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생각하고 탐구하면서 알아내는 과정이 재미있어서 수학이 좋아요."

지난 7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 만난 '왜 곱셈을 덧셈보다 먼저 계산할까요?'의 저자 김 율(9)양은 수학이 좋은 이유를 묻자 또박또박 이렇게 설명했다.

초등학교 3학년인 율이는 사교육의 메카로 불리는 강남 대치동에 살지만 남들 다가는 학원 한 번 다니지 않고도 반에서 항상 1등을 도맡아 하는 우등생이다.

요즘 중학생들이 보는 '데카르트가 들려주는 좌표 이야기'라는 책을 즐겨본다는 율이는 수학 경시대회인 수학올림피아드에서 10여 차례 입상했다.

이런 율이의 하루 일과는 하교 후 집에서 숙제를 하고, 간식을 먹고, 집 근처 양재천으로 놀러가 자전거를 타는 게 전부라고 한다. 대신 다른 친구들이 학원에서 공부할 시간에 하루 10권 이상의 책을 읽는다.

학교에서 '독서왕'으로 불리는 율이 방에는 컴퓨터나 장난감 대신 문학, 철학, 역사 등 다양한 분야의 책으로 둘러 쌓여 있다. 2살 때부터 동화책을 읽기 시작해 지금까지 읽은 책만 2만권이 넘는다.

율이 엄마 주이란(36)씨는 "호기심이 많은 율이는 항상 질문이 많다. 하지만 이런 궁금증에 대한 해답은 책을 통해 스스로 해결하도록 가르쳤다"고 말했다.

얼마 전에 나온 '왜 곱셈을 덧셈보다 먼저 계산할까요?' 라는 책도 이렇게 만들어졌다. 스스로 깨우친 수학공식의 원리를 재미있는 동화 형식으로 그렸다.

율이는 "나중에 크면 수학자 중에서도 앙리 푸앵카레 같은 위상기하학자가 되고 싶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러기 위해서는 앞으로 다양한 책들을 꾸준히 읽어야 된다"고 말했다.

프랑스의 천재 수학자이자 이론 물리학자인 앙리 푸앵카레(1854년 4월~1912년 7월)는 기하학 뿐만 아니라 수론, 대수학, 해석학 등 수학의 거의 전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남겼다.

특히 그가 남긴 위상기하학 문제 '푸앵카레 추측'은 세계 수학계의 7대 난재로 지난 2002년 러시아의 수학자 그리고리 페렐만에 의해 99년 만에 풀리기도 했다.

주씨는 이런 율이가 "또래 친구들과 함께 뛰어 놀면서 최대한 공교육의 틀 안에서 성장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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