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길홍 대기자

[이코리아] = 박근혜 대통령의 얼굴이 11월 말이 되면서 점점 더 수심으로 가득 차 있다. 야당의 ‘옹니 부리기’로 한·중 FTA 비준이 아직도 통과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보다 못한 최경환 경제팀장이 지난 27일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수출악화로 경기회복세가 위축되고 있다며 "수출기업의 숨통을 틔워주기 위하여 한·중 FTA 국회 비준이 절박하니 여·야는 불필요한 논쟁을 하지 말고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호소했다.

부연하여 최 팀장은 "우리 경제가 어려운 대외여건 하에서도 내수활성화에 힘입어 경기회복 흐름을 이어왔으나, 10월 수출이 6년 2개월 만에 최대폭(15.9%) 감소하는 등 수출 부진이 지속돼 그 영향이 생산·투자 위축으로 파급되고 있다"면서, "한·중 FTA는 상대국이 있는 협정으로 다른 법률안과 달리 연내 발효를 위해서는 시한이 존재한다. 중국은 자국 내 비준 절차가 사실상 마무리 단계고, 우리의 경쟁국인 호주는 협상 타결이 우리보다 늦었음에도 중·호 FTA의 연내 발효를 위해 여·야가 합의해 비준 절차를 마친 상태이다. 한·중 FTA가 연내 발효되면 두 번의 관세인하를 통해 우리 기업의 대(對) 중국 수출 활력 제고와 내수시장 진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결론적으로 “국회는 모든 논의의 우선순위를 경제살리기와 민생안정에 두고 FTA비준안, 경제활성화 법안, 노동개혁 5대법안, 예산안 등을 조속히 처리해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상황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해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라고 주장했다.

새누리당도 조속한 비준을 서두르고 있다.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정말 늦어도 11월 30일까지가 마지노선이다. 그때가 안 되면 한·중 FTA는 좀 어려운 상황에 빠질 수 있다”라고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뿐만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국가주석의 다음 주 프랑스 파리 회동에서 비준안 처리가 안 돼 있으면 망신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여당의 주장대로 한·중 FTA로 대중 수출경쟁력이 향상되어 수출기업이 혜택을 입는 것은 분명히 맞다. 하지만 반면 농수산업은 중국의 저렴한 농수산물 수입으로 분명히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될 것이다. 실제 농업 분야 FTA 보완 예산 집행 실적은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08년 9148억에서 2014년 3조 3290억 원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다.

따라서 새정치민주연합은 한·중 FTA 피해 산업에 대한 보전대책이 먼저 확실히 마련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첫 번째 이슈는 ‘무역이득공유제’ 도입으로 수출기업의 이득 일부를 피해 산업과 공유하는 문제이다. 당초 정부가 극력 반대했으나 지금은 수혜 기업들이 기금을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두 번째 이슈는 ‘밭 직불금’이다. 콩, 고추 등 특정 작물 재배 농가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제도인데, 여·야는 현행 1ha당 40만 원을 인상하기로 합의하였다. 더불어 야당은 식품 검역, 황사, 불법어로에 대해 우리의 입장을 중국에 관철시킬 것을 요구하고 있다.

당연히 재벌·보수언론은 한심스러운 야당의 아이디어 같지도 않은 아이디어에 강력 반대한다. 한 매체는 “야당 측이 주장해온 ‘무역이득공유제’는 FTA로 이득을 보는 산업이 있는 만큼 이윤의 일정 부분을 떼어 내 국가가 강제로 환수하고, 이를 피해를 보게 되는 농어촌 등에 지원하자는 제도다. 취지는 그럴듯하지만 속을 뜯어보면 위헌 요소를 안고 있고, 전 세계에서 유례가 없다”고 개탄했다.

하지만 선진 자본주의 국가에서는 양극화 완화를 위하여 누진과세제도를 채택하고 있는데, 상대적으로 막대한 이윤에 세 부담을 강화하여 피해산업에 지원하는 것이 어떤 면에서 위헌이 되는지 보다 상세한 설명이 필요하다. 다음 전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제도는 시행하면 안 된다는 취지인데 선진국들은 자국의 경제성장을 위하여 지속적으로 전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제도를 개발하여 시행하고 있다. ‘양적 완화’가 대표적인 예이다. 대한민국은 선진국이 아니라는 말인가?

맛있는 과실은 지들끼리 다 따 먹고 그 과정에서 피해 본 사람은 나 몰라라 하겠다는 것은 도둑놈 심보다. 기업의 수출 여건에 혜택을 줘서 수익을 증가시키는 것은 정부의 의무다. 하지만 농수산업에 수익 감소를 강요할 권리는 정부에 없다.

