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자가 스스로 충전해야 하는 '전자발찌'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도마에 올랐다.

경남 양산경찰서는 22일 위치추적 전자장치인 전자발찌의 전원을 충전하지 않아 위치추적을 불가능하게 한 50대 A씨를 특정 범죄자에 대한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A씨는 전자발찌를 충전하지 않고 이를 방치하는 등 11차례에 걸쳐 전자발찌를 꺼진 상태로 두면서 위치추적을 불가능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A씨는 청소년 성범죄로 지난 2008년 1월에 울산지법에서 징역 1년6월 선고받았으며 같은해 3월 또 청소년 성범죄로 벌금형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울산지법은 지난해 2월 '성범죄를 2회 이상 범해 습벽이 인정된' A씨에 대해 3년간 전자발찌 부착을 명령한 바 있다.

앞서 지난달 24일 인천서부경찰서는 성폭력 전과로 전자발찌를 부착한 채 편의점 종업원을 추행한 50대 B씨를 강제추행 혐의로 구속했다.

B씨는 추적을 피하려고 몇 달씩 전자발찌를 고의로 충전하지 않았던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나타났다.

또 지난해 9월 부산 부산진경찰서는 배터리가 방전된 전자발찌를 부착한 채 초등학생을 유인한 20대 B씨를 붙잡기도 했다.

◇"고양이에게 생선 맡긴 격" = 이날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4세대 전자발찌를 대상자들에게 보급, 지난 1월과 2월 이전 전자발찌를 4세대로 교체해 부착했다고 밝혔다.

4세대 이전 전자발찌는 비충전식으로 배터리 수명이 6개월 정도에 불과해 매번 교체에 따른 예산과 불편이 야기돼 개선된 것이다.

이런 점을 들어 4세대 전자발찌는 1회 완충 시 한 달 정도 사용이 가능한 배터리 충전식으로 보완됐다고 법무부 관계자는 전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성범죄자가 전자발찌를 충전하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라며 고의로 전자발찌를 충전하지 않아 대상자의 위치추적이 불가능한 경우 성범죄의 또 다른 사각지대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실제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보호관찰관으로부터 이 같은 내용을 위반하면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26차례 출석면담과 46차례 현지방문 등으로 수시로 교육을 받아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충분히 교육을 받았음에도 전자발찌를 충전하지 않은 채 술을 마시고 9시간 가량 전원을 방치하는 등 위치추적을 불가능하게 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김선희 창원성폭력상담소장은 "성범죄자가 의도적으로 충전을 제대로 하지 않거나 전자발찌를 분실했을 경우는 대상자의 위치추적이 사실상 어려운 것 아니겠느냐"라고 설명했다.

김 소장은 "이 같은 사례가 또 다른 성범죄 사각지대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며 "해마다 전자발찌 대상자들이 늘고 있는 실정에 이와 관련한 관리·감독이 더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시민 C(35·여)씨는 "성범죄자가 스스로 자신의 족쇄인 전자발찌의 배터리를 충전하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라며 "만약 대상자들이 배터리가 방전된 사이 또다시 성범죄를 저지른다면 피해에 따른 책임은 누구에게 물을 것이냐"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 관계자는 "서울과 대전의 관제센터에서 전자발찌의 배터리 전원이 꺼지기 전에 '저전력' 경보를 파악해 해당 지역 관할보호관찰관에게 '충전지시'를 통보한다"며 "이에 불응하면 현행법에 따라 처벌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절단 저항력 강화와 배터리 성능 개선 등을 고려한 5세대 전자발찌를 연구 개발하고 있다"면서도 "배터리 성능 개선이 가장 중요한 관건 중의 하나지만 현재의 기술력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전자발찌 부착 대상자는 ▲2009년 127명 ▲2010년 393명 ▲2011년 932명 ▲2012년 8월 기준 1029명으로 해마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