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황금주(92) 할머니가 지난 3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1941년부터 광복때까지 위안부 피해자로 살았던 그는 1992년 피해신고를 한 후 유엔 인권소위원회에서 피해 사실을 진술하는 등 일본의 만행을 고발하고 사죄를 촉구하는데 앞장섰다.

황 할머니는 정부 등록 피해자 234명 중 176번째 사망자다. 고령인 피해자들은 최근 급격히 세상을 등지고 있다. 지난해만 6명이 세상을 떠났다.

때문에 피해자들이 모두 세상을 떠나기 전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일본은 사실상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오히려 자국의 정치적 필요에 따라 과거 일부 인정했던 잘못마저 부인하고 있다.

장기간 경기침체로 야기된 국민의 불만을 외부로 돌리는 과정에서 사회 전체가 급격히 우경화됐고 '강하고 위대한' 일본에 해가 되는 일본군 '위안부'는 일본에서 그 존재 자체를 부인당하고 있는 것이다.

보수 성향인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최근 언론과 인터뷰에서 과거 한국 등 점령지 여성을 위안부로 동원하는 등의 침략 행위를 한 사실을 사과한 담화들을 수정할 것이라고 시사했다. 이는 자신의 지지층을 만족시키기 위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일본은 1993년과 1995년 고노 담화와 무라야마 담화를 통해 일본군이 아시아, 유럽 여성을 위안부로 동원한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한 바 있다.

진실을 왜곡하려는 이같은 움직임에 국제사회는 우려섞인 시선을 보이고 있다.

한국과 중국 등 피해 국가는 국제 연대를 통해 일본을 압박하고 있고 일본의 가장 중요한 외교 파트너인 미국도 여성 인권 측면에서 압박에 동참하고 있다.

미국 유력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사설에서 아베 총리의 과거사 부정은 중대 실수라고 지적했다.

그가 범죄를 부정하고 사과의 효과를 희석하려 한다면 잔혹한 식민 통치로 고통을 받은 한국 등 주변국의 분노를 사 아시아 정세를 위협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은 피해자들이 모두 세상을 떠나기 전 일본의 사죄와 배상을 이끌어내야한다고 지적한다. 그러기 위해서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또 한중일 수반이 모두 바뀐 상황에서 일본군 '위안부' 등 과거사 현안이 각국 정상들이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는 수단으로 악용하는 것을 막아야한다고도 충고한다. 피해자들을 위한 정책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도시환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은 최근 발표한 칼럼에서 전후 유럽의 평화를 일궈낸 독일의 선례를 되살펴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빌리 브란트 서독 총리는 1970년 폴란드 바르샤바 유대인 위령탑 앞에 무릎 꿇고 헌화하며 역사적 과오에 대한 진정성이 담긴 사죄를 통해 역사화해의 물꼬를 연 바 있다.

또 1960년 독일-프랑스간 '나치피해 포괄배상협정' 체결 이후에도 1981년 추가배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억·책임·미래재단'을 설립했다.

반면 일본은 한일청구권 협정으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비롯한 모든 청구권이 소멸됐다면서 피해자들의 배상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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