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때는 실직에 대한 불안은 없었어요. 회사들이 10년차 미만 경력직을 주로 구하다 보니 갈 곳도 많고 가장 여건이 좋은 곳을 고를 수 있었죠. 하지만 지금은 여기서 밀려나면 갈 데가 없다는 위기감이 커요."

식품업체 영업팀에서 근무하고 있는 직장인 김성근(42·가명)씨는 요즘 담배가 부쩍 늘었다. 실적 압박 때문이다. 매일 매출 실적을 올리라는 회사의 압박과 제품 단가를 내려달라는 대형 마트 사이에서 시달리듯 하루를 보낸다. 전쟁같은 하루 일과를 끝내고 나면 몸은 지칠대로 지쳐 있다.

이직을 생각한 적도 많았다. 하지만 고용시장은 불과 몇년 전과 상황이 많이 달랐다. 10년차 이상의 직장인은 이직이 아니라 조기퇴직의 대상이 되고 있다. 40대를 찾는 기업은 별로 없고, 자리를 보전하기도 쉽지 않다. 40대 중반만 되면 실적이 부족한 직원에게는 회사로부터 압박이 들어온다.

김씨는 "대학 선배 중 한 명은 회사에서 압력을 받아 작년에 그만뒀어요. 갑자기 연고도 없는 지방에 발령을 내는 경우도 있고, 팀원이 한 명도 없는 팀을 새로 만들어 보내는 경우도 있어요. 나가라는 신호죠. 그 선배는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집에서 주식투자를 하고 있어요."라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40대는 다른 연령대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고용이 안정되어 있는 것으로 인식돼 왔다. 하지만 장기화된 경기 침체로 주로 50대 간부가 대상이던 구조조정이 40대로까지 확대되는 양상이다. 올해에만 하이트진로, 르노삼성, GS칼텍스 등 상당수의 기업이 희망퇴직 등을 통한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30대와 달리 40대는 실업후 재취업을 하지 못하고 고용시장에서 이탈하는 비율이 높다.

생활비 지출 규모가 늘어나는 것도 40대 가장의 고통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선진국의 경우 40대가 되면 이전에 비해 경제적으로 안정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양육비·교육비 지출이 늘면서 경제적 부담이 오히려 커진다.

김씨는 "버는 돈이 많아졌지만 쓸 돈은 더 크게 늘었어요. 두 아이가 모두 학교에 들어가면서 교육비만 한 달에 100만원 넘게 들어가거든요. 지출을 줄여보려고 꼼꼼히 따져 봐도 줄일 수 있는게 거의 없어요. 요즘에는 경조사가 있으면 걱정부터 되더라고요. 주변에선 노후대비를 시작할 때라는 데 저는 대출금 상환하기도 벅찹니다."라고 털어놨다.

비정규직 근로자의 경우 불안감은 더하다. 비정규직 근로자 수는 올해 600만명을 돌파했다. 이 중 40대 비정규직이 140여만명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영문학 강사 임동원(43·가명)씨는 요즘 시간강사들이 점점 어려운 환경에 내몰리고 있음을 느낀다. 매주 3개 학교를 돌아다니며 강의를 하지만 가정의 생계를 꾸려나가기에는 부족하다. 강의가 없는 방학때가 되면 더 막막해진다. 등록금 인상에 어려움을 겪는 대학들이 강의를 통합하는 추세여서 이제는 일거리를 구하기도 쉽지 않다.

임씨는 "가끔씩 왜 보따리장사처럼 여기저기 강의하러 다녀야 하냐는 회의감이 들어요. 공부가 좋아서 택한 일인데 정작 연구할 시간은 부족하거든요. 방학때 연구를 하자고 마음을 먹다가도 정작 방학이 되면 돈 걱정을 하지 않을수 없어요."라고 토로했다.

그는 "요즘엔 41살이 돼서도 교수 임용이 되지 않으면 포기하는게 낫다는 얘기들을 많이 해요. 사정이 어려워서 공부를 포기하고 학원 쪽으로 가는 선생님들도 적지 않아요. 그나마 영문학은 사정이 나은 편이에요. 불문학이나 독문학 전공자는 학원 강의 구하기도 쉽지 않죠"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40대 가장들의 삶은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다. 최근 LG경제연구원이 한국 사회의 세대별 사회경제고통지수를 산출한 결과 지난해 40대의 고통지수가 5.0으로 가장 높았다. 12월 대선 이후 스스로 목숨을 끊은 노동자 4명 중 3명은 40대였다. 이는 40대에게 경제적 위기가 불안감을 넘어 좌절과 고통으로 다가오고 있음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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