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전년대비 매출 하락…소비자 반응도 '시큰둥'

▲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첫날인 지난 1일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을 찾은 고객들이 쇼핑을 하고 있다. (사진=롯데백화점) 강주희 기자

【서울=이코리아】 =  정부가 내수 증진을 위해 꺼내든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가 첫 주말을 맞았다. 그러나 초반 흥행에 성공했다는 정부의 평가가 아직 이르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블랙프라이데이에 따른 매출이 일부 백화점으로 쏠리면서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이 위축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5일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블랙프라이데이 첫 주말행사인 1~3일 매출이 전년 대비 23.6% 증가했다. 롯데백화점이 두자릿수 세일 신장률을 기록한 것은 지난해 송년 세일 이후 최초다.

주요 상품들 실적을 보면 구두 62.8%, 핸드백 42.1%, 아웃도어 28.8% 등의 증가 폭이 컸다. 신동빈 롯데그룹회장은 이날 백화점과 면세점 등에 "자체 유통마진을 줄여서라도 좋은 제품이 소비자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하라"고 당부했다.

신세계백화점과 현대백화점도 블랙프라이데이 특수를 누리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같은 기간 매출이 전년대비 36.7% 늘었다. 특히 보석·시계 부문과 여성 의류가 각각 53.7%, 49.3% 선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주말인 지난 3일 서울 서초구에 있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블랙프라이데이 쇼핑을 하려는 고객들로 가득했다. '스포츠슈즈 & 패딩 특별전'이 열린 9층 영웨이브 이벤트홀에는 발디딜 틈이 없었다. 아디다스, 퓨마 등 유명 스포츠 브랜드 용품이 진열된 매대 위로 사람들 손이 바쁘게 움직였다. 국경절 연휴를 맞아 대거 방한한 중국인 관광객들도 눈에 띄었다.

현대백화점도 괜찮은 성적를 거뒀다. 지난해 같은 기간(10월 1~3일)과 비교하면 매출이 27.6% 늘었다. 여성의류(43%)를 비롯해 해외패션(28.3%), 잡화류(19.1%), 남성패션(18.1%), 아동스포츠(11.2%)가 두자릿수 신장률을 보였다.

◆ 대형마트 매출 성적·고객 반응도 저조

반면 대형마트는 저조한 성적에 울상이다. 매출이 지난해에 비해 비슷하거나 오히려 줄어들었다. 추석연휴 직후여서 대형마트 쇼핑 수요가 줄어들고, 올해 개천절이 토요일로 휴일이어서 매출이 많았던 점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는 1~3일 매출이 전년대비 2.3% 감소했다. 가전제품과 패션 부문 매출이 각각 10.2%, 6.9% 올랐지만 신선식품(-8.5%), 가정간편식(-7.6%), 가공식품(-3.5%) 등 실생활제품 매출이 하락했다.

▲ 4일 이마트 부천점 매대 사진. 농심 알새우칩(68g)이 정가 980원보다 240원 싼 740원에 팔리고 있다. 소비자들은 "블랙프라이데이 할인폭이 낮아 실망스럽다"고 입을 모은다. 강주희 기자

4일 이마트 부천역점은 행사장 이외의 매장은 한산했다. '이마트 코리아 그랜드 세일'이라고 적힌 분홍색 현수막이 곳곳에 걸렸지만 분위기는 차분했다. 계산대 앞에 줄지어 있는 쇼핑객들의 모습은 드문드문 보였다.

‘지오다노 특별전’이 열린 6층 스포츠 매장에는 아쉬운 소리가 나왔다. 대부분이 이월 상품이어서 '살 것이 없다'는 볼멘소리다. 매장을 찾은 한 고객은 "첫날(1일)에도 왔었는데 별로 달라진 게 없다"며 "소비자들 반응도 영 싱거우니 마트 자체도 블랙프라이데이에 주력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고객은 "전단지나 현수막에 블랙프라이데이, 코리아 그랜드 세일이라고 홍보를 해서 둘이 같은 건지 다른 건지 모르겠다. 할인폭도 크지 않아 평소 재고 세일하는 것과 별반 다를 게 없다"고 푸념했다.

롯데마트는 1∼3일 매출이 지난해와 비교해 4.8% 증가했지만, 지난해 10월 2∼4일과 비교하면 2.8% 하락했다고 밝혔다. 홈플러스도 사정은 비슷하다.

한편, 정부는 이번 블랙프라이데이 성과를 봐서 올 연말에도 대규모 할인행사 시행을 검토 중이다. 또 대형 제조업체들이 참여하지 않을 것을 고려해 내년부터는 이들도 참여하는 방식으로 정례화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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