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좋지 않은 때에 버스 운행 중단이라니 애꿎은 서민들만 이래저래 죽을 맛입니다."

택시를 대중교통수단에 포함하는 '대중교통의 육성 및 이용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함에 따라 22일 전국 시내버스와 시외버스 운행이 전면 중단됐다.

사상 초유의 '교통대란'의 우려가 현실이 됐다. 이날 새벽 첫차부터 전국의 버스 운행이 중단됐고, 전국 17개 시도의 시내버스와 시외버스 대부분이 멈춰섰다.

시내버스가 멈춰선 지 첫날인 이날 오전 5시30분. 서울 성북구의 한 아파트 앞 버스 승강장에는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일터로 나가려는 10여명의 시민들이 언제 올지도 모르는 버스를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었다.

출근길 시민들은 추운 날씨에 발을 동동굴렀지만 애타게 기다리던 버스는 보이질 않았다. 아무리 기다려도 버스는 오지 않고, 때마침 불어 온 매서운 초겨울 바람이 야속하기만 했다.

강남으로 출근한다는 회사원 정모(38)씨는 "버스 운행 중단 때문에 혹시 몰라 평소보다 30분정도 일찍 나왔는데 20분 넘게 기다려도 버스는 오지 않았다"며 "빠듯한 살림에 출퇴근길 택시를 탈 수도 없는 서민의 입장에서 버스업계가 정말 야속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버스 정류장에는 앞 유리에 노선표가 붙어있는 전세버스와 학원버스들이 멈춰섰다. 시민들은 인상을 찌푸리며 일일이 노선을 확인한 뒤에야 버스에 올랐다.

이날 오전 6시20분부터 서울 등 전국 주요 도시 시내버스가 운행 중단을 철회하고 정상운행을 재개했다. 서울 시내 교통대란을 일으킬 것으로 우려됐던 시내버스 총파업은 극적 타결을 이루면서 출근길 교통대란은 간신히 피했다.

하지만 본격적인 출근시간이 되자 버스 운행 재개 소식을 뒤늦게 접한 시민들이 몰고 나온 차량들이 엉키며 서울 시내 주요도로 곳곳은 주차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극심한 지·정체가 빚어지고 있다.

직장인 정겨운(30·여)씨는 "버스와 택시 기사들의 어려운 점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시민들을 불편하게 하면서 막무가내로 운행을 중단한 버스업계의 행태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며 "시민을 볼모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버스 업계는 반성해야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출근길 시민들이 지하철로 대거 몰리면서 서울의 주요 역마다 발 디딜 틈도 없이 승객들로 북적였다. 지하철 1·4호선이 지나는 동대문역 승강장에는 짐짝처럼 실려온 승객들은 파김치가된 표정으로 일순간 내렸다. 승강장 출입구쪽에는 전동차에서 내리려는 승객과 타려는 시민들이 뒤섞이면서 그야말로 아수라장을 방불케했다.

일부 승객들은 스마트폰을 이용해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버스 운행 파업 관련 정보를 주고 받거나 전동차 도착 시간을 확인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동대문역에서 만난 직장인 최혜정(42·여)씨는 "버스 파업으로 지하철에 사람이 몰릴까 평소보다 1시간 정도 일어나 서둘러 나왔다"며 "버스업계의 일방적인 운행 중단으로 애꿎은 서민들만 고통이 가중됐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불편을 참다못한 시민들은 버스업계와 정부, 정치권을 향해 불만을 쏟아내기도 했다.

대학생 최모(24)씨는 "시민들의 불편은 아랑곳하지 않고 극단적인 선택을 버스업계가 자기들의 이익을 위해서 한 행동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며 "이번 사태를 사전에 막지 못한 정부와 정치권은 책임이 없는지 의문"이라고 성토했다.

이날 오전 7시께 서울 동대문구 휘경동 입구에서 260번 버스에 타고 출근하는 최태원(35)씨는 "평소보다 30분 정도 일찍 나왔는데도 버스가 다니고 있어 반가우면서도 화가 난다"며 "시민의 발인 대중교통과 표를 맞바꾸려 하는 정치인들의 무책임한 처사에 분노한다"고 밝혔다.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 측은 오는 23일 예정된 국회 본회의에서 택시를 대중교통 수단에 포함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대중교통의 육성 및 이용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본회의에서 통과될 경우 무기한 운행중단을 결정한다는 방침이어서 향후 교통대란이 일어날 가능성을 완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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