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감독원 및 정부출신 농협 금융계열사 이사 현황. (자료=김우남 의원실 제공)

【서울=이코리아】 =  금융감독원 등 정부 인사들과 농협중앙회 출신들이 농협 계열사의 이사회를 장악하고 있는 것도 모자라 비리혐의로 구속됐던 전 농협회장들이 계열사 고문으로 재취업한 사실이 드러났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김우남 위원장(새정치민주연합)에 따르면 농협중앙회 회장을 지냈고 모두 금품수수와 비자금조성 등 혐의로 구속된 바 있는 한호선 전 회장은 지난해 11월 농촌사랑지도자연수원의 고문으로 위촉됐다.

또, 횡령과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됐던 원철희 전 회장에 대해서도 지난 2월 '농협유통'의 고문으로 위촉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모두 월 500만원의 고문료를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금융관련 농협계열사의 이사로 재직 중인 금융감독원 출신은 모두 8명이며 검찰, 국정원 등의 관료 출신도 6명에 달한다.

농협금융지주의 김용환 회장은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 출신이고 전홍렬, 손상호 사외이사는 각각 금융감독원 부원장과 부원장보를 역임한 바 있다.

여기에 검찰총장 출신의 김준규 사외이사를 포함하면 농협금융계열사의 컨트롤타워인 금융지주의 이사 7명 중 4명이 공적 기관 출신으로 이사회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농협은행도 모두 9명의 이사 중 4명의 관료 출신이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농협 계열사 전체 대표자·상임감사·전무 등 상임임원 55명 가운데 중앙회 출신이 47명으로 무려 85%에 이르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농협의 회계를 전담하는 국내 4대 회계법인에도 농협중앙회 출신 고위 임원들이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농협중앙회 정공식 전 조합감사위원장은 안진회계법인 상임고문, 이정복 전 전무이사는 삼일경영연구원 상임고문으로 위촉됐다.

이덕수 전 농업경제대표이사는 삼정회계법인 고문, 김수공 전 농업경제대표이사는 한영회계법인 고문으로 각각 활동하고 있다.

농협은 지난 2012년부터 지난 8월까지 이들이 고문으로 재직 중인 4개의 회계법인에게 총 205건 454억원에 달하는 회계감사, 컨설팅, 연구용역 등의 계약을 몰아준 것으로 드러났다.

김우남 위원장은 "농협에서 퇴직한 고위 임원들이 농협과 계약하는 회계법인의 고문으로 활동하는 것은 계약의 공정성에 영향을 줄 우려가 높다"며 "이러한 회계법인과의 계약에 대한 철저한 심사와 감사가 강화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농협개혁 취지에 맞게 전문성을 갖춘 다양한 외부 인사들에게 농협의 문호가 개방돼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