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전 비행 훈련 중 순직한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T-50B) 항공기 조종사 고 김완희(32) 대위는 꿈에 그리던 에어쇼 공연을 펼칠 수 있는 자격을 얻은 지 두 달여 만에 사고를 당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공군 사관학교 51기로 2003년 공군 소위로 임관해 2005년 일선 전투조종사로서 첫발을 내딛었다. 10전투비행단에서 F-5를 주기종으로 6년여간 전투비행대대와 작전주요보직을 오가며 교관 자격까지 취득했다. 비행시간 1057시간에 달한다.

2010년 첫 블랙이글에 도전했지만 기수 안배 문제로 한 차례 고배를 마시기도 했다. 지난해 재차 지원한 그는 3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만장일치 합격해 블랙이글의 정식 멤버가 됐다.

정식 멤버가 됐지만 에어쇼에서 공연을 펼칠 수 있는 특수비행 자격을 얻기란 쉽지 않았다. 1년 동안 총 43회에 걸친 특수비행 훈련을 받고 나서야 올해 9월 마침내 자격을 얻을 수 있었다.

자격 취득 후 김 대위는 기다렸다는 듯이 각종 에어쇼에서 멋진 비행을 선보였다. 최근까지도 오산 '에어파워 데이(Airpower day)', 국군의 날 행사 등 총 9차례나 공연에 참가하는 등 1년간 갈고 닦은 기량을 펼쳤다.

하지만 이번 비행 사고로 그가 조종하는 블랙이글이 화려하게 비상하는 모습을 더는 볼 수 없게 됐다.

김 대위는 대한민국 공군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는 데 숨은 공로자다. 올해 7월 영국 국제에어쇼에 참가했을 당시 특수비행자격이 없어 에어쇼에는 직접 참가할 수 없었지만 이륙을 위해 이동할 때 후방석에서 태극기를 펼쳐 해외 관객들에게 대한민국을 알리는 임무를 담당했다.

또 블랙이글의 촬영기 조종을 맡아 영국 상공을 편대 비행하는 T-50B의 아름다고 역사적인 순간을 촬영하는데 기여하기도 했다. 영어에도 능통해 에어쇼 사전협조와 각종 행사지원을 맡아 성공적으로 임무를 수행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했다.

더욱이 김 대위는 지난해 4살 연하의 아내 결혼해 8개월 된 젖먹이 딸을 남기고 순직해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공군 관계자는 "김 대위는 선후배간의 신망이 높고 정의감이 넘치며 원칙을 중시하는 모범적인 군인이었다"며 "개인 블로그를 온통 비행기 사진으로 도배할 정도로 하늘을 사랑했던 조종사이자 후배 장교의 진급일을 직접 챙길 정도로 마음이 따뜻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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