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교사가 학생에게 폭행을 당하는 일이 자주 일어나고 있다. 학교폭력도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학생 자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우리나라가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날이 갈수록 학부모의 사교육비 부담은 늘어만 가고 있다. 교육정책을 놓고는 이념적 대립이 심해지고 갈등의 골도 깊어지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틈만 나면 한국의 교육을 본받아야 한다고 치켜세우지만, 우리의 교육 현실은 간단하지가 않다. 우리나라 최대 교원단체 수장인 안양옥(56)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안 회장은 지난 4월 국회의원 선거에서 당선이 확실시되는 새누리당의 이른바 강남벨트 가운데 하나인 서초갑 국회의원 공천을 고사했다. 그가 정치권의 유혹을 뿌리친 것은 “교총 회장으로 임기를 마치겠다”고 교총 회원들과 약속을 했기 때문이다. 또한, 이번 12월19일 서울시교육감 재선거에서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됐지만, 견마지로(犬馬之勞)의 심정으로 보수진영의 분열을 막고, 보수진영의 승리를 위해 일찌감치 불출마를 선언했다.

안 회장이 국회의원과 교육감 출마에 대한 주변의 강력한 출마 권유를 뿌리친 배경에는 그의 평소 지론과 관련이 있다. 그는 평소 ‘교육자는 채우는 삶보다는 비우는 삶이 더 필요하다’고 입버릇처럼 얘기한다. 안 회장의 이런 교육자로서의 신념이 없었다면, 정치권의 출마 유혹을 거절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고백한다. 안 회장은 결국 ‘비우는 삶’을 선택했다. 그 이후 그는 정치인을 만날 때 더 당당해졌고, 스스로 자유인이 됐다고 생각한다. 교총 회원들을 결속시키는데도 큰 힘이 되고 있다.

요즘 안 회장은 교육자는 명예를 먹고 사는 사람인데 교사의 사기가 땅에 떨어져 있어 너무 안타깝다고 했다. 활력을 잃어 가고 있는 교단에 힘을 실어주는 것도 절박한 과제라고 했다.

안 회장은 난마처럼 얽힌 교육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고, 교사가 학생 교육에 전념할 수 있는 풍토를 만드는 데 온 힘을 쏟는 게 자신의 책무라고 생각하고 있다. 특히 이번 대선과 서울교육감 선거에서 한국 교육이 업그레이드하는 전환점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서울 서초구 우면동에 있는 교총 회장실에서 안 회장을 만나 대선과 서울교육감 선거 정국에서 어떤 활동 계획이 있는지 들어봤다.

다음은 안 회장과의 일문 일답.

-요즘 가장 역점을 두는 일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대통령선거와 서울교육감 재선거이다. 이번 선거는 교육본질을 회복하는 전기가 돼야 한다. 교육계가 염원하는 공약이 반영되도록 할 것이다. 대선 후보들의 교육공약을 분석해 교육계가 올바른 선택을 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교총은 최근 '12대 핵심정책'을 선정해 대선 후보들이 공약에 반영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또 교육감 직선제의 폐단을 개선하기 위해 교육자치법 개정과 학생의 학습권 보호를 위한 교권보호법 제정을 위한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교권이 실추되고 있어 걱정이 많을 것 같다. 교권 보호를 위한 대책이 있나.

“교권은 단순히 교사의 권위를 세우자는 게 아니다. 교권은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호하고 신장시키는 데 목적이 있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이런 인식이 필요하다. 19대 국회에서는 ‘교권보호법’을 빨리 제정해야 한다. 현재 교원들은 정당한 교육활동에 대해서도 무고성 민원과 소송, 학교 난입과 폭행·협박에 시달리고 있다. 교권보호를 위한 장치 마련이 절실하다. 교과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 교권 침해 사례가 총 4477건에 달한다. 2009년 한 해 동안 1570건이 발생한 데 비하면 6배 가까이 급증한 것이다. 지난 5월 교총 조사에서 명예퇴직을 신청한 교사들의 94.9%가 교육환경 변화에 따른 어려움을 퇴직하려는 이유라고 꼽았다. 그 중 70.7%는 ‘교권 추락’을 사유로 대답했다. 교사들이 교단을 떠나고 있다. 개선이 절실하다. 교권추락의 원인인 학생인권조례를 폐기하고, 학교가 자율적으로 학칙을 제정해 정상적인 학사운영과 생활지도에 나서도록 해야 한다.“

-학교폭력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대책이 있나.

