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배성재(34) 아나운서에게 스포츠 프로그램 진행이란 곧 천직이다. 어려서부터 '스포츠 뉴스'는 시간 맞춰 꼭 챙겨봤다. 그러다 대학 4학년 1학기때 스포츠 중계를 구체적으로 꿈꿨다. 2005년 KBS에 입사했고, 이듬해 SBS 아나운서 시험에도 합격했다.

지상파 3사 '스포츠 뉴스' 메인앵커 중 유일한 남성이다. "아나운서가 뉴스를 하는 게 당연한 건데 어느 순간부터 남자가 스포츠뉴스를 진행하는 게 이상한 세상이 됐어요. 여자 후배들에게 미안하기도 해요. 체질상 현장에서 중계하는 게 맞기도 하고요. 정도껏 하다가 여신 후배가 들어오면 넘겨줘야죠"라며 웃었다.

"사실 데일리 방송을 안 한지 6년이 넘었다. 라디오를 했지만 가끔 녹음으로 대체했었고…. 데일리 방송을 못하는 운명이라고 생각했는데 '주중에 별 것 없으니 밥값하라'더라. 주말에는 중계하고 한 두 달에 한 번씩 해외출장을 가느라 바빴다"면서도 "오랜만에 TV에 자주 나오니 좋다. 메이크업도 받고 미용실도 가니까 재미있다. 신입사원 때 느낌이 난다"며 즐거워했다.

배 아나운서는 2010 남아공월드컵부터 차범근(59) 감독과 호흡을 맞췄다. 그리스전에서는 차 감독과의 불협화음으로 애도 먹었다. "차범근 위원과 안 맞는 부분도 있었을 것이다. 차 감독이 사흘 전에 섭외가 돼 선수 파악 등 준비가 안 된 부분도 있었을 것이다. 나는 2년을 준비했다. 차 위원은 본인이 경기를 눈으로 확인하고 진심이 있어야 말을 한다. 그게 다른 위원들과 차별점이다. 남아공 때는 그 작업이 부족했다. 서로 낯도 가렸고…."

"차 위원을 섭외하기 위해 스포츠국장님이 십오고초려를 했다. 축구교실만 할 거라고 거절하더라. 2006년에는 박지성 축구를 보는 문화였다면, 2010년에는 해외 축구까지 확대대면서 말 잘하는 사람이 맡는 게 낫다고 생각한 것 같다. 또 단독중계에다 차붐이 SBS에서 해설한다는 것을 강조한 것도 부담스러웠을 것"이라고 이해했다.

2012 런던올림픽에서 스타가 된 데는 "차 위원이 핵심이었다"고 공을 돌렸다. "2002년에는 국가대표팀 감독 이후라 차 감독 이미지가 강했고 2006년에는 차두리 아빠, 2010년에서야 레전드 느낌이다. 올해 젊은층과 호흡해서 그런지 내가 농담하고 까불면 좋아하더라. 밥 먹을 때도 많이 웃었다. 공부도 잔뜩 하고 젊은 축구팬들이 좋아하는 반응을 느끼면서 자신감도 찾았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은 더 기대하더라."

"남아공 때는 단독중계니 '성공적'으로 표현했지만 런던올림픽 때는 시청률은 줄었어도 지상파 3사 중 가장 반응이 좋아 내부적으로 고무됐다. '이겼다'에 큰 의미가 생겼다"는 마음이다.

"눈빛만 봐도 속을 알 것 같다"는 차 위원은 배 아나운서에게 아버지와도 같은 존재다. "9년 전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생전에 스포츠광이었다. 축구, 야구, 골프, 테니스, 미식축구 등 다 섭렵한 분이어서 TV를 보면서 밤을 새기 일쑤였다. 아버지와의 대화에 익숙했던 것 같다. 차 위원과 말을 하다보면 예전의 내 모습이 떠오른다. 아버지 역할을 대신하고 있는 것 같다"며 고마워했다.

"차 위원이 내게 당신이 보는 부분과 비슷하게 봐줘서 말하기가 편하다고 칭찬도 해줬다. 해설 중 농담을 많이 하는 것도 많이 알아서라고 이해해줬다. 하지만 차 위원을 보면 정말 아직 많이 부족하다. 모든 경기들의 정보, 모든 중계를 다시 모니터한다. 그렇게 열심히 공부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본인이 물러나지 않는 한 그 자리를 빼앗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혀를 내두르기도 했다.

배 아나운서는 "나중에는 차두리하고도 함께 중계해 보고 싶다"고 희망했다. "두리에게는 차 위원에게는 없는 활달함이 있다. 차 감독은 독일 진출, 언론과의 관계, 성향도 그렇지만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있을 때 전 국민이 등을 돌린 적이 있어서 부담감을 가진다. 쉽게 말을 하거나 사람을 만나지 못한다. 두리는 해맑아서 보는 순간 형이라고 부르더라. 나중에 해설을 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 공부를 많이 해서 깜짝 놀랐다"고 귀띔했다.

현장에서 스포츠 중계를 하는 맛에 푹 빠진 배 아나운서는 "저보다 괜찮은 후배가 나오고 대중이 또 그쪽을 더 원한다면 양보해야겠죠"라고 스스로를 설득했다. "그런 순간이 언젠 올는지 몰라도 위기를 쉽게 겪고 싶지는 않아요. 밀려나고 싶지도 않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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