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A(35)씨는 2년전부터 마트와 음식점 등에서 비정규직으로 근무하고 있다. 무역회사 사무직으로 근무하던 A씨는 3년전 아이를 낳기 위해 휴직을 내고 회사로 복귀했다.

그는 아이를 낳고 돌아온 만큼 이전보다 더 열심히 일하겠다는 의욕은 신입사원 못지않았다. 현실은 달랐다. 주부이고 아이까지 낳은 상황에서 이전하고 다른 분위기가 감지됐다.

휴직전 자신이 하던 업무는 다른 여직원이 담당하고 있었다. A씨는 복직을 했지만 익숙했던 업무는 자신에게 돌아오지 않았다. 서류 복사, 사무실 정리 등 다른 일거리들이 A씨에게 쏟아졌다.

A씨는 돌아온지 얼마되지 않아 회사측의 배려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A씨의 업무는 그대로 한동안 이어졌다. 결국 박탈감과 자괴감을 느낀 A씨는 복직한지 두달만에 회사를 그만뒀다. 이때까지만 해도 다른 직장에서 새출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한국사회는 녹록하지 않았다. 노동시장에서 여성차별은 해가 바뀌어도 지속됐다. 새로운 직장은 아이가 있는 주부 A씨에게 굳게 닫힌 철옹성과 같았다. 새직장을 찾기를 포기한 A씨는 마트와 식당 등을 전전하며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벌고 있다.

그는 "우리사회가 아직도 여성에 대한 고용의 문이 활짝 열려있지 않다는 것을 지난 몇년간 뼈저리게 실감했다"며 "여성이라고 아이가 있다고 해서 능력 또한 사라지지는 않는다"고 씁쓸해 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여성취업자 1000만 시대가 계속되고 있다. 2001년까지만 해도 900만명이 되지 않던 여성취업자의 수가 10년 사이 100만명 이상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여성은 노동시장에서 차별과 배제에 직면해 있다. 결혼, 출산, 육아의 책임이 여성에게 전적으로 부과돼 노동시장으로부터 배제되는 현실이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여전히 진행중인 경제불황 상황에서 새로운 직업을 찾아나선 대한민국 여성들의 한숨과 걱정만 늘어나고 있다.

◇'여성 고용차별 어제 오늘의 일 아니네…'

실제로 고용시장에서 여성들의 차별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10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남녀 임금격차는 39%에 이른다. 남자가 100만원을 받으면 여성은 61만원을 받는다는 것이다. 28개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29%)과 비교해도 10%가 높다.

특히 남녀 임금격차 폭이 10년 동안 거의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2000년 우리나라 남녀 임금격차는 40%로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심했지만 지난 10년 동안 불과 1% 격차를 줄이는 데 그쳤다.

대한민국은 16년째 OECD 국가 중 남녀임금격차가 39%로 가장 크고 여성노동자의 60% 이상이 비정규직의 처지에 있는 등 여성의 삶은 빈곤과 차별 속에 고통받고 있다.

또 지난 9월 현재 여성 고용률은 49.1%로 남성 고용률 71.3%보다 20% 이상 낮다. 남성이나 다른 선진국 여성들의 경우 20대보다 30대에 더 높은 고용률을 보이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 여성의 경우 결혼, 출산, 육아에 대한 책임으로 인해 오히려 30대 고용률이 20대보다 낮다.

임금이나 노동환경에 있어서도 열악하다.

지난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자료에 따르면 여성 임금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은 149만7000원으로 남성 임금근로자의 월평균 임금 255만9000원보다 100만원 이상 적다. 절반 이상인 59.4%가 고용이 불안정하고 사회보험 혜택을 제공받지 못하는 비정규직 일자리에 종사하고 있다.

이같은 차별은 여성의 교육수준이 남성과 비슷한 경우에도 존재한다.

◇'여성 고용차별 지속되면…' 불평등-양극화-빈곤 사회문제 확대우려

전문가들은 여성 고용차별이 빠른 시일내에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성이 겪고 있는 노동시장 내 차별과 배제는 그 자체로서도 문제지만 불평등, 양극화, 빈곤과 같은 사회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게 이유다.

여성의 낮은 고용률, 저임금은 여성이 주소득원인 여성 가구주 가구의 빈곤 노출위험을 증대시킨다. 여성과 남성 사이의 임금격차 확대는 불평등과 양극화 심화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또 고령화시대로 접어드는 우리 현실을 감안할 때 여성에 대한 노동시장내 차별과 배제는 노동력 부족이나 노동생산성의 저하를 가져와 국가경쟁력의 제고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관계자는 "정부는 여성 고용차별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며 "출산과 육아의 책임으로 인해 경력이 단절되는 여성의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육아지원정책과 출산휴가제도를 이전보다 확대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여성 노동자들은 같은 문제들을 반복해서 겪고 있다"고 꼬집었다.

◇"정부, 일·가정 양립정책 마련해야"

여성 고용차별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양질의 일자리를 중심으로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는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여성에게만 전가되고 있는 결혼, 출산, 육아의 책임을 실질적으로 완화시킬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금의 정부 정책 역시 이 책임을 완화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지만 별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관계자는 "여성이 일을 할 수 있도록 출산과 육아에 있어 사회가 지는 책임을 더욱 증가시켜야 한다"며 "가구 내에서 남성이 그 책임을 같이 지도록 하는 '양성의 일·가정 양립정책'으로의 전환을 통해 출산과 육아에 대한 여성의 책임을 경감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여성 스스로 일·가정 양립을 추구하도록 하는 양질의 일자리 정책도 필요하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여성이 많이 종사하는 사회서비스업에서의 양질의 일자리 창출 등과 같은 정책을 통해 저임금, 비정규직 일자리가 아닌 양질의 일자리를 여성에게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또 여성 스스로가 경력단절이 아닌 자신의 일과 가정을 양립시키는 것을 선택하도록 하고 출산, 육아 등을 이유로 노동시장에서 여성을 배제하려는 기업을 처벌하는 규정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관계자는 "지금의 일·가정 양립정책은 한계를 보이고 있다"며 "양질의 일자리 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일·가정 양립정책을 통해 여성의 노동현실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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