“우리 사회가 ‘인성’을 등한시하고, 경쟁과 지식만을 강조하면서 학생들의 심신의 조화가 깨졌다. 학생들의 억눌린 불만이 폭력으로 분출되는 경향이라고 볼 수 있다. 근본적인 대책은 인성교육을 회복하는 것이다. 학교는 전인교육의 가치를 회복해야 한다. 사회는 학생들을 시험성적으로 줄 세우기를 할 것이 아니라 다양성과 잠재력을 인정해줘야 한다. 기업이 사람됨을 중시하는 채용과 근무환경으로 뒷받침해 줘야 한다. 이제는 학생들이 자존감을 갖고 다양한 꿈을 추구하며 더불어 살아갈 줄 아는 ‘진정한 실력’을 체득하도록 해야 한다. 제도적으로는 학교와 교원이 학교폭력 해결에 일차적인 책임과 권한을 갖도록 해야 한다. 학교폭력에 대한 준사법권 차원의 조사권을 교원에게 부여하고, 가해-피해학생에 대한 상담 부과권, 가해학생에 대한 교육벌 처분권, 학부모 면담요구권 등을 줘 학교 내에서 우선 해결하도록 해야 한다. 단순 처벌방식이 아닌, ‘회복적 생활지도’에 교원이 적극 나서기 위해서는 학급당 학생 수 감축, 교사의 생활지도 시간 확보, 전문상담교사 배치 등 교육여건 개선에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수적이다.”

-대학입시제도는 국민적 관심사이다. 대선후보의 입시제도 공약을 어떻게 평가하나.

“유력한 대선후보인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세 후보 모두 대입전형 간소화 및 수능 중심 대입 탈피를 주장하는 것은 긍정적이다. 수능시험은 고교 교육과정 내에서 출제하여 학교 교육과정 운영이 왜곡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학생들이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고 학교 교육에 충실할 수 있다. 수능도 매년 땜질식으로 출제할 게 아니라 문제은행식으로 출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교육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평가를 위해 더 많은 재원이 투입돼야 한다. 대입제도 개선에 대한 구체적인 실현 방안이 없는 게 아쉽다. 특히 대학에 종속적 접근 방식이 아닌, 고교교육 등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실질적이고 획기적인 대학입시 개선안이 제시되지 못하고 있다. 또 세 후보가 입학사정관제를 대입의 큰 축으로 고려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개선 방안이 보이지 않는다. 더 보완됐으면 좋겠다.”



-대선후보의 초·중등교육 분야의 공약은 어떤가.

“세 후보 모두 고교무상교육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바람직한 방향으로 생각한다. 또 학급당 학생 수 경감 방안을 제시한 것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다만, 구체적인 교원정원 증원 계획이 없는 게 문제이다.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는 개선의 필요성은 있지만, 전면 폐지하는 것은 반대한다. 특히 외고, 국제고,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또는 수평적 고교선택제는 교육의 수월성을 무너뜨릴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다만, 현재의 일반고 위축 및 소외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일반고의 발전방안과 관련한 구체적인 공약을 선결적으로 제시하는 게 필요하다.”

-무상급식에 이어 무상보육, 반값등록금 등 교육복지를 강화하는 추세이다. 교총은 어떤 입장인가.