기왕에 가난한 농수산업의 잠재 수익을 강탈하여 기왕에 부유한 수출기업에 몰아 줄 권리가 정부에 있는가? 그리고 정부가 ‘경제살리기와 민생안정’에 매진하고 있으니 국회도 이제는 정신 차리고 이에 협조하여 한·중 FTA를 통과시켜 달라는데, 수출기업의 수익이 증가하면 ‘경제살리기와 민생안정’에 어떻게 어떤 도움이 되는가? 이제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대부분 재벌인 수출기업 총수일가의 돈 창고만 더 가득 쌓이는 것 아닌가? 그리고 그 돈은 다시 서민상권을 점령하여 민생안정을 위협하고 ‘경제 더욱 죽이기’에 사용되는 것은 아닌가?

또한, 중국의 농수산물이 대량으로 수입될 때 지금도 크게 문제가 되고 있는 중국 불량식품의 안전성 문제가 크게 증폭된다. 이 문제를 방치하는 것은 정부의 안전불감증을 다시 한 번 확인시키는 것일 뿐만 아니라 더욱 중요한 것은 국민 건강을 크게 해치게 된다.

한편, 우리나라가 FTA 체결 시 국가를 막론하고 항상 문제가 되는 것이 농수산업이다. 특히 우리나라 농업은 국토가 작아서 인력집약산업으로 생산단가가 높을 뿐만 아니라 고부가가치 품목이 없다. 따라서 이번 한·중 FTA를 계기로 농수산업이 국가성장동력과 내수활성화의 큰 축이 되도록 농어촌 경제정책의 틀과 콘텐츠를 혁신해야 한다.

국토가 작은 나라의 농업경제정책의 핵심은 정보화, 첨단화, 집약화 및 비즈니스 모델 선진화로 부가가치 증대와 소득증대를 달성하는 것이다. 농산물 직거래 유통은 불필요한 유통 원가를 절감하여 순수입 증대에 크게 이바지한다. 또 식품 안전도 향상시킨다. 월마트의 체인점이 이 비즈니스 모델의 패러다임이다. 더불어 이윤 상한선을 정하여 선순환적 규모 성장을 도모한다. 농촌경제의 수익성이 증가하면 자본이 밀려들고 치열한 경쟁을 거치며 농촌기업의 우수성과 수익성은 크게 증가할 것이다.

정부는 고수익과 고성장 가능성이 있고 투자 기간이 짧은 사업에 대하여 사회적 이윤과 생산성 제고를 위하여 정책적 대안을 제공해야 한다. 농업 투자를 통해서는 농촌 인프라 개선, 농업 경제 운용비용 절감, 농업 생산성 향상, 농업 부채 감소, 도시 경제 활성화 연계, 내수시장 규모 확대, 수출 경제의 과잉 생산 능력 연동 및 흡수, 경제 자립 제고, 세수 증대 등의 다양한 선순환적 경제효과가 기대된다.

일본은 마을마다 고유한 특산품을 만드는 이른바 일촌일품 운동을 통해 농촌을 환경이 아름답고 경제가 발달한 천국으로 바꾸었다. 네덜란드는 인구밀도가 세계 최대인 악조건에서도 집약된 건물 안에서 수직으로 식량을 재배하는 ‘토지 집약형 농법’으로 세계 3위 농산품 수출국의 기적을 이루었다(‘화폐전쟁4’(쑹홍빙 지음, 홍순도 옮김) 중).

정부·여당이 한·중 FTA로 피해를 보는 농어촌 지원을 위하여 수출기업에서 매년 약 1500억 원의 기금을 걷는 절충안을 내놓았다. 재계는 정부·여당이 야당의 ‘무역이득공유제’에 양보해서 수익이 다소 줄게 됐다며 크게 삐쳐있다. 그러거나 말거나 한·중 FTA 수혜기업 기금이 농어촌경제의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향상시켜 국가성장동력의 한 축을 담당하도록 하는 계기가 되도록 해야 한다.

우리에게는 창조적인 잠재능력과 근면성이 있다. 세계적인 선도 농수산업을 창조·개발·육성하고 그림같이 아름다운 농어촌을 건설할 수 있다. 농수산업이 항상 피해자만 되어서는 국가성장동력이 반감되고 내수가 침체된다.

현재 한·중 FTA에 여·야 간 쟁점이 다양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최 부총리 주장대로 경제살리기와 민생안정이 최우선 과제인데 한·중 FTA로 농수산경제가 죽고 그 종사자의 민생이 불안정해지면 앞뒤도 맞지 않고 FTA 효과도 절감된다. 다행히 한·중 FTA 여·야·정 협의체에서 논의의 진전이 있어 조만간 타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1월 30일까지는 처리해야 한다는 여당의 주장과 피해산업 구제 및 국민건강 대책이 확실히 마련되어야 한다는 야당의 주장이 잘 접목되기 바란다.

키워드

#N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