의 부동산 시장 전문가로 구성, 운영하고 있는 '부동산시장 모니터링그룹'은 7일 이같은 내용의 지난해 4분기 모니터링 보고서를 내놨다.

◇매매·분양시장 침체 극심…전국적 가격 하락세

보고서에 따르면 주택 매매시장 거래량은 지난해 9·10 부동산 대책 후 취득세 인하 효과로 약 한 달간 증가세를 보였으나 이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대형평형 중심으로 가격이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특히 전국 평균을 크게 웃돌던 세종시 역시 최근 가격 상승률이 급격히 하락하며 조정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전국의 아파트 분양시장 역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수도권에서는 대형 평형을 중심으로 미분양 물량 적체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됐고, 부산·울산⋅경남 지역 역시 지난해 3분기 이후 급격한 침체기를 받고 있다.

충청지역의 경우 세종시를 중심으로 분양이 이뤄지고 있으나, 세종시 내에서도 행정타운과 먼 지역, 브랜드 가치가 떨어지는 아파트에서는 미분양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전세가 급상승…"이득 기대 없으면 매매가보다 높아질수도"

부동산 가치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지면서 전세가는 급상승하고 있다. 세입자들이 보증금을 올려주더라도 이동하지 않으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전세 매물 품귀 현상이 발생하고 있으며, 파주 등 일부 수도권 지역에서는 주택가격이 대출금 또는 전세금 상환액보다 낮아지는 문제가 발생했다.

특히 정부기관 이전을 앞두고 세종시와 대전광역시, 공주시 등을 중심으로 중소형 아파트의 전세가가 급등하고 있다.

모니터링 그룹은 "매매가는 안정·하락세를 보이는데 전세가는 상승해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며 "하지만 이론적으로 임대수요가 매매수요로 전환돼 매매가가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들은 "전세가는 현재의 주택시장 상황을 반영하고, 매매가는 현재 시장 뿐 아니라 미래시장에 대한 기대치까지 반영하므로 전세가와 매매가의 결정 요인은 다르다"며 "미래 자본이득에 대한 기대가 전혀 없다면 전세가가 매매가와 같거나 더 높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매시장 수익부동산↑ 주거부동산↓…양극화 심화

지난해 부동산 경매시장에서는 두드러진 양극화 현상이 나타났다. 상가와 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은 강세를 보인 만면 대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주거용 부동산은 약세였다.

모니터링 그룹에 따르면 대형아파트 경매 시장은 지난해 통상 2~3회 이상의 유찰이 보편적일 정도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반면 수익형부동산에는 지역·가격·종목을 불문하고 투자자가 몰려 시장과열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한편 지난해 부동산 시장에서는 소형 주택에 대한 수요 증가로 원룸형을 중심으로 도시형생활주택의 공급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대도시지역 중 도시형생활주택은 50㎡미만의 소형주택이 전체 공급량의 67%를 차지했으며, 그 중 87%가 원룸형이었다.

모니터링그룹은 "편중된 유형의 대량 공급이 지속될 경우 공급과잉으로 공실이 발생하고 결국 임대료의 하락으로 이루어질 수 밖에 없다"며 "저소득층과 2~3인 패밀리형 가구의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다양한 유형의 도시형생활주택 공급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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