“한정된 국가재정을 고려할 때 무상교육 시리즈는 정책 우선순위를 고려치 않은 인기영합주의 정책으로 보인다. 서울시교육청의 내년 예산을 보면 무상급식비는 899억 원 늘어나는 데 비해 시설사업비는 무려 43%, 액수로는 2300억 원이나 줄어든다. 이 때문에 비가 새는 교실, 낡은 화장실, 고장이 난 냉난방 및 통풍시설 개선이 미뤄질 형편에 놓여 있다. 좋은 학교시설에서 공부한 학생들의 학업성취도가 그렇지 않은 학생들보다 10% 내외 높다는 연구사례 등을 보더라도 열악한 환경은 학생들의 건강과 학업에 피해를 준다. 정책의 우선순위를 따져 적절한 예산 배분과 점진적인 무상교육을 도입하는 게 바람직하다. 오히려 무분별한 무상교육보다는 저소득층 자녀, 장애우, 다문화가정 등 지원이 더 필요한 곳에 혜택을 두텁게 해야 한다.”

-교육자치제와 교육감 직선제에 대한 개선 여론이 높다. 어떤 입장인가.

“교육감 출마자격에 교육경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또 교육위원회가 독립된 상임위원회로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전문성과 덕망을 갖춘 인사가 선거비용 문제를 겪지 않도록 적극적 의미의 선거공영제를 실시해야 한다. 아울러 ‘깜깜히 선거’, ‘로또 선거’의 폐해를 낳은 주민 직선 방식도 지방선거와 같이 선거하는 게 아니라 독자적으로 선거하는 방식이나 교원, 학부모 등 교육 구성원이 참여하는 제한적 직선제 방식으로 개선돼야 한다. 교육자치제에 대해서는 보수나 진보를 떠나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교육감 직선제 개선을 전제로 한다면 전교조 등 진보 진영과도 얼마든지 논의하고 협력해 나갈 방침이다.”

-대선과 함께 서울교육감 재선거가 치러진다. 서울교육감 선거, 어떤 의미가 있나.

“이번 서울교육감 선거는 곽노현 전 교육감이 학생인권조례, 무상급식, 혁신학교, 성취도평가 거부 등으로 학교 현장을 혼란과 갈등으로 몰아넣은 상황에서 당선무효형을 받아 치르게 된 재선거이다. 자연스럽게 곽 전 교육감의 교육정책에 대한 심판 성격이 짙을 수밖에 없다. 또한, 이번 선거는 전교조 전 위원장이 진보진영 단일후보로 나온 이상 전교조 심판의 성격도 있다. 더욱이 보수진영과 진보진영이 각각 후보 단일화를 이뤘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하지만 교육발전을 위해 이념대결은 지양해야 한다는 게 내 소신이다. 교육감에 출마한 후보들은 곽 전 교육감이 추진한 주요 정책에 대한 입장을 확실히 밝혀야 한다. 또한, 교육의 실제를 갖고 논쟁하는 선거가 돼야 한다. 각 후보가 학교현장을 이해하고 어루만져줄 수 있는 자세를 가져주기를 기대한다.”

-대선후보 공약에 꼭 반영해야 할 사항이 있나.

“세 후보 모두 교육재정 GDP 6% 이상 확충의 재정 확보 방안과 교육감 직선제의 폐단을 개선할 방안이 빠져 있다. 또한, 2014년부터 시·도의회 내에 있는 교육의원제를 폐지하는 것으로 예정돼 있는데 교육자치제를 실현하기 위해 교육의원제 유지는 물론 시·도의회 내에 독립된 상임위원회 형태로 교육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대선후보들이 이 부분을 꼭 반영해야 한다.”

-대선과 서울교육감 선거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그간 교육정책들이 학교 현실을 도외시한 채, 정치논리에 따라 좌우되고 인기영합주의로 흐르면서 교육의 본질이 많이 훼손됐다. 교총은 교육본질을 회복하고 교육입국을 실현할 수 있는 '교육대통령'과 '좋은 교육감'을 당선시킬 수 있도록 법 테두리 내에서 모든 역할을 다할 것이다.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해 교육가족에 제공하고, 교육계의 요구가 담긴 교육공약 요구과제에 대한 반영활동에도 최선을 다할 것이다. 지켜봐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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