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때면 과외 해달라는 부탁이 주변에서 끊임없었어요. 원하는 가격과 시간을 맞춰서 할 수 있었는데 이번 겨울은 뚝 끊어졌어요."

서울 K대 3학년 박진오(25·가명)씨는 겨울방학을 앞두고 과외 자리를 알아 봤지만 구할 수가 없었다, 박씨는 방학때 2~3개씩 과외를 해 생활비와 등록금을 마련해왔다.

박씨는 "어렵다, 어렵다' 했지만 과외 자리는 항상 있었다. 올해처럼 쑥대밭인건 처음"이라면서 "학교 게시판을 봐도 쓸 만한 알바는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다"라고 혀를 찼다.

충청지역 대학 3학년인 백승민(26·가명)씨는 기말고사가 끝나면 1년간 휴학을 하고 인근 소규모 금속가공업체에서 일 하기로 했다. 과외나 사무직도 알아봤지만 자리가 없었다.

백씨가 받을 돈은 매달 150여만원. 10달 정도 일해 학비와 생활비, 취업용 연수비를 마련할 생각이다. 그나마 숙식을 공장에서 해결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백씨는 웃었다.

백씨는 "부모님께 손 벌릴 형편이 못되고 학자금 대출은 구직이 늦어지면 갚을 방법이 없어 접었다"면서 "편의점, 커피숍 알바는 일당이 너무 싸서 돈을 모을 수 없어서 안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박씨와 한씨처럼 대학생들이 겨울방학을 맞아 아르바이트 전선에 뛰어들었지만 극심한 경제 불황으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최근 대학생 758명에게 '겨울방학 아르바이트 계획'을 물은 결과, 68.6%가 "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동기는 '생활비나 용돈 충당(52.9%)'이 가장 많았다.

대학생들이 원하는 아르바이트 유형은 '사무보조(45.4%)'와 매장관리 및 판매(15.8%, 서빙 및 주방’(8.3%), 학원강사, 교육’(8.1%) 등 사무서비스 직종이 대다수였다.

그러나 대학생들이 선호하는 양질의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그예로 '꿈의 알바'로 불리는 공공기관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서는 수십대 1의 경쟁률을 뚫어야 한다.

서울시가 지난 11일까지 겨울방학 대학생 아르바이트생을 모집한 결과, 570명 정원에 7152명이 지원해 12.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여름방학 당시 경쟁률 7.8대 1은 물론, 지난해 겨울방학 당시 경쟁률인 10.3대 1을 뛰어 넘는 기록이다.

특히 25명을 모집한 중랑구 경우 하루 만에 306명이 지원하기도 했다. 최종 경쟁률은 28대 1에 달했다.

사실상 대학생들이 쉽게 얻을 수 있는 일자리는 시급이 최저임금 수준인 커피숍, 편의점, 패스트푸드점 등이다.

더 많은 돈을 구하기 위해선 공사장과 공장, 물류센터 등 이른바 3D업종의 문을 두드려야 한다.

그러다보니 제약회사들이 복제의약품 판매 허가를 받기 전 실시하는 임상실험 피실험자를 자청하는 대학생들까지 생겨나고 있다.

이른바 '마루타 알바'라고 불리는 이 일자리는 각종 부작용에도 단기간에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이유로 모집 때마다 수십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다.

하지만 대학생들이 이처럼 아르바이트에 매달려도 빚을 내거나 부모의 도움 없이 학업을 이어가기란 쉽지 않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지난해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대학생 10명 중 2명꼴인 54만명(21.3%)이 아르바이트를 했다. 이들은 주당 33.2시간을 일하고 월 평균 89만원을 받았다.

지난해 4년제 사립대 평균 등록금이 769만원이고 대학생 월 평균 생활비가 42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1년간 최소 1273만원이 필요하다. 대학생이 1년 열두달 꼬박 일을 해도 한해 등록금과 생활비를 스스로 마련하기가 어렵다는 이야기다.

더구나 대학생들은 일을 하고도 제대로 대가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노동 공급은 많은 반면 시장 수요는 적어 시장이 수요자 중심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청년유니온이 지난달까지 2년6개월간 상담한 414건을 분석한 결과, 청년들이 가장 많이 한 노동상담은 임금체불로 집계됐다. 임금체불 상담은 전체 24.1%인 164건에 달했다.

또 정해진 주휴수당과 근로시간, 최저임금, 4대보험 등을 제대로 적용 받지 못했다는 상담이 그 뒤를 이었다.

청년유니온은 "임금체불은 기간제와 시간제, 정규직과 파견직, 특수고용 등 고용형태와 상관없이 모두 이뤄졌다"면서 "저임금이 임금체불로 이어지는 가혹한 청년층의 노동현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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